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문화 / 프랑스
  • 스트라스부르·류재화 통신원 ()
  • 승인 200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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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시장 ‘민주주의’ 바람
루이 뷔통 매장에 가면 산소통이 있다. 저 먼 아시아로부터 달려온 일본 여성들이 마침내 발견한 ‘보물’ 앞에서 실신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자라’(중·저가 여성 의류의 대명사) 점원이라면 겪지 않아도 될 ‘몹쓸 일’을 루이 뷔통 점원은 자주 치른다.

화장품·향수·의류·시계·귀금속 등 내로라 하는 세계적 명품들 중에는 프랑스제가 즐비하지만, 프랑스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세계 굴지의 프랑스 명품 기업들은 내수 시장보다는 대개 해외 시장에 주력한다. 루이 뷔통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한국 마케팅 전략 기사가 유난히 많다. ‘한국은 9·11 테러 같은 외부 사건에도 영향을 덜 받는 최적의 시장이다!’ 루이 뷔통은 최근 중국·한국·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기업들에게 한국은 ‘피플’(영어 쓰기를 주저하는 나라 프랑스에서 ‘피플’ 하면 흔히 ‘잘 나가는 사람들’을 뜻한다)의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명품 업체들이 ‘피플’들, ‘해피 퓨(Happy Few)’들만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15년 사이 프랑스 명품 시장의 판도는 크게 변했다. 경제 전문지들은 이같은 변화를 한 문구로 요약한다.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소비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소비’로. 일반 서민도 한두 번은 큰마음 먹고 일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유명 사치품은 더 이상 어느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명품 시장에도 민주주의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피 퓨’족과 ‘해피 매니(Happy Many)’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경고한다. ‘해피 매니’가 사는 명품을 ‘해피 퓨’들은 더 이상 ‘명품’이라고 여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르티에나 피에르 카르댕, 이브-생 로랑 등 유수한 명품 업체들은 ‘해피 매니’족을 잡기 위한 중·저가 상품들을 내놓기 시작한 지 오래다. 값비싼 귀금속 가게들이 즐비한 파리의 방돔 가만 하더라도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젊은 세대를 위한 중·저가 보석 가게들이 부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석 가게와 함께 있다.

프랑스 여성 잡지들은 바캉스 철을 맞아 초고가 비치 샌들도 천연덕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신발의 여사제’라 불리는 올가 베를루티의 명품 구두는 2천5백 유로(한화 약 3백만원)에 이른다. 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희소 가치가 있는 것을 명품이라고 여기는 반면, 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인들은 명품의 민주주의 사회를 지향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미테이션도 품질만 좋으면 역시 ‘명품’으로 대접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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