중국 파룬궁 사태, 인터넷으로 번지다
  • 베이징·조경환 통신원 ()
  • 승인 1999.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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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민르바오>, 인터넷 통해 비판… 리훙즈, 홈페이지에 반박문 올려
공안부 체포통지[1999] 0102호

이름:李弘志(남), 원명 ‘리라이’(李來), 한족(漢族), 1952년 7월 7일 출생

용모 : 키 178㎝, 팔자(八字) 눈썹, 쌍꺼풀 없음, 약간 살진 편…

혐의:‘파룬다파연구회’를 조직하고 이용해 미신과 사설(邪說)을 퍼뜨리고 사람들을 기만해 사망에 이르게 했으며,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조직으로서 집회와 시위를 벌여 공공 질서를 해침.


지난 7월29일 파룬궁 창시자 리훙즈에 대한 체포 명령이 떨어졌다. 현재 리훙즈는 미국에 이민해 체류하고 있는 상태. 그래서 중국 공안부는 이 날 국제 경찰에 리훙즈 체포 협조를 요청했다. 이제 파룬궁 핵심 멤버에 대한 본격적인 검거가 시작된 것인가?

파룬궁 창시자 리훙즈는 공안부의 명령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해외에 체류하고 있어 체포가 쉽지 않다. 중국내 파룬궁 추종자들에 대한 처벌 상황과 수련자들의 반발 내용에 대해서는 홍콩의 신문과 인권단체를 통해 조금씩 전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 “파룬궁 단속은 정치 투쟁이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중국 국내에서 몇 명이 어떻게 처벌되었는지 소개하지 않고 있다. 또 금지 조처가 발표된 이후 파룬궁 추종자들의 반발이나 시위 같은 것도 중국 언론에는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 다만 중국 언론은 파룬궁 지역 책임자를 비롯해 수련자들이 ‘전향’했다는 소식을 계속 보도하고 있다.

지난 7월27일 신화사(新華社)는 허베이성(河北省) 감단(邯鄲) 시의 파룬궁 수련자 6천여 명이 파룬궁을 수련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같은 날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그날까지 파룬궁을 수련하던 쓰촨성(四川省) 각지의 공산당원 5천9백22명과 은퇴한 사람을 포함해 간부 7천2백98명이 파룬궁과 결별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전향자들은 한결같이 ‘정부의 발표와 언론 보도를 보고 파룬궁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신속하고 정확한 조처로 민심을 얻었다’는 언론의 지적처럼, 중국 정부는 일단 파룬궁 사태와 관련해 여론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중국 정부는 파룬궁 단속을 정치 투쟁과 사상 투쟁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리훙즈가 파룬궁을 정부와 당에 대항하는 정치 조직으로 키우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며, 파룬궁 금지를 정치 투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당국은 어째서 파룬궁과 정치 투쟁까지 벌이게 되었을까?

공산당의 세계관은 마르크스주의의 이론 기초인 유물주의와 역사유물주의이다. 그리고 유물주의는 간단히 말해 신(神)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말하는 ‘비과학적이고 조악한 유심주의’인 파룬궁에 중국 사람들이 빠져들었다. 정확한 숫자는 보도되고 있지 않지만 알려진 대로 파룬궁 추종자가 1억에 이른다면 이것은 현재 공산당원 6천1백만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다. 더구나 중국 사회에 해악을 끼친 사교 집단이 파룬궁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난 28일 <중화공상시보>는 공안 당국이 최근 수년 동안 사교 집단을 11개나 적발해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그 가운데 6개는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이고, 파룬궁을 포함해 5개는 국내에서 자생한 것이다.

<런민르바오>는 논설에서 중국 사회에 비과학적인 미신이 먹혀든 이유를 급격한 사회 변화에서 찾았다. 경제 체제 개혁으로 경제 생활과 사회 생활에 새로운 변화와 모순이 출현하고, 또 구미의 사상이 들어오면서 중국 사회에 부패한 사상과 문화가 범람하기 시작해 사람을 현혹하는 미신과 과학을 위장한 활동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 개혁 심화와 사회주의 시장 경제의 신속한 발전으로 경쟁이 치열해져 사람들이 계획 경제 시절과 달리 자신의 운명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자 미신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신속한 경제 발전으로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건강을 중시하게 되었고, 이 틈을 노려 과학과 기공을 가장한 파룬궁이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더욱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노인 문제이다. 현재 중국은 60세 이상 인구가 1억 2천만명을 넘는다. 나이를 먹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피하기 어렵게 마련인데,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노인들의 보편적인 바람이다. 그래서 몸을 건강하게 하는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중국은 많은 노인들이 기공을 수련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노인들이 파룬궁 같은 사교 집단에 현혹되기 쉽다며, 노인들이 건전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산당원까지 파룬궁에 심취

특히 중국 당국은 공산당원들이 파룬궁에 심취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적어도 공산당원이라고 하면 마르크스주의 사상으로 철저히 무장된 사회주의 건설의 핵심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영혼 불멸과 극락 세계를 인정하는, 한마디로 유물주의와 반대되는 유심주의 이론에 심취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공산당원의 사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힘을 기울여 파룬궁 확산을 막고 있지만 지금은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시대가 아니다. 땅 위에서는 파룬궁 수련을 금지시키고 출판물을 없애 파룬궁의 침입을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개혁 개방 이후 통신 공간을 이용하는 중국 네티즌의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중에 있는 통신 공간까지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파룬궁 역시 인터넷에 그들의 홈페이지(www.falundafa.org)를 갖고 있다. 파룬궁 창시자 리훙즈는 정부의 금지 조처 이후 곧바로 파룬다파연구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부 당국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리훙즈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을 조목조목 해명하면서, 파룬궁은 정치 단체가 아니라 도덕성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수련 모임이라는 이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리훙즈는 또 파룬궁이 수련자들의 약 복용을 금지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는데, 얼마 전 중국 언론은 병원 기록을 제시하며 리훙즈가 수련자들에게는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자신은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았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또 리훙즈는 자신의 생일을 석가모니 탄생일로 바꾼 것은 틀린 것을 바로잡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파룬궁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공격은 전파 공간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터넷에 제공되는 <런민르바오>는 ‘파룬궁을 고발한다’는 전문 코너를 마련해 놓고 파룬궁을 비판하는 국내 언론 보도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 소개하고 있다. 또 중요한 방송 보도 내용 역시 녹화해서 인터넷 <런민르바오>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7월27일 신화통신은 중국 당국이 파룬궁의 궤변을 비난하기 위해 인터넷에 새로 웹사이트(http://ppflg.china.com.cn)를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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