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공학.물리학 박사 이종호의 소설 <피라미드>
  • 朴相基 기자 ()
  • 승인 1999.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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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물리학 박사 이종호씨 소설 <피라미드>/상상력·구성 압권
과학적 상상력이 문학 공간에 투영된 본격 우주과학 소설이 출간되었다. 우주를 무대로 한 외계인 간의 전투, 외계인의 지구 침입, 지구인의 전투 참여 등 SF영화나 컴퓨터 게임 소재이던 ‘별들의 전쟁’이 과학 지식이 뛰어난 한 작가에 의해 소설적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우주과학 소설 <피라미드>(새로운 사람들·도서출판 자작나무 공동 출판)를 쓴 이종호씨(51)는 매우 색다른 경력을 지니고 있다. 고려대 건축과를 졸업한 그는 프랑스로 건너가 페르피낭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카오스 이론에 의한 유체 이동 연구’로 물리학 분야에서 프랑스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획득했다. 84년 해외 두뇌 유치 정책에 따라 귀국한 그는 ‘태양열 집열장치’를 비롯한 연구 개발 업적으로 국민훈장 석류장과 태양에너지학회상 등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과학 이외에 또 다른 우물을 파고 있다. 미국의 칼 세이건이나 아이작 아시모프를 능가하는 과학 소설을 쓰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유학을 시작하던 79년부터 이집트 피라미드, 칠레의 나즈카 문양, 버뮤다 삼각지대 등 고대 문명의 미스터리와 지구의 불가사의를 폭넓게 연구해 온 것도 새 우물 파기의 기초였다.

현재 3부작 열두 권 중 1부작 네 권이 출간된 대하소설 <피라미드>는 이집트의 고대 역사를 우주 과학에 접목해 우주 공간으로 상상력의 날개를 정교하게 펼친 작품이다. 피라미드는 누가 왜 건설했을까? 신석기 시대를 갓 지난 그때 어떻게 이처럼 엄청난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을까?
소설 <피라미드>는 이 물음에서 출발한다. 특히 고대 이집트 제4 왕조(기원전 2723∼2563년) 시대에 쿠프 파라오가 건립한 대피라미드는 바닥 넓이(230.5×230.5m), 높이(146.60m)의 규모뿐만 아니라 건축 기술, 측량과 설계의 정확도 등에서 당시 지구인의 건축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건설한 이는 지구인이 아니라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른 행성에서 이주해 온 외계인이라는 가설을 밑그림으로 사용했다.

지구로부터 11.8광년 거리에 크기와 환경이 지구와 똑닮은 알프 행성이 있다. 지구보다 훨씬 높은 과학 문명을 보유한 이 알프 행성에 예기치 못한 위기가 몰아닥친다. 지름 50㎞급인 레바 혜성이 알프 행성에 충돌해 대폭발을 일으키는 알프 최후의 날이 임박한다. 혜성 충돌이 일어나면, 알프인의 99.9% 이상이 사망하고 알프는 어떤 생물체도 존재할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뀐다.

이 부분은 몇천 년 뒤 일일지 모르지만, 지구의 종말을 경고하는 학자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가설이다. 작가는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여건을 가진 곳이 화성이다. 지금은 생물체가 살 수 없는 행성이지만 과거에는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지구가 예상치 못한 파국을 맞아 지금의 화성처럼 변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한다.영상 세대의 감각에 맞는 작품

작가는 지구의 종말에 대비하는 한 방법으로 인류의 화성 이주를 제시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계획에 따르면, 화성을 인류가 살 수 있는 지구의 환경과 비슷하게 변화시키는 데 약 3백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알프의 종말이 확실해지자 알프 행성 지배자인 토트 총통령은 비밀리에 ‘알프 복구 5천년 프로젝트’를 세운다. 토트는 자신의 쌍둥이 아들 중 큰 아이인 쿠프 왕자와 임호테프 재상을 항성간 우주왕복선에 실어 탈출시킨다.

지구에 정착해 고대 이집트 왕국의 파라오가 된 쿠프는 알프 시간으로 5천년(지구력 4,569년) 후에 자신과 일행이 환생할 수 있도록 피라미드를 건설하고 미라가 된다. 미라가 환생할 수 있는 비밀은 행성 직렬에 의한 지구의 자기장 정지에 있다. 태양계에서는 행성 9개가 궤도를 그리며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지만, 언젠가는 9개의 행성과 태양이 한 줄로 쭉 늘어서게 되는 순간, 즉 행성 직렬 상태가 온다. 그러면 행성끼리의 인력과 중력이 중첩되어 복잡하게 뒤엉키므로 지구는 잠깐 동안 자기장이 정지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쿠프는 2004년 3월에 행성 직렬 상태가 되자 부활한다.

되살아난 쿠프는 이집트 신화 속의 여신인 이시스 조상(彫像)을 열쇠로 삼아 재상 임호테프를 비롯한 부하들을 환생시킨다. 그러나 석회암으로 만든 피라미드를 항성간 우주선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오시리스 상(이집트 신화의 주신)이 꼭 필요하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 전리품으로 가져가다 지중해에서 잃어버린 오시리스 상을 찾아 마침내 피라미드 66기를 우주 왕복 함대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한다. 쿠프는 이 피라미드 함대를 이끌고 알프 행성으로 돌아가 다시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변모시키려 한다.

그러나 알프 행성의 상황은 달라져 있다. 쿠프의 쌍둥이 동생 세트가 고대 문명 미틀란티스의 영생 장치를 이용해 5천년 동안 지배해 오고 있다. 레바 혜성이 충돌해 알프는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바뀌었지만, 소수의 알프인들은 지하 도시와 정지 궤도 우주 정거장에 살아 남아 있었다. 그들은 폭군 세트의 술책에 속아 쿠프 일행을 반역자로 여기며 몰살하려 한다. 우주를 무대로 한 세트와 쿠프 간의 전쟁, 이에 휘말린 지구인의 운명이 소설 <피라미드>의 기본 얼개이다. 알프 행성을 재건하려는 쿠프 세력, 알프 복원보다는 지구를 정복해 알프 인류를 이주시키려는 세트 세력, 여기에 지구를 방어하려는 지구 국가가 얽혀 ‘우주 삼국지’와 같은 드라마를 연출한다.

<피라미드>는 모티브와 전개 양상이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경쾌해 영상 세대의 감각에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부 네 권이 출판되자마자 컴퓨터 그래픽 업체를 중심으로 한 벤처 컨소시엄인 미디어 프리와 출판사 사이에 2차 저작권 계약이 체결된 것도 이런 가능성 때문이다. <피라미드>의 내용을 만화·컴퓨터 게임·에니메이션 영화·캐릭터 사업 네 분야에서 재상품화하겠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로 확산하겠다는 것이 소설 <피라미드>의 1, 2차 저작권 보유진의 꿈이다. 과연 과학자가 쓴 우주과학 소설이 한국판 문화 소프트산업의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초석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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