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양서류가 사라진다
  • 부에노스아이레스·손정수 통신원 ()
  • 승인 2004.11.0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UCN “100종 이상 멸종 위기” 발표…환경 오염·경작지 확대가 주범
지구상의 양서류 동물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놓였다. 양서류가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는 세계 곳곳에서 벌써부터 있어왔다. 그런데 최근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세계 60개국 5백여 과학자들은 지난 3년간 양서류 5천7백43 종의 분포와 실태에 대해 방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가 지난 10월14일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등의 이름으로 미국과 스위스에서 발표되었다. 핵심은 간단하다. 지난 1세기 동안 진행된 양서류 멸종이 그 이전 수천 년간 진행되어온 수준과 맞먹을 정도로 엄청나게 폭발적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학계에 알려진 5천7백43종 가운데, 전체의 32%에 이르는 1천8백56종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충분한 자료가 없는 1천3백종에 대해서도, 대부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은 남미 지역이 가장 심각하다. 이번 조사 결과, 양서류는 대부분 남미 지역에서 수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콜롬비아의 경우, 양서류 2백8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과학자들은 진단했다. 그 외에도 멕시코(1백91종), 에콰도르(1백63종), 브라질(1백10종)이 콜롬비아의 뒤를 이어 멸종 위기에 놓인 양서류 종류가 가장 많은 나라로 꼽혔다. 유일하게 남미가 아닌 나라는 중국으로, 86종이 멸종 위기에 몰린 것으로 조사되었다.

양서류, 최근 20년 사이 1백22종 사라져

현재의 추세가 그대로 방치될 경우, 남미에서는 더 이상 개구리와 두꺼비를 볼 수 없는 날이 올지 모른다. 콜롬비아의 경우, 개구리와 두꺼비만 8종이 국제자연보호연맹이 작성하는 ‘적색 명단’에 무더기로 올랐다. 에콰도르의 경우는 더 심각해, 두꺼비 10종과 개구리 8종이 멸종 위기의 적색 명단에 올랐다.

이번 조사 결과, 양서류의 서식 조건은 조류나 포유류보다 더 위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류의 12%, 전체 포유류의 23%가 생존을 위협받는 데 비해 양서류는 32%가 멸종 위기에 놓인 것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양서류 멸종 현상은 특히 198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1980년부터 현재까지 최저 9종이 확실하게 자취를 감추었고, 다른 1백13종도 살아 있다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멸종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약 20년 사이 무려 1백22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린 데 대해 과학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서류는 조류와 포유류 다음으로 개체 수가 많은 동물이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은 생태계에 대한 완벽한 평가를 위해 조류·포유류를 함께 비교해 조사했다. 이 기구의 아침 스테이네르 사무총장은 “지구상의 양서류 가운데 3분의 1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인간도 잠재적으로 멸종될 수 있는 상태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경고했다.

남미에서는 프랑스 요리 전문 식당을 제외하고는 개구리나 두꺼비를 식용으로 즐기지 않는다. 더욱이 소수 인디오를 제외하고는 약용으로도 쓰지 않는다. 그런 양서류가 남미에서 유독 맥을 못추고 멸종되는 현상은 자연 환경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일부 과학자들은 양서류 멸종의 주범으로 ‘치트리디오미코시스’라는 전염병을 꼽는다. 북미와 남미, 카리브 해,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 광범위하게 퍼진 이 감염성 높은 질병이 남미의 양서류를 급격하게 감소시키는 직접 원인이라는 것이다.

환경 변화로 서식지 훼손 심각

이 질병은 기후 변동에 따른 가뭄 때 특히 유행한다는 사실이 새로운 연구 결과 밝혀졌다. 바꾸어 말해, 환경 변화가 양서류 멸종을 부추기는 주된 원인인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광산 개발, 수력 발전, 토목 공사, 경지 개량, 수로 개발 등 양서류 서식지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인간의 활동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아울러 대기 오염이나 수질 오염도 직·간접으로 양서류 서식에 영향을 끼친다. 국제자연보호연맹 시몬 스트와트 합동조사단장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양서류는 담수에 의존하는 변온 동물로서, 특히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양서류는 허파는 물론 피부로도 호흡한다. 양서류는 또 뭍과 물에서 동시에 생활하기 때문에, 둘 중 어느 한쪽의 환경이 나빠져도 생활하기 어렵다. 이 경우 환경 파괴는 양서류 생존의 최대 위협이다. 합동 조사에 참여했던 자연보호 그룹 ‘네이처 서브’의 동물학자 브루스 용은 “막연하게나마 자연 상태의 악화로 양서류 생존이 위협받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번 조사로 그 심각성이 눈앞에 확실하게 제시됐다”라고 말했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은 양서류 실태와 함께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목록인 ‘적색 명단’도 아울러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남미 나라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양서류를 포함해 모두 4백76 종의 동물이 멸종 직전에 있거나 멸종 위험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유일한 소문쿠라개구리가 그 중 하나다. ‘생태를 알 수 없는 종’으로 분류된 한 달팽이는 아르헨티나 북부 접경 지대의 자시레타 수력댐이 건설되면서 사라졌다.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를 맞았다고 분류된 아르헨티나 동물 가운데에는 짧은꼬리친칠라·금강앵무새·남극물새 등 ‘남미의 명물’이 포함되어 있다. 이 밖에도 ‘즉각적인 위험은 없으나 높은 멸종 위험’으로 분류된 동물로는 아르마디요(남미산 갑옷쥐)·청고래·바다수달·노랑홍관조·살쾡이 등이 있으며, 파타고니아에 서식하는 소문쿠라개구리도 이 항목에 분류되었다.

아르헨티나 국립야생동물국 감찰 담당관 마르셀로 실바 크우메는, 농경지 면적이 늘고 있는 것을 동물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국제 시장에서 소고기와 콩 수요가 급증하면서 붐을 타기 시작한 경작 면적 확장이 생태계에 층격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남미 사슴 우에물이 대표적이다. 무분별한 밀렵, 서로 서식지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적사슴의 이입, 적절한 통제가 없는 관광지 개발 등이 우에물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