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보위사령부 베일을 벗긴다
  • 李政勳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7.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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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위사는 군 장성의 전화를 도청하는 등 비밀 감찰을 통해 군부 쿠데타를 방지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김정일이 조선노동당 총서기에 취임한 것은 지난 10월8일이었다(국가 주석에는 아직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김일성 생전에 이미 조선인민군 총사령관과 국방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었다. 먼저 군부를 장악하고 상당 시간이 흐른 후 김정일이 당권을 장악했다는 것은 그의 권력이 상당 부분 군부에 의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김정일에게 반기를 들 가능성이 가장 큰 세력 또한 북한 군부이다. 때문에 그는 군 주요 인사의 동태를 감시해 군사 쿠데타를 방지해야 한다. 국군 기무사령부에 견줄 수 있는 조선인민군 보위사령부(보위사)는 바로 이 일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 조직이다. 그러나 보위사는 국가안전보위부나 사회안전부와 같은 정보기관과 달리 그 동안 베일에 가려 있었다.

인민군 상좌 출신인 귀순자 최주활씨는 북한군에 대한 고급 정보에 정통하다. 미국 의회에서 북한 군부에 대해 증언했던 최씨는 최근 발매된 <북한조사연구>에 기고한 논문에서 보위사의 비밀을 전격 공개했다. 다음은 최씨 논문을 근거로 하여 추적한 보위사의 정체다.

보위사의 연원은 48년 인민군이 창설될 때 반탐(反探)조직으로 만들어진 ‘안전기관’에 닿아 있다. 안전기관은 한국전쟁 때 인민군 내의 간첩과 반당·반혁명 분자를 색출하는 일을 했다. 안전기관이 김일성의 관심을 끈 것은 56년과 68년에 있었던 군사 쿠데타 움직임을 적발해 김창봉·허봉학 등을 숙청했을 때였다. 이로 인해 안전기관은 국가보위부(지금의 국가안전보위부)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반탐 기능을 수행하는 정치안전국으로 독립했다. 70년 정치안전국은 보위국으로 명칭을 바꾸고, 96년 다시 보위사령부로 승격했다.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이 조직을 이끈 사람은 혁명 1세대인 태병렬 중장(현재 대장·조국해방전쟁기념관장)이다. 80년대 중반까지는 한영옥 소장(88년 사망·전 군정위 수석위원)이 맡았고, 이남선 중장을 거쳐, 89년부터 현재까지 원웅희 대장(전 공군 및 反항공사령부 정치위원)이 보위사령관을 맡고 있다.

보위사의 성격은 지난해 9월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을 일으켰던 인민군 정찰국과 비교하면 더 명확해진다. 정찰국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공작원을 침투시켜 첩보를 수집하는 기관이고, 보위사는 주변국에서 침투시킨 간첩과 쿠데타 세력을 제압하는 방첩 부대이다.
김정일에 대한 ‘軍心’ 감시

보위사는 김정일이 군부대를 방문할 때 경호하는 일도 담당한다. 군관(장교)과 장령(장군)들이 사용하는 전화를 도청하고 이들에 관한 주민등록 업무도 맡는다. 즉 군관과 장령들의 자녀가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갈 때 필요한 주민등록 문건을 발급하는 것이다. 중·러 국경 지역과 휴전선과 인접한 전연 지역(전방 지역)에서는 군인과 민간인의 이동 상황을 점검하며 군 복무 기피자를 색출하는 일도 한다.

평양시 대성구역 룡북동에 있는 인민군 보위사 지휘부는 평양외국어학원과 울타리를 맞대고 있다. 그외 평양 시내에 독립 청사가 분실 격으로 몇 군데 개설되어 있다. 보위사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부서는 1부·2부·3부… 식으로 숫자로 표기된 11개 부이다. 1부의 정식 명칭은 조직계획부로, 보위사 전체 업무를 통제한다. 보위사가 군단과 사단 이하 각 보위부대로 내보내는 지휘 문건은 전부 1부를 거쳐 나간다.

