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배상금 논의
  •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2.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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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달러 지원’, 3년 전 베를린 미사일 회담 때 이미 나와



북·일 수교 협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실감 난다. 북·일 간에 비공식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20억 달러 선지급설’은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1999년 10월 북·미 간의 베를린 미사일 협상때 이미 나온 얘기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면 일본을 설득해 경협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비공식으로 약속했다. 일본측도 받아들였다. 그 비슷한 시점에 일본 외무성 심의관이 서울을 방문해 “일본이 북한 미사일 관련 대금으로 20억 달러를 선지급해야 될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냐”라며 국내 대북 전문가들에게 탐문하고 돌아간 사실이 포착되기도 했다.



현재 비공개리에 거론되고 있는 배상금 협상도 당시 논의의 반복이다. 워싱턴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은 과거 보상액으로 100억 달러, 미사일 문제 해결 대가(경협자금 명분)로 5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고 일본은 합쳐서 50억 달러 수준을 얘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느 수준에서 타결될지가 관건이다.



그 다음 검토할 사항은 바로 북·일 배상금 협상과 맞물려 돌아갈 북·미 관계의 향방이다. 우선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클린턴 정권 말기에 거의 합의에 도달한 상태였다. 다만 부시 행정부 들어 핵사찰과 북한 재래식 전력 문제 등 두 가지가 추가되었는데, 이 중 핵문제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재래식 전력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해법이 나와 있다.


지난 6월3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특사가 방북하게 될 경우 북한 재래식 무기 감축과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문제’와 연계해 협의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안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결국 북·미간 현안에 대한 해법이 이미 대충 나온 상태에서 얽혀 있던 북·일 관계가 수교로 직행하게 되면 북·미 관계 역시 대전환의 길로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 방문에 앞서 9월12일 부시 대통령과 만나리라는 점, 그리고 북·일 정상회담에 이어 미국 특사 평양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 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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