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거래’에는 이문도 많네
  •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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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빅딜’하나/중국·북한, 대미 발언권 높이고 경제 개발 노려
북한이 먼저 핵개발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할 경우 미국의 반응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나 네오콘은 허를 찔린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들은 북한이 절대로 먼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시점에 6자 회담을 무효화하고 대북 봉쇄로 전환한다는 네오콘의 대북 전략은 바로 이같은 확신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반면에 대선 기간에 접어들면서 네오콘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부시 대통령이나 국무부 인사들에게는 대선에서 활용할 만한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이나 국무부가 북한에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해온 점이나, 최근 점점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이라크 상황과 비교할 때 반가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동북아 장악력 떨어져

그러나 미국에서 보기에 ‘북·중 빅딜 안’에는 동북아 맹주를 노리는 중국의 심모원려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를 계기로 거머쥔 동북아에서의 외교적 이니셔티브가 약해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려대로 중국은 다목적 포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선 중국의 지원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발언권을 높일 수 있다. 그 대가로 최근 중국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타이완 천수이볜 총통의 독립 행보를 막아 달라고 미국에 요구할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핵 문제 해결 및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영향력을 높일 수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신의주 특구 개발이 중국에 도움이 된다. 특히 후진타오 총서기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동북 3성 개발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동북 3성 개발을 위해서는 화교 자본이나 한국·일본의 자본이 이 지역으로 유입되어야 하는데 현재 상태에서는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

반면 신의주의 경우는 앞으로 경의선이 연결되면 대륙의 관문으로 각광받을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 자본이 진출하면 화교 자본 역시 신의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단둥이 자연스럽게 개발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중국은 단둥을 신의주와 하나의 벨트로 묶어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두 가지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대미 정치 협상인데, 궁극적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과 주한미군 철수 내지 무력화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같은 목표를 단번에 달성하려 할 경우 미국이나 한국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또 한가지 목표는 경제 재건이다. 2002년 북한이 7·1 조처와 신의주 특구 계획을 동시에 추진한 것은 2010년을 내다본 중·장기 경제 재건 프로그램에 입각해서였다. 북한의 ‘2010 계획’에 따르면 노동당 창건 60주년이 되는 2005년은 대단히 중요한 해이다. 대내 개혁과 대외 개방을 축으로 하는 2010 계획의 중간 결산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북한은 2005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여러 가지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문제는 그동안 핵 문제로 인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진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개성공단은 개성공단대로 지지부진하고, 신의주는 개점 휴업 상태이다. 2005년을 뜻있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더 시간을 끌 여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핵 문제를 빌미로 북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명분을 되찾기 위해서는 뭔가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 결국 실리를 챙기면서 한편으로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담한 해법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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