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국제경영연구원이 밝힌 한반도 정세 북한의 속셈 "미국만이 살 길이다"
  • 정리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1996.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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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정 정통한 ‘LA국제경영연구원’이 밝힌 한반도 정세
최근 몇년 사이 ‘LA국제경영연구원’(대표 제임스 유 이사장)은 미국의 북한 컨설팅 업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그룹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94년 8월 창립된 이 연구원은 미국 굴지의 대기업 회장단에 북한 방문을 주선하고, 북한 경제 세미나를 주최하는 등 짧은 연륜에 비해 굵직굵직한 사업을 추진해 실력을 인정 받아 왔다. 특히 연구원측이 95년 8월 주최한 북한 경제 세미나는 사상 최초로 북한과 미국의 고위 관리가 민간 기업이 주최한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해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시사저널>은 한반도 주변의 주요 현안들에 대한 정확한 정세를 전망하기 위해, 미·북한 두 나라 정부 관계자와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고 있는 연구원측에 현안과 관련된 질의서를 보냈는데, 최근 답변을 받았다. <편집자>

 
4자 회담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은 무엇인가?


4자 회담은 정치적 사상 누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 양측이 허심 탄회하게 대화할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은 상당히 복선적이다. 현재 미국 행정부 내에서 대북 관계를 담당하는 대다수 관료나 정보기관 종사자들은 4자 회담을 일종의 ‘선전성 제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가 4자 회담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한국의 체면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평화협정 공세에 맞설 수 있는 미국 나름의 카드로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미·북한 대화의 틀을 깨면서까지 남북대화를 성사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잘 추진되고 있는 미·북한 관계와 북·일 관계의 틀을 한국으로 인해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인사들이 대체로 4자 회담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이유도, 현재 북한 내에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이같은 인식 때문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4자 회담을 ‘담보’할 고위 인사가 존재하지 않아 아직 김정일에게 보고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 북한은 중국을 북한편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4자 회담이 3 대 1의 불리한 게임이라고 인식한다.

북한은 4자 회담에 무반응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설혹 회담에 응한다 하더라도 한국이 바라는 바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며, 결국에는 미·북한 관계라는 틀을 중심으로 전략과 정책이 펼쳐질 것이다.

북한의 식량난 실태와 미국이 지원하려는 계획의 성격은 무엇인가?

북한의 식량난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해 수해 이후 정확한 실상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유엔식량계획(WFP) 등 국제 기구들의 조사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확인되고 있다. △수해 지역과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기아 지대가 형성되고 있고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아사자가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식량 배급을 둘러싸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에 갈등을 빚고 있고 △금년에도 식량 위기가 계속되리라는 점이다.

자연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북한에는 비가 100㎜만 와도 홍수가 난다. 한해와 냉해도 심각하다. 식량 자급도가 40~60%(금년에는 40%에도 못미칠 것으로 분석된다)가 채 안되는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미국 정보기관 조사에 따르면, 이미 군량미의 상당 부분(약 50% 이상)이 장부 기록과 무관하게 바닥이 나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몇년간 계속될 것이다.

미국은 식량을 무기화하는 것에 반대한다.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그동안 분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제 기구를 중심으로 지원 활동을 해왔으나, 최근에는 이것이 한계에 부딪혔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형 국제 민간 컨소시엄’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미국도 정부 차원에서 식량 문제를 계속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민간 단체가 활동을 본격 개시할 상황이지만 지원 양을 대폭 늘리기에는 장애 요인이 많다. 그럼에도 ‘지원 및 분배 감독’ 원칙을 지키려는 것이 미국 입장이다.

최근 3년상 연기 논란과 관련해 김정일의 권력 승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은 중세 동양 군주 국가와 같다. ‘상중(喪中) 통치’라는 말이 가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 이 말에 숨은 정치적 함의를 빨리 파악해야만 북한과 교섭하기가 수월해진다.

우선 3년상의 실체를 보자. 김정일의 뿌리인 김일성 주석의 영향력은 쉽게 청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따라서 김정일 시대를 준비하려면 ‘3년상’이라는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권력 기반의 재정비로서, 그 핵심은 군을 장악하는 일이다. 최근 북한에서 김정일에 대한 호칭이 ‘장군님’으로 통일되고 있는데, 이는 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 아니라, 당 총비서와 국가 주석이 공백인 상태에도 불구하고 이들 공식 지위의 권위를 뛰어넘는 최고 권력자가 북한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두번째 과제인 경제의 활로 찾기와 세번째 과제인 새로운 대외 관계의 틀을 확보하는 문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동돼 있다. 이 두 문제를 푸는 데 중심 과제가 바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현재 북한의 정치·경제 모든 부분의 활로로서 격상돼 있고, 이것을 중심으로 일본·중국·러시아·한국과의 관계가 재정비되게 된다.

