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의 '손정의 때리기'
  • 도쿄·蔡明錫 편집위원 ()
  • 승인 2000.06.2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언론, 소프트뱅크 경영 방식 집중 공격···시장 평가는 오히려 호전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에 대한 일본 언론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일련의 공격들은 단순한 이지메인가, 손정의 사장의 거품과 허상을 벗기는 작업인가.

시사 주간지 <아에라>는 ‘소프트뱅크 대연구, 허왕(虛王) 손정의’라는 제목으로 손정의 사장의 실상과 허상을 검증하는 기사를 연 5주째 내보내고 있다. 월간지 <프레지던트> 최근호는 ‘소프트뱅크식 연금술에 파탄은 없는가’라는 특집 기사를 싣고, 손정의 사장의 시가총액 경영 방식에 의문을 던졌다. 일부 주간지들은 손정의 사장의 사생활과 가족 문제까지 파헤치며 ‘인터넷 제국의 황제’라는 그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기에 바쁘다.

<아에라>에 따르면, 손정의 사장의 소프트뱅크는 실체가 없는 비대화 전략에 의해 공룡처럼 부풀려져 온 기업이다. 또 손정의 사장의 상술은 한마디로 주식의 평가이익을 이용한 현대판 연금술에 불과하다.

예컨대 소프트뱅크는 주가가 올라 얻은 평가이익을 밑천으로 삼아 자금을 조달해 야후를 비롯한 킹스턴 테크놀로지·지프 데이비스 등을 매수해 덩지를 부풀려 왔다. 매수하거나 투자한 기업들의 실적이 올라가면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덩달아 올라 평가이익이 팽창하고, 소프트뱅크는 다시 그 평가이익을 매수와 투자에 돌리는 현대판 연금술로 몸집을 불려 왔다는 것이다.
“현대판 연금술로 몸집만 불렸다”

<아에라>는 세계 제1의 갑부인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 사도 엄연히 윈도라는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인 점을 강조하면서, 손정의 사장의 소프트뱅크는 무한대로 투자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진공 비즈니스’ 기업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아에라>는 또 손정의 사장이 1974년 미국에 유학할 때 가방에 <유태인의 상법>이라는 책을 갖고 갔었다는 일화를 들면서, 그의 상술의 원천이 유태인 상법에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손정의 사장의 상술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격차를 이용한 타임머신 상법, 즉 인터넷 선진국인 미국의 기술을 후진국인 일본에 남보다 빨리 들여다 장사를 벌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합작 기업인 야후나 이트레이드 증권이 전형적인 예이다. <아에라>는 손정의 사장이 이같은 미·일 간의 시간·기술·금리 차이를 이용한 ‘격차 상술’의 묘미를 일찍이 유태인 상법에서 터득했다고 지적했다.

<아에라>는 손정의 사장의 시가총액 경영 방식에도 따끔한 일격을 가했다.

<아에라>에 따르면, 최근의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주주자본이익률(REO)이나 경영적 부가가치(EVA)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기업 가치와 기업 신용력을 높여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려고 한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주식 시가총액을 중시하는 재무 전략은 일반적인 일본 기업의 전략과는 크게 다르다. 미국에서도 이질적인 재무 전략이다. 미국의 기업들도 다른 기업 주식을 취득하지만, 전략상 자사 부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는 데 그친다. 소프트뱅크처럼 주식의 평가이익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미국에서는 기업 이익 증가에 직결되지 않는 주식 취득이 주주총회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 미국에서는 타사 주식을 취득하더라도 자금은 자사의 여유 자금이나 신용력을 기반으로 사채를 발행해 조달한다고 <아에라>는 지적했다.
반면 소프트뱅크는 인터넷 관련 기업 주식 보유→투자 기업의 주식 평가이익 상승→인터넷 기업에 대한 재투자로 산하에 계열 회사를 4백여 개나 거느리는 ‘인터넷 제국’으로 떠올랐다. 주식 시가총액, 즉 주식 평가이익을 중시하는 소프트뱅크식 경영은 주가가 계속 상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만약 계열 기업의 주가가 폭락한다면 손정의 사장의 인터넷 제국은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도 있다.

