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고성능 엔진 달다
  • 베이징·이강재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2.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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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세대 지도부, 성장 위주 정책 펼 듯…실업 문제가 가장 큰 복병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당 총서기로서 제16차 당 대회에서 새 지도부에 분명한 종착점을 제시했다. 중국 경제를 2020년까지 2000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4배의 경제 규모로 확장해 인구 1인당 국민소득을 3천 달러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 달성 전망이 현재로서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성장률은 연평균 10%대에 육박하고 물가 상승률은 1%에 그치며, 수출 증가율은 15%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는 4백억 달러 수준으로 중국 대륙 전체가 세계의 투자처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개혁·개방 이후 생기기 시작한 부정적인 사회·경제적 유산이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되고 있다. 10배 이상 차이 나는 계층·지역간 소득 불균형, 3천6백만명에 달하는 실업 인구, 4대 국유 은행 대출의 90%를 가져가는 국유 기업의 부실 채권, 환경 오염이 그것들이다. 모두 앞으로 중국을 끌고나갈 제4세대 지도부를 가로막을 걸림돌이다.


제4세대 지도부는 개혁·개방을 계속 확대하고, 사영 경제를 더욱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경제 운영 기조를 짠 것으로 알려졌다. 즉 고도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두되, 다른 문제점들은 사영 경제를 최대한 활성화해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내국인 전용 A주, 외국인에 개방


따라서 새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 규모를 최대한 늘리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 기업이 중국의 고성능 성장 엔진이 되는 것이다. 오는 12월부터 내국인 전용 A주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키로 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또 적자 예산을 감수하더라도 당분간 경기부양책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내수를 적극 진작하려는 것이다.


새 지도부는 고도 성장의 새로운 주체인 사영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복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장쩌민 주석이 제창한 ‘3개 대표 중요 사상’을 당헌에 삽입해 사영 경제의 지위를 굳게 다져 놓았다. 중국 당국은 이같은 사영 경제 활성화를 통해 경제 관련 현안들이 저절로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업 문제. 현재 해마다 천만명씩 신규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사실상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을 모두 수용할 만한 경제의 ‘파이’를 늘리는 수밖에 없고, 이 역할을 사영 경제가 맡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당면 과제를 수행할 제4 세대 지도부의 경제팀은 어떻게 꾸려질까. 현재는 주룽지(朱鎔基) 총리, 금융과 농업 담당 원자바오(溫家寶), 국유 기업 개혁 담당 우방궈(吳邦國) 부총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6차 당 대회가 끝난 시점에서, 주룽지 총리의 역할은 원 부총리가 승계할 것이 유력하다. 그는 현재 농업 및 금융 담당 경제 부총리를 맡고 있으며, 1993년부터 중국 경제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해 왔기 때문에 새 경제팀의 수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문제는 추진력이 약해 보인다는 점이지만, 중국 소식통들은 “대부분 외국 언론에 비친 모습과 실제는 다르다”라고 말한다. 그가 거시적 경제 안목은 조금 뒤떨어질지 모르나 업무 장악력과 추진력은 상당하다는 평가이다. 벌써부터 국무원 주요 인사를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세로 떠오른 장주석의 경제통 쩡페이옌


다음이 경제 담당 부총리들인데, 정치국 상무위원이 9명으로 느는 바람에 현재로서는 어떻게 배치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 소식통들은 현 상무위원 중 누가 부총리가 되더라도 ‘관리형’ 지도자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 부총리 승진설이 나도는 쩡페이옌(曾培炎) 현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주임만은 예외로 본다. 그는 이번 16차 대회 도중 경제 관련 기자 회견을 할 만큼 중국 경제의 실세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그는 또 장 주석의 꾀주머니인 쩡칭훙(曾慶紅)과 함께 ‘2쩡’으로 불릴 정도로, 장주석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졌다. 왕후닝 당 중앙정책 연구실 부주임이 장 주석의 브레인이고, 쩡칭훙 정치국 상무위원이 장 주석의 그림자라면, 쩡 주임은 쟝 주석의 경제통인 셈이다. 현재 그는 중국 최대 국가 사업 중 하나인 싼샤(三峽) 댐 건설위원회와 서부 대개발 영도소조도 책임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 운영에 대해서 그만큼 아는 이도 드물다. 특히 그는 지난해 설립된 국가 정보화 영도소조 조장도 맡고 있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IT 산업’의 총책인 셈이다.


이밖에 그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국무원의 거시 담당 부서 수장인 리룽룽(李榮融) 국가경제무역위원회 주임, 샹화이청(項懷誠) 재정부 부장, 다이샹룽(戴相龍) 인민은행 행장도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거쳐 보직 변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 중 샹 재정부장과 다이 행장은 주 총리 라인으로 분류되고, ‘금융과 재정 정책을 통한 거시 통제’라는 주 총리의 경제 개혁 방식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이 기용되는지 여부가 앞으로 중국 경제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 구성된 중국 지도부는 당분간 중국 경제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할 것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여기서 파생하는 문제는 사영 경제의 힘을 빌려 해결하고자 한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중국 공산당은 역설하지만, 이러다가 중국이 공산당 깃발을 스스로 내리는 것이 아닌가 서양 관측통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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