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군도 쩔쩔매는 중국 갱단 黑社會
  • 권오홍 ((주)장한신식 대표) ()
  • 승인 1995.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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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밀수·매음 일삼는 지하 조직 창궐…관·경찰과 결탁, 대만 조직과 ‘국제 연대’도
중국 사회가 늘어나는 지하 조직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흑사회(黑社會)’라고 불리는 이 지하 조직들은 개혁·개방과 함께 중국 사회 곳곳에 침투해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그동안 현장을 조사해 관련 자료를 수집해 온 중국 투자 전문가 권오홍씨의 기고를 통해 그 실태를 살펴본다. <편집자>

중국에서 흑사회란 ‘대규모 조직(幇)을 가진 범죄 집단’을 의미한다. 흑사회는 흑방(黑幇), 방회(幇會), 방파(幇派)로 불리기도 한다. 중국 공안부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90년 중국 내에는 5백여 개에 이르는 흑사회 조직이 있었다. 그러나 92년 중국 공안부가 전국 각 성시(省市) 공안청에 내린 조직 범죄 근절 지시에 따르면, 각종 범죄 조직은 1천8백여 개나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4천여 개가 중국 전역에 산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조직의 강령과 지방 활동 계획을 가지고 일부 지방 도시 또는 농촌에서의 활동을 조종하는데,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과 차량, 심지어 무기까지도 갖추고 있다.

지방·향촌·기업의 당위원회 서기나 총장 등 지도급 인사들이 흑방의 수뇌급이 되어 그 지방의 정당 조직을 이끌거나 재무·권력·세금포탈 등과 관련한 범죄를 주동하고, 기업 자금을 이용한 고리대금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폭력적 수단이 개입한다. 이들 조직은 아예 입회 조건을 내걸고 조직의 규율을 공포하거나 자체적으로 무장한 집법대(執法隊)를 통해 민사나 형사 사건까지 처리하기도 한다. 일부 흑사회는 지하 공장에서 가짜 여권이나 신분증을 제조해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홍콩 등지로 집단 밀항을 주도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개발된 루트들을 통해 마약 밀매와 밀수를 조직적으로 자행한다.

하남성의 경우 절도와 사기 범죄가 집중된 지역으로 적잖은 흑방이 기존 관방(官方) 선전 매체를 광고로 활용하여 조직원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부 촌락의 경우 그 지역의 당 고위간부가 방회의 우두머리가 되어 있다고 한다. 이들은 특히 열차와 도로로 운송되는 화물을 강탈하는 일이 잦다. 이같은 도로(철도 포함) 약탈 조직을 통칭해 ‘비호대(飛虎隊)’라고 한다.

장갑차 앞세운 정규군도 쩔쩔

일부 비호대는 좋은 통신 장비와 강력한 화력을 갖추어 정규군과 전투가 가능할 정도이다. 90년 10월에는 정규군 천명과 무장 경찰 수백명이 장갑차를 비롯한 우수한 화력을 앞세워 12시간이 넘는 전투를 벌이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일도 있었다.

중국 남부의 내륙 성(省)인 귀주에서는 이미 흑사회 조직에 의한 태업 조성 활동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백여 건에 이르는 총기 사건으로 3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흑룡강성도 주요 도시는 모두 흑방의 무대라고 볼 수 있으며, 공공연하게 신문·잡지 등 매체를 통한 회원 모집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회원들에게 무술을 전수하는 한편, 업무를 알선하거나 영화 무료 관람권·식권 따위를 주어 회원 수를 늘리고 있다. 내륙 지역인 산서·섬서 성에서 91년 한 해 법망에 걸린 흑사회의 방파는 3천7백여 개, 그 구성 인원만도 3만6천여 명에 달했다.

호남에서도 전문적으로 폭력을 사용해 민사 사건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 조직이 번성하고 있다. 상해는 전통적으로 방파의 본고장답게 이미 대부분의 시구(市區)가 각종 방파에 장악되었고, 이들 간의 패권 싸움도 끊이지 않는다. ‘절백당(折白黨)’이나 ‘절강방(浙江幇)’ ‘진중방(震中幇)’이 유명하다.

남부 지역은 경제 발달과 함께 특히 홍콩·대만계 폭력 조직과 연대가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이들 조직 간에 연합 활동 영역이 확장되어 이미 상당수 흑사회 조직이 공안(기관)을 비롯해 기업·기관 들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데, 이를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은 지경이다. 세관·은행·경찰에도 이들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될 정도다.