<아에라>는 소프트뱅크식 경영의 문제점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들었다. 첫째, 인터넷 관련 기업 중에서도 성장 기업과 비성장 기업의 구분이 확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터넷 관련 주식의 급격한 하락에서 보듯이 ‘IT 관련’이라는 소문만 나면 주식이 급등하던 시대는 지났다. 소프트뱅크 계열 기업 4백여 개 중에서 지금 성장성이 있는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주식 시장에서 계열 회사들의 성장성이 평가받지 못하면 계열 회사들이 상장하더라도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소프트뱅크식 주식 시가총액 경영이라는 대전제가 허물어진다.

두 번째, 계열 회사의 수익 상황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소프트뱅크 계열 회사 중 이익을 내는 회사는 몇 개뿐이다. 중심 기업인 야후 재팬이 지난 3월 11억5천만 엔, 인터넷 증권회사인 이트레이드 증권이 14억 엔, 투자 펀드 운영회사인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가 68억6천만 엔을 기록하고 있는 정도이다.

그런 여파로 소프트뱅크 자체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연결 결산 결과에 따르면 5백19억 엔 적자였다. 자연히 주가가 곤두박질할 수밖에 없었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올 2월 상장후 최고치인 19만8천 엔을 기록했으나, 주식 분할을 거쳐 지금은 1만5천 엔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하는 주식 시가총액도 전성기에는 10조 엔을 헤아렸으나, 현재는 3조 엔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아에라>는 주식 시가총액 증가를 전제로 한 소프트뱅크식 연금술이 주가 하락과 함께 큰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하면서, 실패를 모르던 손정의 사장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프트뱅크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들도 여기저기서 난관에 빠졌다.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킹스턴 테크놀로지와 출판사 지프 데이비스를 2천6백50억 엔이나 손해를 보고 팔아치운 데 이어, 미국내 지주 회사에 융자해 주었다가 엔고 때문에 상당한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마이크로소프트 사와 함께 추진해온 고속 인터넷 통신회사 ‘스피드네트’ 사업도 암초에 부딪혔다. 이것은 도쿄전력이 깔아놓은 광 케이블과 무선 설비를 이용해 싸고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3사 간에 주도권 싸움이 일어나고, 무선 단말기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음이 발견되어 올 8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전략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일본채권은행 인수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손정의 사장이 주식 시가총액 경영에 치우친 데는 사업을 시작할 때 은행들로부터 받은 냉대가 원인이다. 당시 은행들은 신출내기 사업가인 손정의 사장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소프트뱅크가 일단 성공을 거두자 주거래 은행을 폐지한다고 선언하고, 주식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을 중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재벌들은 주거래 은행을 정점으로 피라미드 식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쓰비시 재벌에는 미쓰비시 은행이, 스미토모 재벌에는 스미토모 은행이 그 정점에 군림하고 있는 식이다.
손정의, 은행 인수해 ‘금융 제국’ 기반 마련

전문가들은 손정의 사장이 경영 파탄으로 국유화한 일본채권은행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은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일본채권신용은행이 손정의 사장에게 넘어갈 경우 ‘손정의를 위한, 손정의에 의한, 손정의의 은행’ 즉 소프트뱅크 그룹의 기관 은행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우여곡절 끝에 오릭스·도쿄화재해상보험과 함께 일본채권신용은행을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물론 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경영을 주도할 예정이다.

손정의 사장이 주도한 제2의 벤처 주식 시장인 나스닥 재팬도 6월19일 오사카 증권거래소에서 개장했다. 이로써 손정의 사장은 산하에 인터넷 벤처 기업을 4백여 개 거느리는 인터넷 제국뿐 아니라, 은행과 주식 시장 그리고 증권과 벤처 캐피탈을 산하에 두는 ‘금융 제국’을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다.

인터넷 제국과 금융 제국이 결합한다면 손정의 사장은 추락하기는커녕 거대한 금융 인터넷 제국을 건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일본 주식 시장에서 소프트뱅크 주식에 대한 투자 열기가 다시 ‘사자’로 돌아서고 있는 이유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