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누드촌 사업 ‘번창 일로’
  • 뉴욕·최수진 통신원 ()
  • 승인 200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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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누드 리조트 등 ‘나체족 산업’ 크게 성장
열대야를 견뎌내다 보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바닷물에 풍덩 몸을 담가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맨몸으로 바닷물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아무도 없는 집에서라도 알몸으로 있으려면 왠지 불안하고 쑥스러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이 10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로 한창 몸살을 앓고 있을 때 미국 버지니아 주 아발론 리조트에서는 나체족을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아발론 리조트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약 2시간 달리면 나타난다. 수영장과 레스토랑, 간단한 놀이 시설이 갖추어진 작은 운동장 등이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리조트와 전혀 다를 바 없다. 다만 입장 조건이 다르다. 리조트를 즐기려면 홀딱 벗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8월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아발론 리조트에서 열린 여름 음악회의 주인공은 자연주의자 가수로 알려진 존 고르카와 아밀리아 스파이서. 이들도 역시 맨몸이었다. 짙푸른 하늘과 녹음 속에서 가족 단위로 놀러온 나체 피서객들은 이들과 어울려 잠시나마 자연 그 자체로 돌아갔다.

미국에는 자연주의자들을 위한 나체 해변(누드 비치)이나 리조트 시설이 꽤 있다. 각 주의 공원국이 관리하는 주립 해수욕장에도 나체 해변이 따로 있는가 하면, 개인이 운영하는 누드 리조트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마이애미 주의 하우러버 비치, 뉴욕 주 롱아일랜드의 파이어 아일랜드,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블랙 비치는 주립 공원 부설 누드 비치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누드 클럽과 리조트, 캠핑장이 미국과 캐나다에 널리 퍼져 있다.
인간의 몸을 나무나 풀과 다름없는 자연 그자체로 받아들이며 사는 자연주의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자신의 나체를 사회에 노출함으로써 자연주의를 실천하는 부류와, 자신만의 나체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는 부류이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보수층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누드’를 몸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나체 레크리에이션은 미국인들에게 상당히 보편적이다. 2000년 실시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명중 1명이 누드 일광욕이나 누드 찜질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모두가 자신을 자연주의자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누드 레크리에이션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덩달아 이들을 위한 위락 시설도 함께 늘고 있다.

호기심에 누드 해수욕장을 찾는 ‘일반인’(나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을 편의상 일반인이라고 호칭한다)들을 누드족은 관대하게 맞이한다. 그러나 ‘구경’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암묵적으로 퇴장 신호를 보낸다. 일반인 스스로 자리를 뜨게 되는 경우도 많다. 미국 내 자연주의자 단체인 자유주의협회는 ‘인간의 몸을 자연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며, 누드 레크리에이션은 그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나체를 옹호한다. 이들은 또한 자연주의 철학에 동감하지 않더라도 누드 레크리에이션은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이같은 과정을 통해 인간의 몸을 자연으로 받아들이는 자연주의 철학이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누드는 불법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간단히 내릴 수 없지만,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미국에서 실정법으로 누드를 금지하고 있는 주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드를 실천할 수 있다면 오산이다. 각 주법이나 시 조례가 대중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정신적인 안정감을 위협하는 경우에는 경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순수한 누드가 간혹 외설로 간주될 수도 있는데, 이때 최종적인 판단은 법 집행 기관이 한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최근, 여행이나 축제 같은 미국의 나체족 관련 산업 규모가 10년 전 연간 1억2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약 4억 달러로 성장했다며, 나체주의가 산업 측면에서도 ‘틈새 시장’ 수준을 탈피해 버젓한 레저 산업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타임>에 따르면, 나체족들은 회원제로 고객을 유치해 북미 전역은 물론 멕시코 칸쿤, 지중해 일대, 자메이카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휴양지를 돌며 나체 여행을 즐긴다는 것이다. 나체 여행 상품도 다양해져 최근에는 나체족만을 위한 지중해 크루즈, 신혼 부부를 위한 나체 여행, 심지어 나체로 즐기는 아마존 탐험 상품까지 나왔다. 미국 최대의 나체 레저 단체인 전미누드레크리에이션협회(AANR)의 회원 수도 5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사회적 누드’에는 찬성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특별한 여행’을 위해 알몸을 드러낼 용의를 가진 사람들이 그만큼 늘고 있음을 반증한다. 적어도 미국인들에게 나체는 더 이상 ‘진풍경’이 아닌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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