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놈 옆에 있다 벼락 맞은 격”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2.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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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섬 테러, ‘친미 괘씸죄’ 호주 겨냥한 보복



지난 10월12일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 사건은 ‘엉뚱하게도’ 호주를 겨냥한 것이다. 호주는 발리 섬 테러 사건으로 최대 인명 피해를 보았다. 전체 사망자 1백88명(10월18일 현재) 가운데 호주인이 30명을 넘는다. 외국인 희생자 가운데 최다이다. 이웃 나라 뉴질랜드의 헬렌 클라크 총리는 발리 섬 사건을 아예 ‘호주판 9·11’이라고 명명했다.


잔뜩 독이 오른 호주 당국은 테러 용의자를 직접 찾아 단죄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법무장관과 외무장관 등 최고위 관리들이 줄줄이 사건 현장을 찾았다. 인도네시아를 빼고는 발리 섬 테러 사건과 관련된 당사국 중 가장 바쁜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가 바로 호주이다.


발리 섬 사건에서 호주가 최대 피해를 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테러범들은 의도적으로 호주인이 많은 장소를 골라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발리 섬 사건은 미국에는 이라크 공격 계획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호주에는 ‘과거 소행’에 대한 복수를 뜻한다.


호주는 지난해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부터 미국의 반테러 전쟁을 적극 지지했다. 예컨대 앤저스(ANZUS·호주·뉴질랜드·미국 간 방위 공동체)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에 군사 원조를 제공하는 조약을 앞장서서 발기해 통과시켰다. 테러 자금줄을 차단하는 유엔 협약에도 가장 먼저 서명했고, 자국 내에서는 반테러 법안을 신속하게 마련했다.


호주는 또 미국 행정 명령에 따라 테러 관련 자산도 동결했다. 이것도 모자라 영국와 함께 미국이 줄기차게 추진해온 이라크 공격 계획도 지지해왔다.


이슬람 테러리스트, 그것도 반미 성전의 기수인 알 카에다와 공조 관계인 테러 집단의 눈으로 보자면 호주는 미운 짓만 골라 가며 한 셈이다. 호주로서는 ‘남의 전쟁’이었던 반테러 전쟁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나의 전쟁’으로 변했다. 이 바람에 호주 사람들 뿐 아니라 호주를 드나드는 외국인도 덩달아 피곤해지게 생겼다. 미국에 이어 호주 공항에서도 검문·검색 절차가 까다로워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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