복건성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대만 기업의 투자가 많은 복건 지역은 투자 기업 중 상당수가 흑방 조직과 관련되어 유괴·납치 및 대만 매음굴과의 인적교류, 골동품 반출, 무기 밀매에 관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해 지역뿐만 아니라 서부 내륙 지역인 운남성도 베트남과의 접경 지역에서 마약 밀매를 중심으로 한 흑방 활동이 활발하다. 정치 폭력과 밀수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어 있다. 신강성에서는 인근 지역으로부터 공공연히 무기 밀매를 하고 있고, 공안 조직과 싸울 때 폭탄까지 사용한다.
처자식 건 불법 도박까지 성행

사천성은 중국내 부녀자 유괴 활동의 중심 지역으로 지목되는 지역이다. 중국 내에서 유괴되는 부녀자 수는 연간 3만여 명으로 추산되는데, 그 중 사천 지역이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유괴 및 인신매매의 비율이 높다. 유괴된 사람은 거의 중국 내에서 활용되거나 동남아 국가의 매음굴로 팔려간다.

이와 같이 지역을 가리지 않는 중국내 범죄 활동은 도시 지역에서는 강도·암살·매음·마약·도박 등의 형태를 띠고, 농촌 지역에서는 전문 절도, 봉건적 의미의 군벌화한 방회, 광신적인 사교 형태를 보인다. 군부대와 관의 느슨한 기강 때문에 발생되는 무기 밀매나 아편 등 마약류 유포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있고, 빈부 격차로 생겨나는 농촌 지역의 유민들을 흡수하면서 점차 강력한 흑사회들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흑사회들의 범죄는 관원과 경찰이 결탁해 발생하는 예가 많다. 이들은 흑사회 조직의 확산을 조장하는 세력이자 범죄의 근절을 막는 최대 장애 요인으로까지 지적되고 있다. 실제 90년대 들어 밀수 행위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는 예전보다 더 많은 관원이 이 행위와 관련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사기·강간·강도·납치·살인은 이미 체계적인 결합을 이루고 있다. 유괴 조직의 피해자는 이미 수십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은 ‘상품화’되어 각 지역으로 팔려나갔다. 방회들은 각각 특기를 가진 방회끼리 업무 결합을 통해 작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추적해 내기가 어렵다. 도박도 불법이지만 도농을 가리지 않고 횡행한다. 심지어 처자를 건 도박 행위까지 성행하여 이로 인해 50년대 초 폐지된 처첩 행위가 다시 부활하는 조짐마저 있다.

매음은 가장 번성하는 사업 중의 하나다. 실제 각종 범죄의 온상 격인 성적 대상물의 판매 행위는 중국 어느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유행하고 있다. 80년대 말 중국의 성병 보유 인구는 20만명을 넘었고, AIDS 공포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도·절도를 직업으로 하는 집단도 예외 없이 매음에 손대고 있다. 매음 조직은 90년대 들어 향락 산업의 발전과 함께 조직화하는 추세이다.

지금까지 파악된 흑사회 조직 규모는 최대 수천명, 최소 3~4명 수준이다. 그 중 대다수는 수십명 규모이다. 규모가 작을수록 행동을 빨리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 전국적 조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광동성 공안청의 내부 조사에 따르면, 광주 시에서 정식으로 흑사회에 입회한 조직원은 약 15만명인데, 대부분 신의방(新義幇) 삼합회(三合會) 백수당(白手黨) 두건당(頭巾黨) 흑수당(黑手黨)에 몸담고 있다. 이들은 인근 홍콩과 심천 간의 연계 조직인 십사케이(十四K) 수방(水房) 화승화(和勝和) 안화락(安和樂) 화승의(和勝義) 죽련방(竹聯幇) 사두방(沙頭幇)과 연계하고 있다. 복건성 흑사회의 규모는 광동성 다음이며, 이십사케이(二十四K) 금응방(金應幇) 부두방(釜頭幇) 형제회(兄弟會) 십자매방(十姉妹幇) 등 10여 방회 조직이 있다.

방회의 규모가 비교적 큰 것으로는, 광주의 신의방 삼합회와 동북의 진룡방(眞龍幇), 상해의 진중방(震中幇) 교동의 해천방(海泉幇) 강서의 와룡방(臥龍幇) 서북의 소요방(所要幇) 및 준의방(遵義幇:귀주) 동북호(東北虎:흑룡강), 흑수당(黑手黨:호남, 하남), 부두방 팔저매방(八姐妹幇:강서) 등이 꼽힌다.
省 경계 넘은 조직 연합도 활발

