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설원의 럭비 ‘스노크 볼’ 인기
  • 스트라스부르ㆍ류재화 통신원 ()
  • 승인 2005.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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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스포츠 / 프랑스
프랑스는 2월 초가 되면 일제히 스키 방학에 들어간다. 알프스 쉬드, 사보아, 피레네 지방 주변의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 휴양지들은 2월이면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몸살 나는 곳은 또 있다. 바로 정형외과 의원들이다. 의사들은 골절상이나 무릎염좌증 환자들이 몇년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걱정한다. 지난해 겨울에만 크고 작은 부상이 4만5천 건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20여 년 전 스노보드가 프랑스에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온몸을 날리는’ 무지막지한 아이들의 장난이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이제 스노보드 유행도 한물 갔다. 미니 스키, 스키보드, 스노크 볼, 경마 스키, 개썰매 경주, 빙판 자동차 경주, 얼음물 잠수, 암벽과 빙벽 타기, 그것도 모자라 얼어붙은 폭포 오르기 등 온갖 신종 놀이가 쏟아지고 있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이제 겨울 스포츠는 ‘눈의 시대’가 아니라 ‘얼음의 시대’라고 말한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더 강렬한 자극과 속도감에 갈증 나 있다는 것이다. 또한 21세기형 겨울 스포츠는 ‘자핑’(원래는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린다는 뜻)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배우기 쉽고, 덜 피곤하고, 덜 환경 파괴적이며, 더 감각적인, 그러면서도 더 친숙하고 더 유희적인 경기들을 찾고 있는 추세다. 겨울 올림픽 경기 종목도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이색적인 종목이 추가될 것이다.

프랑스 스키족은 9백만명을 헤아린다. 최근에는 여성 스키족이 더 늘어나 전체 스키 인구의 45%에 이른다. 스키복의 유니섹스 시대는 이제 옛날 이야기다. 올해는 특히 ‘여성 상품’의 해였다. 아토믹·K2·디나스타 등 대표적인 스키용품 업체들은 여성용 스키복·장갑은 물론 보통 스키보드보다 25% 정도 가볍고 잘 미끄러지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매장 점원들은 불티 나게 팔린다고 말한다.

요즘 인기 있는 신종 경기는 ‘스노크 볼’(스노우·스키·볼의 합성어)이다. 이 신종 경기는 친구들끼리 눈비탈을 내려오며 등에 멘 배낭을 내려 서로 던지고 받으며 장난치고 논 데에서 탄생했다. 비탈진 설원에서 즐기는 일종의 럭비 경기다.

스노 스쿠트도 위험천만하기는 하지만 스릴을 만끽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시속 60km로 질주하는 아찔한 경마 스키만 해도 이미 경마협회에 정식 종목으로 올라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스키 휴양지를 찾는 프랑스인 가운데 실제로 스키를 타는 사람은 51%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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