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전]<새천년 청소년 문화 축제 1999>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9.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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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일, 민·관 합동 ‘청소년 문화 축제’ 개최
서울 광화문 거리의 분위기는 무겁고 엄숙하고 권위적이다. 청와대·경복궁을 뒤로 한 광화문에다, 정부종합청사·미국대사관 들이 둘러싼 이 거리에서는 문화 예술 공간인 국립중앙박물관과 세종문화회관조차도 무겁고 엄숙해 보인다.

8월13∼15일 권위적인 이 거리가 발랄하고 자유분방한 ‘10대 아해들의 천지’로 탈바꿈한다. 새로운 천년 맞이를 기념하는 국가 차원의 첫 축전인 <새천년 청소년 문화 축제 1999>가 낮과 밤에 열려 광화문 거리의 풍경을 바꾼다.

문화관광부 옆 열린 마당과 박물관 마당 , 그 주변 인도와 지하 보도에서 펼쳐지는 이 축전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력과 집단 간에 만남과 교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독립 예술 표방하는 ‘문화 게릴라’가 기획·운영

먼저, 민과 관의 만남.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주관하지만, 축전을 실질적으로 기획·운영하는 ‘민’은 이른바 ‘문화 게릴라’로 불리며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만들어온 젊은 예술가·기획자 들이다. 기존 문화 지형에 반기를 들고 땅밑으로 들어가 ‘독립 예술’을 표방해온 자유분방한 젊은 예술가들에게 문화관광부라는 ‘엄숙한 관’이 축전 기획과 운영을 위탁하자, 그 게릴라들은 5개월 전 ‘체인지 21’이라는 기획단을 만들어 축전을 준비해 왔다.

기획단에 참여한 21명의 면면은, 한국의 주류 문화에 주로 ‘딴죽’을 걸어온 이들이다.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문화의 활성화와 독립 음반 제작을 주도해온 기획자 김종휘씨, 언더그라운드 록밴드 허벅지의 리더 안이영노씨, 홍대 거리미술제 기획단장이었던 조중현씨, 80년대 전대협 문화 행사를 맡았고 대중 음악 콘서트 <자유>를 기획한 이강명씨 들이 행사를 주도하고,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등을 연출한 김정환, <딴지일보> 발행인 김어준, 문화 평론가 김지룡 씨 같은 이들이 힘을 합쳤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만날 일이 없을 것처럼 보였던 관과 ‘삐딱이 문화’의 대명사인 게릴라 들이 처음으로 손을 잡은 것이다.

두 번째는, 청년과 청소년의 교류이다. 청년·청소년 문화는 전통적으로 고3과 대학을 경계로 단 한 번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90년대 들어 청년 문화를 이끌던 대학 문화는 급격하게 퇴조한 반면, 10대 문화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10대가 주류 대중 문화의 가장 큰 소비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10대는 소극적인 소비자에 머물러 있을 뿐 적극적인 생산자가 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 이번 축전에서는 두 세대가 처음 만나 문화를 ‘생산’한다. 청년 집단인 20∼30대가 기획·운영하는 다양한 마당에서 10대가 들어와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것이다.

이질적인 집단들의 이같은 만남은 <다양성과 공존을 향한 ‘광화문에서 놀자’ 콘서트> <10대 ‘아해’들의 이색 패션쇼> <아트 ‘게릴라’들의 거리 갤러리> <‘중·고딩’을 위한 미술 캠프> 등 축전 제목에서부터 발랄함과 신선함을 드러낸다. 10대의 취향과 눈높이에 맞추려는 의도 때문이다.
다양하고 발랄한 참여 프로그램 마련

<누구나 같이하는 현장 설치 미술전> <청소년 만화작가 500인 데뷔전>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퍼포먼스와 전시> <청년 미술인들의 열린 장터 42> 등 8개 프로젝트가 동시 다발로 열리는 이번 축전에서는, 또 ‘프로’와 ‘아마추어’, 장르와 장르 들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광화문에서 놀자 콘서트> 에서는 이승철 김종서 윤도현밴드 김현정 자우림 같은 ‘프로’와, 미선이 펄럭펄럭 비닐 등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가 함께 공연한다. 주류 음악의 대명사인 댄스는 물론 발라드 힙합 테크노 펑크 하드코어 모던록 등 대중 음악의 모든 장르가 같은 무대에서 만난다.

청소년 잔치인 만큼 8개 이벤트의 내용이 다양하고 발랄하다. 전국대학패션연합회·서울지역미술대학생연합 등 대학생과 젊은 예술가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각 이벤트는, 단순한 관람 차원을 넘어 적극적인 참여 태도를 갖게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현장 미술 설치전>에는 작가가 관객들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광화문 미술 캠프>에서도 서울 지역 미술 교사와 젊은 작가 들이 ‘중·고딩’을 모집해 작품을 만들어 전시한다.

광화문 거리와 젊은 기운의 만남, 이질적인 집단 간의 교류와 만남 등 <새천년 청소년 문화 축제 1999>는 그 목표와 진행 방식에서 다양한 실험이 펼쳐지는 장이다. 새 천년을 기념해 마련한 첫 번째 축전이라는 의미말고도, 이 축전이 주목되는 까닭은 여기에서 연유한다. 서로를 몰라 겉돌고 무시하던 집단과 세력 들이 그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최초의 실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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