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제11회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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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협 주최 <제11회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공연이 있다. 가수들은 ‘노 개런티’로 무대에 오르고, 청중은 해마다 만명씩 몰려든다. 그러나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올해가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해를 넘기곤 했다. <제11회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연출 김정환).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정기적인 ‘인권 콘서트’로 1900년대의 마지막 해를 맞았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양심수를…>은 10년 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수많은 인권 과제 중에서도 지금, 가장 추운 곳에서, 최저 조건에 놓여 있는 사람들, 신체의 자유를 박탈 당한 양심수를 기억하고, 이들을 염려하고, 이들의 자유를 위한 자리’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지금도 양심수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게 되었다(99년 12월 현재 양심수 1백38명).

<양심수를…>은 인권 문제를 사회에 널리 알리겠다는 목적 면에서 일정한 성과를 보여 왔지만, 공연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신해철·김종서·한영애·이선희·장혜진·박상민 씨 등 이른바 ‘제도권 가수’로 불리는 이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한국 대중 음악사에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검열의 악몽에 시달린 대중 가수들은 정치·인권 문제에 강력하게 개입하고 발언하는 구미의 팝스타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를 향한 발언은 대중 스타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마당이 열리자 대중 가수들이 서슴없이 들어왔고, 그들로 인해 <양심수를…>은 메시지를 앞세우기보다는 공연의 완성도를 계속 높여올 수 있었다. 올해에는 가수들이 참여하는 공연과 장애인·외국인 노동자 들이 만드는 무대, 단편 영화 상영, 시와 영상극으로 되돌아보는 ‘폭력과 광기의 20세기’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진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여균동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단편 영화 <내 컴퓨터>. 어린이들이 개마고원으로 소풍가는 20년 후의 시각으로 ‘1999년의 현실’을 웃으며 회고하는 블랙 코미디이다. ‘폭력과 광기의 20세기’는 김정환 시인의 시를 손석희 아나운서가 낭송하고, 이채훈 MBC PD가 구성하는 영상으로 펼쳐진다. 가수 정태춘·박은옥·조동진·윤도현밴드 등이 출연하며, 재즈의 대모 박성연씨와 코요테도 함께 무대에 선다. 올해 공연은 12월19일 오후 5시 서울 장충체육관(문의 02-763-2606)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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