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할아버지, 나치 독일 도왔다
  • 프랑크푸르트·허 광 편집위원 (rena@sisapress.com)
  • 승인 200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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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자금줄 ‘유니언 뱅킹’ 중역…반역죄 판결에 재산 몰수당해
미국이 히틀러 독재로부터 유럽을 구했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이런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있다. 히틀러에게 전차를 팔고 기름을 댄 것은 미국 기업이다. 제너럴 모터스·록펠러 그룹에 속하는 스탠더드 오일이 그들이다. 코카콜라는 히틀러가 나치즘을 선전하는 무대로 삼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후원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미국 정부는 2차 세계대전에 개입한 후 그 때까지 나치스와 거래한 기업들을 색출했는데 이 중 1942년 10월에 적발된 기업이 ‘유니언 뱅킹 코퍼레이션’이다. 이때 재산을 몰수당하고 반역죄 판결을 받은 유니언 뱅킹 중역은 프레스코트 부시, 바로 현 부시 대통령의 조부이다.


유니언 뱅킹은 1924년, 독일 기업 튀센과 합작해 뉴욕에서 문을 열었는데, 튀센은 히틀러의 권력 장악을 돕는 자금을 댄 대표적인 기업이다. 프레스코트는 유니언 뱅킹의 중역으로서 튀센의 재무 관리를 맡았으니 히틀러에게 흘러가는 월가 자금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 셈이다.


유니언 뱅킹의 물주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모스코바 주재 대사였으며, 베트남 전쟁 때까지 미국 외교에 깊이 개입했던 애브럴 해리먼이다. 그는 1926년에 설립된 독일 최대 규모 기업인 ‘독일 철강 트러스트’에 투자해 독일 군수산업을 지원했는데, 철강 트러스트가 세계 공황에 휩쓸려 파산하자 독일 정부가 시도한 국유화를 가로막고 튀센이 경영권을 갖게끔 공작을 벌였다.


히틀러가 1933년 2월 의회 방화 사건을 통해 정적을 제거하고 독재체제를 굳히게 되자 5월에 베를린에서 독·미 무역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 때 미국쪽 협상 대표가 당시 독일계 기업의 국제 변호사였고 1950년대에는 공화당 실력자, 냉전 외교의 대변자로 유명했던 존 포스터 덜레스이다. 전후 덜레스와 그의 친구 앨런 중앙정보국장의 도움을 받아 정계에 복귀한 프레스코트는 1972년에 죽기까지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냈다. 미국이 독일을 히틀러 독재에서 해방했다고 하지만, 미국에 히틀러 지원 세력이 없었다면 그 해방은 불필요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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