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문화 / 중국
  • 베이징·이기현 통신원 ()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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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으로 간 골동품
최근 중국에서는 골동품이 더 이상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귀족적인 골동품’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서민적인 골동품’으로 둔갑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우리창(琉璃廠)과 판자위안(潘家園)은 중국 베이징에 자리 잡은 골동품 명소이다. 리우리창의 역사는 청대로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이곳에서는 골동품과 문방사우 등을 파는 가게들이 집단으로 형성되었는데, 청조가 멸망한 후에는 귀족의 후손들이 자신이 소장했던 골동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거리로 유명해졌다. 그 이후 대규모 시장이 형성되어 골동품을 파는 전문 거리가 되었다.

판자위안은 중국 전역에서 가장 큰 고문화 시장으로 매주 주말에 열린다. 이곳을 찾는 사람만 해도 하루에 5만 명 정도가 될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이다. 거래되는 물건의 종류만 해도 3천여 종이 넘는다. 전국 24개 성·시가 투자해 경영하는데 소수 민족들의 ‘민족 상품’ 또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리우리창과 판자위안에서 값비싼 진품 골동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귀족들이 쓰던 귀한 골동품 대신, 옛날 서민들이 쓰던 물건, 말 그대로의 골동품들과 전통 용품들이 자리를 잡았다. 할머니·할아버지가 쓰던 안경, 시계, 장신구, 소학교 교과서, 전족신(전족한 여성이 신었던 신) 등의 일상 용품부터 값비싼 골동품의 모조품, 소수 민족의 자수 공예품, 서화, 역사 인물도, 도자기, 마오쩌둥을 주인공으로 한 인물화·배지·어록 등 문화 상품 또한 가지각색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역시 진품을 찾는 투자가보다 중국 색채가 진한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자국 민족 문화에 관심 있는 내국인, 중국 관광 기념품을 사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대다수이다.

리우리창과 판자위안이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가 되자 중국 정부가 이 고문화 시장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리우리창 지역을 확장·재개발하고, 새로이 야바오루(雅寶路)라는 시장을 열었다. 부지 면적 3천8백㎡에 자리 잡은 야바오루는 청조 전통 건축 방식인 후통(胡同·단층 건물들이 늘어선 비좁은 골목길)을 따라 건설되었다. 야바오루 역시 리우리창이나 판자위안같이 도자기·옥기·서화·미술품 등 중국 전통 예술품을 팔고 있다.

일부에서는 리우리창과 판자위안 같은 고문화 시장이 이제는 싸구려 시장으로 전락했다고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긍정적인 편이다. 특정 계층만 누릴 수 있었던 골동품이 대중화하면서 중국 전통 문화를 대내외에 홍보하는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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