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앞에 두 손 든 중국
  • 베이징·주장환 통신원 ()
  • 승인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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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 수직 증가, 100만명에 달해…정부·국민의 무지·편견이 확산 부채질

사진설명 토요일 밤의 열기를 타고 : 중국 전역에선 번창하는 디스코장. 개혁과 개방은 중국 전역에 에이즈를 급속하게 퍼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전통 사회에서는 유교 윤리로,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주의윤리로 도덕적순결성을 지켜온 중국이 현대판 흑사병이라고불리는 에이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식 통계로도 에이즈감염자 증가율이 1985년 이래 해마다40%, 2000년에는 70%에 달했다. 추정되는 감염자 수만도 100만 명에 달하고 2010년에는 천만 명에 달할 것 같다. 이미 중국은 1998년 에이즈바이러스 보균자 세계 최다 보유 국가가 되었고, 여덟 가지 에이즈 바이러스가 나돌아세계 최다 에이즈 바이러스 종 보유 국가가 되었다. 문제는 급속한 에이즈 확산을 막아야할 주체들인 정부와 시민의 무지와 편견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에이즈 바이러스(HIV)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85년이다. 당시 에이즈 바이러스가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아프리카 서부지역에서 근무했다돌아온 이들에 의해 중국에 처음 상륙한에이즈는 이후 중국 전역으로 급속히 퍼졌다.처음에 윈난(雲南)·신장(新疆) 성과 같은 변방 지역에만나타나던 감염자는 허난(河南)·후베이(胡北) 성 등 내륙으로 확대되더니, 현재는 중국 전역에 퍼져 있다.


바이러스 종류·보균자 세계 최다 보유국

지난해 9월 현재 정부 공식통계에 잡힌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는 2만7백11명이다.이들 중 남녀 비율은 5.2 대 1로 남성이 월등히 높으며, 20대(56%)가 30대(24%)의 2배 이상을 차지한다. 감염자의 72%는 약물 주사를통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감염자 수는 1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우려하는 점은,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되는비율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재작년 동기에 비해 40.5%가 늘었다. 이는 마약중독자뿐 아니라일반인에게도 에이즈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이징 여우안(佑安)병원 의사장커(張可) 씨는 "중국 에이즈 발병 추세는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다. 마약 사용자 등 제한된 계층에서사회 전계층으로 확대되었다. 이제는 부모에 의해 수직 감염된 어린이환자들도 증가하고있다. 특히 현재의 바이러스 변이상황이나 성 접촉에 의한 감염률 증가 등은 중국 에이즈가 고속 증가기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추세라면 2010년에는비공식 통계로 감염자가 천만 명에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이토록 심각한데도적절한 억제 조처가 이루어지지않는 이유로 에이즈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첫 번째로 꼽았다.

최근 중국 위생부와 런민(人民) 대학이전국의 24∼64세 3천8백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이즈 관련 조사에서 응답자의 3.8%만이 혈액과 정액을 통해서만 감염된다고 답했다.응답자의 53.6%는 에이즈 환자가 사용한 젓가락이나그릇을 사용해도 감염되는 줄 알고 있었다. 또 재채기를통해 전염된다고생각하는 사람도 49.5%, 심지어는 악수를 통해 전염된다고 답한 사람도 29.5%에 달했다.또 이들중 45.3%는 콘돔 사용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사를 주관한 런민 대학보수이밍(薄水明) 교수는 "에이즈에 무지한정도가 상상 외로 심각하다. 제대로 습득한 지식이없으니 공포가 증폭되고, 환자들에 대한 편견역시 극에 달하는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국민 30%가 "악수해도 감염된다"

실제로 에이즈 감염자들이 받는 차별과 편견은 심각하다. 지난해 한 주민이 에이즈에감염된 것으로 드러나자 허난성 상차이(上蔡)현은 아예 에이즈 고장으로 낙인 찍혀, 주민이하나둘씩 마을을 등졌다. 또 아들이 에이즈에걸린 한 여성 노동자는 회사동료들이 배척해 통근 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회사 식당에출입이 금지되었으며, 기술 부서에서 청소부로이동해야만 했다.

에이즈에 무지하기는 정부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2000년10월27일 폐막된쓰촨성(四川省) 정부 소재지인 청두(成都)시의 제13기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7차 회의는 '청두 시 성병·에이즈 방지 관리조례'(초안)를 통과시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조례에따르면, 숙박업소·공중목욕탕·이발소·미용실·오락 시설에서 근무하는 이들은1년에 한번씩 지정 의료기관에 가서 성병 및 에이즈 감염 여부를 검사 받고, 건강 증명서를 발급받아야한다. 또 성병이나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밝혀지면 직장을 떠나야 할 뿐 아니라 공중 목욕탕 등 공공 장소에 출입을 금하고, 위반하면발각될 때마다 5백 위안씩 벌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조례가 중국 노동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평등 구직 및 직업 선택 권리를 침범할 뿐만 아니라 중국 위생부가 제정한'에이즈 감염자 관리 조처'에 명시된 '감염을 이유로 학업·직장·사회 활동에 참여할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위반했다고 지적한다. 중국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츄런종(邱仁宗) 교수는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정부 부문에서도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라고 개탄했다.

중국 정부의 에이즈 확산방지 대책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전국 22개 성과 자치구에진료소 6백여 곳을 설치해 성병환자와 마약 복용자에게 검진을 독촉하고,헌혈을 통한감염을 막으려고 매혈 행위를 금지하는 수준이다. 사회주의와 결합한 정부가 성에보수적인 것도 효과적인 대책 마련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등장한 콘돔 광고가 성 관련 상품 소비를 부추기는 등 중국의 사회 통념과 도덕에정면으로 배치한다는이유로 한때 강제로 중단된 사건이 일어난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민간부문의 노력은구체적이다. 1999년 베이징에서발족한 중국최초 에이즈 클럽 '붉은 리본의 집'이 대표적이다. 이 클럽은 정상 생활을 영위하는 데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이즈 환자와 사회를 잇는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환자를 위한 강좌와 심포지엄 개최,회지 발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클럽 관계자 우웨이(吳衛) 씨는 "지금중국에서 에이즈 확대 방지와관련해 제일 중요한 사업은 에이즈에 대한편견과 무지를 극복하는 일이다.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과에이즈 병 자체에 대한 무지와 계속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시민들의 무지와 편견 탓에 에이즈는 현재 중국전역에서 무서운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위생부 관리는 지난 12월 초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행한 국영 방송 CCTV와의 인터뷰에서 에이즈 확대 방지를위한 특단의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에이즈 예방과 억제를위한 중·장기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에이즈 감염자 증가율을 연간15% 이하로 반드시 낮추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지금 중국에서 필요한 것은 특단의 조처나 계획 그리고 공허한 수치가 아니라,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및 환자들에 대한 따뜻한배려와 관심을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실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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