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쌈지스페이스 개관 기념전 <무서운 아이들>
  • 成宇濟 기자 ()
  • 승인 2000.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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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스페이스 개관… 젊은 작가에게 실험 공간 제공
여성 토털 패션 업체인 주식회사 쌈지(대표 천호균)는 한국의 젊은 미술가들에게 거의 유일한 ‘패트론’으로 통한다. 젊은 작가들의 전위적·실험적인 전시를 적극 후원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작업 공간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술 경향이 워낙 급진적이어서, 화랑은 물론 미술관에서도 외면되는 화가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미술가에 대한 쌈지의 창작 공간 지원은, 경제 위기로 미술계 전체가 빈사 상태에 빠졌던 1998년 3월부터 이루어져 더욱 빛났다.

쌈지아트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서울 암사동 쌈지 사옥에 있었던 작가들의 창작 공간이 얼마 전 서울 창천동 홍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사하면서 이 공간의 성격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뀌었는데, 작가들의 스튜디오는 그대로 유지한 채 미술관·공연장을 포함하는 ‘쌈지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거듭났다.

쌈지스페이스는 모두 7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이벤트 갤러리와 차고 갤러리, 2층은 언더그라운드 록밴드의 공연과 퍼포먼스가 열리는 공연장 및 설치·비디오 전용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3층에는 신인·중견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메인 갤러리가 들어섰다.

4~6층에는 작가들의 스튜디오가 있다. 고낙범 김홍석 박찬경 박혜성 장영혜 등 1998~1999년 제1기 작가에 이어, 지금은 강 운 김유선 김창겸 박용석 유현미 등 9명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여기에서 1년간 작업하면서 작업 결과물을 전시회 형식으로 발표한 뒤 작업실에서 나오게 된다. 7층은 아트 비디오·필름 등을 보관하는 청년 작가 자료실로 활용된다.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전시·공연·창작·자료 공간인 것이다.

“경직된 미술관 개념으로는 작가들의 다양한 실험을 담아낼 수가 없다. 탈장르 개념으로 확장해 가는 그들의 경향을 반영해 미술관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쌈지스페이스 초대 관장으로 취임한 미술 비평가 김홍희씨의 말이다. 김관장은 암사동 시절부터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맡아 왔다.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개관 기념전 제목은 <무서운 아이들>(6월26일~8월20일·02-3142-1693). 1990년대 초반 신세대로 주목되었던 화가들의 최근작을 모았다. 대중성과 통속성을 기치로 내걸고 소그룹 미술 운동을 벌였던 고낙범 이 불 최정화 이형주 안상수 홍성민 씨가 작품을 내놓았다. 한때는 실험이었던 경향이 지금은 얼마나 일반화했는가를 읽을 수 있는, 10년 전 실험 정신에 미술사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전시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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