이들 흑사회는 사건을 만들면서 규합을 모색해, 조직의 형태가 날로 복잡해지고 있고 인원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성의 경계를 넘어 방파간 연합을 꾀함으로써 그들의 사업은 계속 번창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조직의 구성원 절대 다수가 이미 몇개의 ‘별(전과)’을 가지고 있어 범죄의 질이 날로 흉포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방회는 조직의 성격에 따라 대체로 경제성 방회, 봉건성 방회, 유민 방회, 무술성 방회, 정치성 방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경제성 방회는 말 그대로 경제(돈)를 목적으로 한다. 이들 흑방의 주요 활동은 밀수, 마약 판매, 매음, 강도, 절도, 유괴, 인신 매매이다. 근래에는 기업을 만들어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여 퍼져 있으며, 연해 지역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봉건성 방회는 대부분 역사적으로 전승된 조직이다. 예를 들어 삼합회·일관도(一寬道)·청방(淸幇)이 이 계통이다. 일부는 명확한 정치 의식이 있어 과거의 반청 복명과 같은 한족 의식을 강조하기도 하며, 모종의 지방 종파 혹은 종족(족벌) 세력에 헌신하는 조직도 있다. 그들은 보수 성향을 지닌 집단으로 일반적으로 매우 잔혹하며, 보복하거나 혹은 기반을 구축할 때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이런 특징은 경제성 방회와 크게 다른 점이다. 최근에는 이들 조직도 상업 활동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민 방회는 주로 도시의 청소년 유민들이 조직한다. 그들은 명확한 정치·경제 목표 없이 일시적인 친소 관계에 따라 범죄 조직을 구성한다. 구타·살인·강간·절도를 거리낌 없이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술성 방회는 소림이나 무당 등 각기 다른 무술 유파를 중심으로 구성된 방회들은 대부분 체력 단련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 엄격히는 흑사회의 범주에 넣을 수 없는 행정 혹은 민간 단체의 관리를 받는 사회 단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무술 유파의 경우 방회를 조직한 후 흑사회 조직으로 편입되는 경향도 있다. 중국에 한때 기공 열풍이 불었을 때, 기공 조직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으며, 이미 조직 범죄형 단체인 ‘기공당(氣功黨)’도 출현했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활동하면서 한편으로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중국 당국은 이같은 기공 조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매우 고심하고 있으며, 이들이 대규모로 정치 조직화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정치성 방회는 비정상적인 정치 활동을 하는 조직이다. 비록 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실제는 범죄를 목적으로 한다. 중국흑수당·매화당·군룡당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대규모 세력이 아니며, 내륙의 낙후된 지역을 무대로 한다.

모든 조직에는 두목이 있듯이 중국 흑사회 조직에도 방주(幇主)가 있다. 방주는 조직의 발기인이나 혹은 무예가 뛰어난 자 중에서 뽑히며, 통치 방식은 지극히 가부장적이다. 일부 방회의 방주는 세습되기도 하며, 고정적인 당구(堂口)를 두고 산하 조직 및 하부 단위를 둔다. 90년 초 동북 흑방의 두목이 체포된 적이 있는데, 이 방회는 두목을 구출하기 위해 뇌물·납치·위협, 심지어는 무장 탈옥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20세기 초 혼돈 재연될까 걱정

홍콩·대만은 닭 우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중국과 거리가 가깝다. 중국 경제가 이들로부터 유입된 자금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듯 흑사회 조직 또한 홍콩·대만에서 유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만 흑사회 두목들이 최근 꾸준히 중국을 방문하여 조직 확대에 노력하고 있고 일부는 기업형 투자를 늘리고도 있다. 이들은 폐쇄된 중국 흑사회에 ‘국제화’의 길을 열어주는 첨병 구실을 한다.

홍콩 흑사회의 경우 심천·산두·불산·동완·광주 등을 거점으로 하여 점차 대륙으로 세력을 뻗쳐가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 흑사회가 자체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보다 중국에서 몰래 넘어온 사람들을 활용해 범죄 행위를 하는 경우가 빈발한다. 홍콩 흑사회는 국경 지역의 허술함을 틈타 범죄를 저지른 후 도피시키는 방법으로 중국 연해 전지역을 ‘시한폭탄’ 매설장으로 바꾸고 있다. 홍콩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성항기병(省港旗兵)이 바로 이것이다. 연합 행동은 대개 마약·밀수·강도·절도로 나타난다.

중국의 조직 범죄는 이처럼 자본주의적 여건을 조성하면서 지난 15년간 계속 증가해 왔다.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이전 20세기 초엽의 혼란스런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중국내에서도 일고 있으며, 일부 서양 학자들이 예견하는 중국의 내분 현상이 바로 이러한 사회적 붕괴 징후들로 인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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