권력 승계 문제는 현재 미·북한 교섭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은 끊임없이 ‘장군님’ 타이틀 이외의 공식 지위를 원한다. 즉 주인 없는 국가와는 공식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당 총비서나 국가 주석 어느 쪽이든 승계할 때 벌어질 위험한 사태를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승계하기 이전에 미국이 먼저 현안 과제들을 해결해 줄 것을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승계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미국은 김정일이 금년 중에 당 총비서 직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하고, 또 이를 북한에 추천하고 있기도 하다. 북한측이 주석직 승계는 지연하고 3년상을 만 3년으로 연기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양측 사이에 ‘황금 분배’가 이루어진다면 이런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남북 관계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무엇인가?


북한 외교부나 당 인사들을 접촉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북한측이 현 한국 정부와 대화할 의사가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김일성 주석에 대한 조문 문제이고, 그 다음이 한국은 대화 상대자가 아니라거나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며, 또 특정 인사가 있는 동안은 안된다는 이유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북한 고위급 중에는 남북 대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사가 없다. 자신의 정치 생명을 담보하고 대화를 성사시킨다 해도 결과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 고위층 안의 이런 분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은 한국이 미·북한 대화의 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며, 북한의 국가 역량을 약화시켜 흡수 통일을 하려고 집착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 대화해 보았자 별 이익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적고, 장기적 안목과 일관된 정책을 통해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차기 정권에까지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는 무엇인가?

미국은 북한이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고 본다. 생존을 위해서는 체제 개방이 정책 방향에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이 보는 북한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선택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개혁·개방 추진, 현 체제 고수, 아니면 붕괴되고 마는 것이다.

북한이 가장 희망하는 것은 체제 고수와 점진적 개혁·개방을 병행하는 길이다. 사상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제한적이나마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들여오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북한이 취하고 있는 정책인데, 이 기조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북한 정책은 ‘점진적 변화 유도’이다. 이것이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개입·확장 전략으로 정책을 수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미국에도 국무부·의회, 그리고 그밖의 관계 부서 사이에 북한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존재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알력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강력히 제재하라고 주장하는 공화당 노선은 과거 80년대와 90년대 초의 사회주의 강경 압박 정책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목표로 상황 악화보다는 단계적 변화를 추구한다. 현재 미국 정책을 좌우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책 기조이다. 이 기조에서 미국이 북한에 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시장경제’이다. 북한도 이것이 유일하게 살 길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북한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미·북한 사이에 산적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북한 정책이 갑자기 변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우선 연락사무소 문제는 사실상 타결됐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몇 가지 사소한 문제만 남기고 있다. 유해 협상이 타결되었으므로 미군 유해를 찾기 위한 미국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고, 이미 일정이 잡혀 있는 미사일 회담과 군사 협상이 금년 8월 이후 상당히 진전할 것이다. 현재 가장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경수로 협상인데, 이 문제는 이에 연동된 다른 문제들과 동시에 처리될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북한간 현안 대부분이 금년 8월부터 11월 사이에 집중 협의될 것이다. 이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도 관계가 있지만, 북한으로서도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군사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정권과 현안을 타결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외 개방 일정과 내부 개혁 움직임은 어떠한가?