2부는 수사부로, 간첩과 반당·반혁명 분자를 색출한다. 3부는 예심부로 2부가 색출한 범죄자를 전문적으로 심문한다. 4부는 감찰부로 탈영과 군사 물자 절취·횡령 등 군 관련 범죄를 맡는다. 5부는 사건종합부로 2·3·4·6부가 다루는 사건을 분석·평가한다. 6부는 미행부로 오랫동안 행방이 묘연한 범죄자를 추적하는 곳이다.

7부는 기술부로 장령들의 집과 자택 그리고 주요 호텔 전화를 도청한다. 8·9·10부는 인민무력부(국방부)가 관장하는 공장과 인민무력부 내의 특수기관을 담당한다. 군관들에 대한 주민등록 업무도 관장한다. 11부는 외국에 파견되는 북한 무관과 인민무력부 산하 외화벌이 일꾼을 감시한다. 보위사 예하 직할 부대인 국경 검열 초소도 11부 관할이다.

이밖에 간부부는 보위 군관을 선발하고 임명하는 일을 맡는다. 정치부는 보위사령부원들의 사상을 통제하는 곳으로, 보위사 속의 보위사라고 할 수가 있다. 보위사 직할 기관으로는 과거 국가안전보위부 휘하에 있던 3개 국경 경비 여단과 김정일이 군부대를 방문할 때 경호를 맡는 경호대(군관 3백명으로 구성)가 대표적이다. 신의주를 비롯한 국경 지역에 있는 국경 검열 초소 60여 개와 군인들의 편지를 검열하는 검열대(1개 대대의 여군으로 구성)도 직속 기관이다. 그외 보위부대원을 양성하는 보위대학 등이 있다.
모든 북한군 부대에는 보위 군관과 비밀 정보원이 들어가 있다. 군단과 사단에는 군단 보위부와 사단 보위부가 있어, 군단장과 사단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점검한다. 군단장과 사단장은 실병력 지휘관인 만큼 이들이 사조직을 구성해 반김정일 결사체를 구성하는지, 또는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에 변화가 있는지를 주로 감시한다. 연대와 대대에는 보위 군관이 1∼3명씩 파견된다. 군사분계선 안에 들어가는 민경중대에는 부대원들의 월남을 막기 위해 소대와 중대 안에도 보위 군관을 배치하고 있다.

보위 군관 선발은 보위사를 위해 비밀 정보원 노릇을 한 사병을 대상으로 엄격한 신원 조회를 거쳐 이루어진다. 보위 군관 후보로 뽑힌 병사들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고 보위대학에 입교하는데, 서약서에는 본명과 가명을 쓰고 지장을 찍는 것이 특징이다. 남포직할시 강서 구역에 있는 보위대학에서는 이들을 4년간 교육한 뒤 중위 또는 상위 계급을 주고 보위 군관에 임명한다. 보위 군관과 비밀 정보원들은 자기의 생각이나 해석을 붙이지 않고 6하 원칙에 따라 정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훈련받는다. 때문에 보위 군관과 비밀 정보원들은 1년 이상 시간을 갖고 요주의 인물의 일거수 일투족과 만나는 사람 등을 점검해 사건화한다. 이러한 추적을 통해 작성한 보고서를 올릴 때는 마치 간첩이 접선하듯, 은밀한 방법으로 주고받는다.

보위대학은 보위부원들에 대한 보수 교육도 담당한다. 대대를 담당하는 보위 군관은 보위대학 재직반에서 2년간 교육받아야 연대 이상 부대의 보위 군관이 될 수 있다. 보위사와 각 군단 보위부 책임자(중장·소장)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위대학의 2년제 연구반 과정을 거쳐야 한다.

5·16과 10·26과 12·12는 우리가 경험한 대표적인 급변 상황이다. 5·16은 군내의 부정 부패와 민주당 정권의 취약성이 원인이었다. 10·26은 정보부와 경호실 간의 갈등과 부마 사태로 인한 민심 이반, 경제 위기 등이 주원인이다. 12·12는 박정희 대통령 사후 권력 공백이 길어진 사이에 보안사(기무사 전신) 세력이 권력을 잡은 것이다. 북한의 계속된 경제·식량 위기는 북한에도 이같은 급변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북한 군부와 보위사·호위사령부(경호실에 해당)·국가안전보위부(안기부와 유사) 등 무력·정보 기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냉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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