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우도벤코 외무장관 현지 인터뷰/“남북 외무장관 회담 주선하겠다"
  • 우크라이나·이창주 편집자문위원 ()
  • 승인 1995.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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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군수 사업을 민수용으로 전환하고, 선박·자동차·항공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한국이 협력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한국은 우리의 기초·응용 과학 기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11월29일부터 12월3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방문 기간에 공로명 외무부장관과 만나 양국간 실질 협력 관계 증진과 국제 무대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무역협정과 양국 외무부간 협력의정서, 무역위원회 설치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투자보장협정·항공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내년에 김영삼 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레오니드 쿠츠마 대통령의 방한을 준비하는 것이다. 양국 최고 지도자의 만남은 양국 관계 발전에 역사적인 초석을 놓게 될 것이다. 이밖에 서울에 우크라이나 상주 공관을 개설하는 문제도 마무리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어떤 나라인지 간략히 설명해 달라.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해체되기 전에는 소련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나라였다. 91년 12월 국민투표를 통해 공식으로 독립을 선언한 이후에도 우리나라는 옛 소련 시절에 확보한 거대한 경제·기술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한국과는 92년 12월 외교 관계를 수립해 그 관계가 꾸준히 발전해 왔다. 비록 우크라이나가 북한과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태 지역에 관심을 가진 우리로서는 한국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그동안 양국은 서로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 때문에 양국 관계를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본다.

방사능 오염으로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관련국들과 가동 중단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을 폐쇄한다는 데는 일단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지금은 그 시기·방법·비용 문제를 놓고 미국 등 관련국들과 협의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의 방사능 오염은 일단은 우크라이나의 문제지만, 환경 오염이라는 면에서는 지구적인 문제다. 우리는 한국도 이 문제에 함께 참여하기를 바란다.

양국 국회가 전부터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 3월 우크라이나의 알렉산드르 모로즈 국회의장 일행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 국회의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의원들의 이같은 교류가 양국 관계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협력할 수 있는 사업 분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우크라이나는 기초·응용 과학 분야에서 고도의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을 합친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유전공학과 화학공업, 은행 설립, 관광산업과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원자력 발전소 건설, 기계 생산과 가공 분야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군수 산업을 민수용으로 전환하고, 선박·자동차·항공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은 ?

삼성·LG·대우 같은 한국 기업들이 사무소를 차리고 활동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 액화공장 설립, 다이아몬드 합작 생산, 전자 부품 생산, 통신 장비 생산, 어업 및 해양 산업, 은행과 호텔 설립에 합작사업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한국 자동차를 우크라이나에서 조립·생산하고,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에 통신망을 설치하는 사업이 한국에도 유익한 사업이 될 것이다. 현재 통신망 설치 사업은 현대·LG·대우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우크라이나 기업도 있는가?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정부 소속 무역사무소가 서울에 설치돼 활동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한국의 에너지 생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과학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는데.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에서 가장 중요한 공업 국가였고, 항공·우주·선박 건조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은 세계적이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가 우크라이나의 과학기술을 탐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일부 과학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머무르며 연구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련이 무너진 뒤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은 악화되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생산 감소, 제품의 경쟁력 상실 등 동유럽 국가들이 겪은 어려움을 우리도 겪고 있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모든 생산 분야에서 일관되게 시장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의 대외 정책 기조는 무엇인가?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외교, 과거처럼 이념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국익을 우선하는 것이다. 또 국제적으로 인정된 규범과 국제법 원칙을 지키고, 다른 나라와 맺은 계약상 의무와 공식적인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중시하는 지역은 어디인가?

유럽 국가이자 옛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가장 중시하는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러시아는 동유럽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안정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국가들과 새로운 협력 관계 틀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서유럽 국가들과도 전통적인 유대 관계를 회복하겠다.

우크라이나는 아·태 지역에 대해 관심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이지만, 아·태 지역 국가들과도 상호 이익과 신뢰의 원칙에 기초해 관계를 증진시키고 싶어한다. 최근 아·태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가 활성화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대외 정책에서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남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우크라이나가 가지고 있는 입장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은 남북한 모두와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한다. 남북한 간의 적대 관계는 아·태 지역 안보에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전세계의 평화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 문제 관련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평화 협상과 직접 정치 대화를 지지한다. 이를 통해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건설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아·태 지역과 전세계의 안정을 해치는 장애 요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92년 남북한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지난해 10월의 미·북한 핵 합의를 지지한다.

우크라이나는 남북한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우크라이나에는 남북한 공관이 각각 설치돼 있고, 남북한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가능한 한 빨리 남북 외무장관 회담을 키예프나 유엔, 혹은 제3국에서 주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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