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부르는 ‘노르망디’의 추억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4.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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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독·프랑스 정상들, 상륙작전 60주년 맞춰 회동
한국의 6월은 6·25의 비극을 상기시키지만 프랑스의 6월은 2차 세계 대전의 전승을 ‘추억’케 한다. 한국의 6월6일은 호국 영령을 추모하는 현충일이지만, 프랑스의 6월6일은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측 승리의 결정적인 전기를 이룬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기념하는 날이다.

프랑스의 올해 6월6일은 특별하다. 상륙작전이 개시된 지 올해로 꼭 60주년을 맞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히틀러에 대항해 한 배를 탔던 미국과 당시 유럽 대륙의 최대 동맹국 프랑스는 지난해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옛 소련에 대한 봉쇄 정책이 펼쳐지면서 전후 50년 이상 대서양 동맹의 일원으로 미국의 든든한 친구였던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지난 5월1일 새로 회원 10개 국을 받아들여 더 커진 유럽연합은 노르망디 상륙 기념일에 즈음해 헌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그리고 연합국을 상대로 한판 전쟁을 벌였던 나라 독일의 슈뢰더 총리 등 대서양 양안의 각국 정상들은 올해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에, 그 치열했던 전투 현장의 참전 용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화해의 악수를 나눌 예정이다. 갈등을 봉합하고 상처를 치유해 대서양 동맹을 재건하려는 시도의 일환인 것이다. 단 4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장소와 세부 시간은 보안을 이유로 아직 비밀에 부쳐져 있다.
참전국들 특별 이벤트 벌여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정식 이름은 ‘오퍼레이션 오버로드’. 상륙작전 당시 전선을 지키고 있던 독일측 장수는 ‘사막의 여우’ 로멜이었다. 노르망디 해안에 있는 로쉬푸코 성에 대공포로 성벽을 두른 뒤 그곳에 홀로 머물렀던 로멜 장군은 자기 부인의 생일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D 데이’ 하루 전, 즉 1944년 6월5일 독일을 향해 출발했다.

연합군은 바로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6월6일 미명을 기해, 연합군은 각종 전함과 상륙정 5천 척에 15만 병력과 탱크·장갑차 등 전투 차량 3만대가 동원된 사상 최대의 상륙작전을 개시했다. ‘적군 상륙’ 보고를 받은 로멜은 즉각 귀대해 응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서양 동맹이 전쟁을 기념하는 방식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한국은 오랫동안 전쟁 개시일을 기념하며 북녘에 대한 증오심을 가르쳤다. 그러나 대서양 동맹은 개전일이나 종전일이 아닌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을 통해 화해와 평화를 일깨워왔다.

상륙작전을 기념하는 행사는 프랑스 바깥에서도 펼쳐진다. 영국의 전쟁박물관은 내년까지 1년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연다. 미국 뉴올리언스에 있는 국립디데이박물관은 6월 5, 6일 특별 이벤트를 개최한다. 수도 워싱턴에서는 국립제2차세계대전기념관이 기념일에 맞추어 새롭게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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