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3수생’ 한 풀까
  • 스트라스부르·류재화 통신원 ()
  • 승인 2004.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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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유치 세 번째 도전…런던·뉴욕 등 제치고 2012년 개최지 1순위로 꼽혀
2012년 올림픽의 불꽃은 파리에서 타오를 수 있을까. 파리 밤하늘의 에펠탑은 지금 ‘파리 2012’라는 로고로 휘황찬란하다. 파리는 현재 2012년 여름 올림픽 개최 후보지로 가장 유력하게 떠올라 있다.

우선 1차 숙제를 끝냈다. 지난 11월 초 6백 쪽이 넘는 두툼한 공식 보고서 및 질의 응답서를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제출했다. 다른 후보 도시들보다 가장 앞서 ‘답안지’를 낸 것이다.

프랑스는 2005년 3월 초가 되면 올림픽 유치를 위해 각종 행사를 집중적으로 치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왜 3월인가. 바로 이 때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시험 감독관’들이 올림픽 개최지 적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파리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파리의 올림픽 유치 시험은 이번이 ‘3수’째이다. 이미 두 차례나 고배를 마신 터라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최상의 기회를 잡았다며 낙관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탕 남작의 고향을 더 이상 무시할 리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리는 1900년과 1924년, 두 차례 올림픽을 연 바 있다. 그러나 1924년 올림픽으로만 따져도 이미 80년 전 얘기다.

또 이번만큼은 다른 경쟁 도시에 비해 뒤질 것이 없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지난 1992년 유치전에 도전했을 때는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의 막강한 지지를 받았던 바르셀로나가 버티고 있었다. 2008년 유치 경쟁에서는 중국 베이징이라는 거대 변수가 있었다. 정체성의 변화와 이미지 혁신을 모색하던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베이징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만큼 명분에서 파리가 밀렸던 것이다.

2012년 올림픽 개최 후보 도시는 파리를 필두로 스페인 마드리드,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러시아 모스크바 다섯 곳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나머지 후보 도시들의 취약점을 주로 언급하면서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2005년 7월 최종 결정 앞두고 5개 도시 각축

파리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스페인의 마드리드다. 마드리드는 스페인 지방 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국제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올림픽 유치 경쟁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미 상당한 질적·양적 스포츠 기반 시설을 확충해 놓았다. 지금 당장 연다고 해도 30% 정도만 시설을 보완하면 된다. 올림픽위원회가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마드리드에도 약점이 있다. 스페인은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이미 한 차례 올림픽 잔치판을 열었다. 국가적 형평성을 고려하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런던의 최대 취약점은 교통 문제다. 올림픽 선수촌이 들어서게 될 런던 시 동쪽 외곽의 스테트포드는 공공 교통 시설망이 제대로 확충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또한 런던 시는 상당한 문화 유적지가 산재해 있는 지역에 체육 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런던의 유치 경쟁에 반대하다가 최근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시 역시 경기장 시설이 인접해 있지 않다는 점, 올림픽 주 경기장 건설을 비롯한 인프라 구축에 1백70억 유로 정도의 막대한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뉴욕이 유리한 점이 있다면 ‘9·11 효과’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향방을 점칠 수 없는 이라크 전쟁 등 정치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모스크바는 당초 후보 도시를 다섯 개로 압축할 때 탈락할 뻔했다가 막차를 탄 경우다. 그만큼 다른 도시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파리는?

파리는 확실하고 현실성 있는 예산 확충안을 내놓았다. 이미 경기장 시설 및 교통망, 인프라 등이 구축되어 있어 특별히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새 시설을 조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올림픽 선수촌은 에펠탑을 끼고 있는 바티뇰 지역에 들어서게 되며, 대부분의 경기장 시설은 이곳으로부터 수십 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축구 경기가 리용, 마르세유 등 몇몇 지방에서 치러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기 대부분은 올림픽 선수촌 주변과 베르사유 부근의 파리 북서쪽 외곽 지대에서 치러진다. 따라서 예산도 다른 어느 도시보다 적게 들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아테네가 이번 2004년 올림픽에 들인 비용은 90억 유로 안팎이다. 여기서 지하철 및 다른 교통 시설 건설비는 빠져 있다. 파리 시는 이보다 적은 70억 유로 정도면 올림픽 경기를 충분히 치를 수 있다고 본다. 국가가 25억 유로를, 파리 시가 13억 유로를, 그리고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쯤 되는 일-드-프랑스가 1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약간의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경기장 시설 확충을 위해 롤랑-가로스 테니스장이 자리 잡고 있는 볼로뉴 숲을 더 깎아내야 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환경론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파리 시가 당초 확보하려 했던 7ha 대신, 0.95ha 정도만 확보하겠다고 대폭 양보하는 선에서 문제는 해결되었다.

2012년 올림픽 개최지 최종 결정은 오는 2005년 7월6일 싱가포르에서 있을 예정이다. 에펠탑의 올림픽 유치 로고 ‘파리 2012’도 그날까지 불을 밝히며 파리의 밤하늘을 장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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