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티뷰론, 국내 디자인상 휩쓸다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6.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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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디자인상 휩쓸어…“물의 유려함·불의 강렬함 융화”
지난 4월 등장한 현대자동차 티뷰론이 연말에 자동차 디자인 부문 상을 휩쓸고 있다. 티뷰론은 <한국경제신문>이 주는 디자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월간 디자인>이 10개 분야로 나누어 해마다 선정하는‘96 올해의 디자인상’에서도 별다른 경쟁 없이‘올해 최고의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3월 티뷰론이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었을 때 국내외 자동차업계와 디자인계는 비상한 관심을 표명했다. 4년 2개월 동안 1천2백억원이나 투자한 국내 최초의 본격 스포츠카인 데다가, 세계 일류 자동차 메이커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현대자동차가 그 첨병으로 내놓은 차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포츠카는 기술력과 디자인의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자동차 관련 기술의 집합체로 꼽힌다. 엔진·디자인·안전성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해야만 스포츠카를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자동차 구매 동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디자인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지는 추세에 있다. 자동차는 이제 신분 과시나 이동 수단이라는 고전적 개념을 뛰어넘어 운전자의 감각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산업을 이끌어온 주체는 엔지니어와 마케팅 담당자였지만, 지금부터는 디자이너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고객에게 성능과 가격은 ‘기본’이고, 디자인이‘선택’을 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외국에서 호평 받은 ‘한국의 개성’

스페인어로‘상어’라는 뜻을 지닌 티뷰론은 국내에서 디자인한 몇 안되는 고유 차종 가운데 하나이다.‘국내 디자인 시대’를 연 현대의 엘란트라와 기아의 세피아 이후, 한국 승용차는 국내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전담하는 추세로 접어들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엘란트라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이탈리아와 한국의 시안을 놓고 선택해 왔으나 아반떼부터는 국내 시안들끼리 경쟁을 벌여 왔다. 한국의 자동차 디자인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하는 것이다.티뷰론을 디자인한 현대자동차 디자인연구소 최출헌 4팀장은 “연구소 내에서도‘피 튀기는’ 경쟁을 벌였다”라고 말했다. 2개 팀을 제치고 모습을 드러낸 티뷰론의 디자인 개념은‘정중동(靜中動)’으로 요약된다. “서 있을 때도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물의 흐름과 불의 강렬함을 실었다”라고 최씨는 설명했다. 스포츠카로서의 강하고 공격적인 성격은, 근육질 남성의 떡 벌어진 어깨 이미지를 형상화한 앞쪽 양 펜더(fender)에서 잘 드러난다.

티뷰론에서 가장 뛰어난 디자인으로 평가되는 것은 한국 고유의 선이다. 벨트와 펜더의 선이 부드럽게 연결되어 속도감과 강한 이미지를 주는가 하면, 도자기 받침대에서 형태를 빌려온 하체는 차량에 안정감을 준다. 여기에 태극 선을 도입한 파팅 라인이 가세해,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유연하다는 느낌과 더불어 날렵하다는 인상을 준다. 외국에서 호평을 받는 요소도 이와 같은 ‘한국의 개성’이다.

“조각품을 만든다는 기분으로 디자이너 7명이 꼬박 10개월을 매달렸다. 지금은 세계 어느 회사와 경쟁해도 자신 있다”라는 최씨는, 자동차 제작의 모든 공정은 디자인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밝혔다.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얼마든지 과감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반떼 이후 한국 고유의 부드러운 선을 도입한 자동차 디자인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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