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사랑한다면 MEC처럼
  • 토론토·김영신 통신원 (kimoshin@e-sisa.co.kr)
  • 승인 2002.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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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야외 활동 의류·장비 제조업체, 야생 보호 등에 거액 기부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캐나다인 사이에서, 마운틴 이큅먼트 코업(MEC: Mountain Equipment Co-op)이라는 상표를 단 의류와 장비들은 퍽 인기가 높다. 밴쿠버에 기반을 둔 이 회사는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환경주의를 표방한 기업 이념과 사회 환원 활동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눈길을 끄는 ‘녹색 기업’이다.


MEC는 1960년대 말 야외 스포츠를 즐기던 캐나다인들이 그 장비를 국경 너머 미국의 시애틀에서 사들이지 않고 직접 만들기로 작정하면서 탄생했다. 1971년 봄, 초기 멤버 6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등산·암벽 등반·하이킹·스키 산악 여행 장비를 생산·공급해 왔다.





이 회사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코업’(co-operative;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그것도 모든 고객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고객들은 물건을 구입할 때 5달러(약 4천5백원)짜리 주식 한 주를 사면 누구나 종신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원 자격을 얻게 되면 MEC에서 물건을 사거나 빌릴 수 있는 것은 물론, MEC 운영위원단을 선출하는 투표권을 가지며, 운영위원에 출마할 수 있다.현재 회원은 1백50만 명에 달한다.


기업 이념도 남다른 데가 있다. 1971년 창립 당시부터 이어진 회사의 핵심 목표는 ‘대자연 속에서 야외 활동을 즐기는 이들에게 싼값의 상품을 다양하고 교육적인 정보와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회사가 제시하는 비전은 윤리와 통합, 인간 존중, 공동체 정신과 협업, 자연 환경 보존, 개인의 성장과 지속적인 교육 등이다. 일반 사기업과는 영판 다르다.


2001년 MEC의 매출은 1억5천9백만 달러. 그러나 이들은 서비스에 주력하지, 이윤에 주력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매년 말 잉여금이 발생하면 회사 발전에 재투자하거나 회원들에게 주식으로 나누어 주는 것이 증거이다.
또한 MEC는 총매출의 0.4%를 환경 관련 분야에 기부한다. 1987년부터는 공원과 보존 지역을 마련하기 위한 대지 구입, 야생 생물 조사 및 야외 활동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에 3백90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5년 전 MEC는 기존 매장과 신설 매장을 환경 친화적으로 건설하는 ‘그린 빌딩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했다.


코업 회원들은 회사의 원칙을 준수하는 데 열성이다. 모든 결정, 즉 어디에 매장을 열지에서부터 현재 공개되지 않고 있는 고객 데이터 베이스를 다른 데 돈을 받고 팔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 회원들의 의사가 반영된다. 이들은 MEC 상품의 상당 부분이 제조되는 아시아 지역 공장의 근로 여건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유기농 면사 기준이라든가, MEC 매장 시설에 칠한 페인트의 유해성 문제까지도 꼼꼼하게 따진다.



매장에 칠한 페인트 유해성까지 꼼꼼이 따져


MEC는 현재 밴쿠버·캘거리·에드먼턴·토론토·오타와·핼리팩스·위니펙에 매장이 있고, 2003년에는 몬트리올에 새 매장을 열 예정이다. 30년이라는 긴 역사나 매출 규모에 견주면 매우 더딘 발걸음이다. MEC의 피터 로빈슨 사장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확장은 코업의 핵심 가치, 특히 환경 중시 정신을 거스른다고 지적한다.


2000년 MEC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로빈슨 사장의 이력도 평범하지 않다. 대학 시절 지리학을 전공한 그는 12년간 파크레인저(캐나다의 자연공원 관리자)로 산불과 싸우며 수색 및 인명 구조 자원 봉사자로 일했고, 주거 개선 건설 사업 분야에서 오랫 동안 경력을 쌓았다.


로빈슨 사장은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우리가 만든 옷과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자연과 환경에 대해 깨닫고 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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