외국 기업의 경우 북한 투자에 지역적 제한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 현재는 나진·선봉 지대가 유일한 개방 지대인 것이 사실이나, 다른 지역이 개발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다. 오늘의 북한은 경제 정책에서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를테면 정책과 현실 간의 혼선이다. 제한적 투자 유치 전략이 성공할 것으로 믿고 있지만, 외국 기업의 북한 진출이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북한 투자에서 메리트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자체가 과감히 체질을 개선해야겠지만 두려움이 앞서고 역량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김정일 시대 등장에 맞춰 상당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2010년 개발계획’이 준비되고 있고, 점진적 개방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 주목해야 할 움직임은 90년대 초 해외 각지에 파견돼 자본주의를 몸으로 습득한 고급 인력들이 서서히 북한내 주요 부문에 투입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김일성대학과 만경대정치학원 출신 엘리트들이 그동안 해외 각국에서 작게는 식당 운영, 크게는 기업 경영까지 몸소 체험하다가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이른바 ‘붉은 자본가’라고 불리는 이들은, 그동안 개방 정책이 지체되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인재 부족 문제를 해소하게 될 것이다. 수적으로도 그들은 만만치 않다. 약 천명을 헤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진적 개방과는 별도로 내부 개혁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외 관계에 정통한 북한 인사들은 한결같이 내년 말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본격적 개방에 앞서 현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개방이 준비되고 있다는 얘기다. 어쨌건 한국은 앞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본격적 대외 개방 구도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이다.

북한과 일본·중국·러시아 관계는 어떠한가?

북·일 관계는 어떤 중심축으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일본의 북한 정책은 한마디로 ‘미국보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라는 것이다. 현재 수교를 기본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연락사무소나 대표부 수준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에게도 대일 교섭은 미·북한 관계의 틀을 보완하는 출구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북한의 대일 정책 목표 중에는 쌀과 경협, 배상 문제, 조총련의 활용도 증대 같은 목적이 뒤섞여 있다. 일본은 한반도에서의 일본의 새 역할론을 앞세운다. 일본에게 북한은 이런 점에서 놓칠 수 없는 주요 변수이다.

 
중국과 북한은 90년대 들어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에 변화가 나타났다. 북한은 중국을 그리 곱게 인식하지 않는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쓰러지지 않을 만큼만 원조해 주는 중국에 대해 북한은 과거처럼 혈맹 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북한은 이런 중국을 더 이상 ‘은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또 현재 중국을 한국이나 미국 편으로 분류하리만큼 중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돼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기가 어렵다. 대만 문제로 미국과 대립을 빚은 상황에서 미국에게 간섭할 빌미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이 중국 배후에서 적이 되도록 두고 볼 수는 없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일정한 관심을 계속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한국 일변도 정책으로 손해만 보았다고 판단한다. 북한과 외교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섣불리 정책을 전환하지 못하는 것은 지난 수년간 새롭게 형성된 한국과의 관계를 단칼에 청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처지에서 러시아는 한때 변절했던 동맹국이고, 과거와 같은 강력한 지원 세력도 되지 못한다. 아직 서로의 필요성이 극대화하지 못한 상태인데, 그중에서도 여건을 만들려고 애쓰는 쪽은 러시아라고 봐야 한다.

북한은 현재의 중국·러시아를 공조 세력이라기보다는 중간 세력군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본은 철저히 실리 연합할 대상이다. 어쨌건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미국인 이상 이들의 행동에도 한계가 있다.

남북 경협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일단 북한과 ‘사업’이 시작되면 그것은 그 순간 정치 문제화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 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한국과 관련된 사업이면 아무리 교포가 중간에 개입돼 있다 하더라도 당 조직이 직·간접으로 관계한다. 순수한 경제 협력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체제 유지라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남북한 경협은 순탄하지 못하다. 그러나 경제 사업에 대해서는 북한도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간 대화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진출은 막을 생각이 없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서로 호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아직은 정치 장벽이 너무 두텁다. 따라서 이런 점에서 변화가 없다면 남북한은 상호 보완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현실화하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10년 내에 한반도가 통일될 가능성은 존재하는가?

독일 통일에서도 보았듯이 통일은 어느날 갑자기 다가올 수도 있다. 그 시점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 상태대로라면 앞으로 수년간 북한이 큰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선 시장경제의 틀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사회 체제가 바뀌게 된다. 이념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세계 어느 국가도 국제 질서를 외면한 채 생존하기 어렵게 된다. 이같은 북한의 변화를 통일로 연결할 수만 있다면 통일은 10년 내에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것을 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한국이 가만히 있는데 북한이 어느날 갑자기 무너져 통일이 된다는 식의 사고는 대단히 위험천만하다. 서로 왕래가 단절된 상태에서 한쪽이 무너졌다고 다른 한쪽에 흡수 통일된 사례는 과거 역사에 없다. 한국에서 나오는 각종 통일론의 함정은 바로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변 강대국 관계에서 한국은 주도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빨리 이해해야 한다. 국제 사회 속의 한반도를 이해하지 않고는 통일이 먼 남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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