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빛난 ‘한국의 긍지’
  • 토론토·성우제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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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열정 담긴 온타리오 박물관 한국관, 전시 디자인 ‘세계 최고급’
캐나다 토론토를 찾는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하나 있다. 토론토 중심부 퀸즈파크에 자리잡고 있는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Royal Ontario Museum)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 박물관을 ‘ROM’이라는 애칭으로 줄여서 부른다. 한국 사람들이 1914년 문을 연 이 캐나다의 대표 박물관을 각별하게 아껴야 할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한국관(The Gallery of Korean Art) 때문이다.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대영박물관(런던)이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뉴욕)에도 한국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박물관의 한국관은 한국 기업과 문화계로부터 후원을 듬뿍 받았고, 바로 그 때문에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하면 ROM의 한국관은 모든 면에서 소박하다. 컬렉션도 8백점에 불과하며 질적 수준도 두 박물관에 비할 바가 못된다.

하지만 한국관에 쏟는 박물관의 애정과 관심에 관한 한 ROM은 최고를 자랑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먼저, 박물관 자체가 지닌 경쟁력을 들 수 있다. 컬렉션에서는 뒤떨어지지만 ROM이 세계 유명 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까닭은 압도적으로 뛰어난 ‘전시 디자인’ 능력 때문이다. 한국관 또한 비록 전시물은 질박하지만 빼어난 디스플레이에 힘입어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 다음 이유는, 한국관의 탄생 배경이다. 토론토 또한 민족·인종 전시장으로 꼽히지만 뉴욕과 다른 점은 각 민족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공존한다는 것이다. 한국관은 이같은 분위기에서 1999년 탄생했다. 1984년 토론토 교민들이 결성한 한국예술진흥협회(CARACA, 회장 한재동)가 ROM을 상대로 줄기차게 로비를 벌였고,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 dation)은 외국 박물관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기부금(70만 캐나다 달러, 약 6억원)을 내놓았다. ROM은 바로 이 점을 큰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ROM은 토론토에 살고 있는 노라 해리스(89)라는 한국 도자기 컬렉터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40년 가까이 한국 전통 도자기를 수집해온 해리스 여사는 1980년대 말부터 이곳에 ‘자식’들을 하나씩 출가시키기 시작해, 올 2월에는 수집품을 한 점도 빠짐없이 모두 넘겼다. 그 중에는 고려청자·조선백자 등 빼어난 명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해리스 여사는 이국 경매장에서 이리저리 떠돌던 한국 명품들을 이곳에 모아놓은 ‘한국 도자기의 수호신’ 가운데 한 사람인 것이다.

ROM은 지금 대대적인 공사를 벌이고 있다. ‘르네상스 ROM’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관도 내년 1월 문을 닫은 뒤 자리를 옮겨 2005년 12월 새롭게 문을 연다. 중국관·일본관과 함께 동아시아 갤러리를 구성하게 되는데, 3개국 문화가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룰지 주목되고 있다. 클라스 루덴비크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 동아시아담당 큐레이터는 “세 나라 전시관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국관이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 것인지 기대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물이나 돈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한국인들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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