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전통 문화 복원의 첨병 '문화집단 예문관'
  • 蘇成玟 기자 ()
  • 승인 1996.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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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집단 예문관, 國婚·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알성과거제 등 복원
“김영삼 정권과 짜고 왕정을 복고하려는가. 당장 행사를 중단하라.” 지난 10월 중순, 운현궁 복원 기념 문화행사를 준비하던 ‘문화집단 예문관’은 한 노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항의 전화를 받았다. 예문관에게 그 노인의 항의는 오히려 반갑기까지 했다. 아예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예문관은 지난 10월26일 펼쳐진 운현궁 개관 기념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알성과거제, 서울 통과의례, 궁중 문화 재현 행사는 널리 알려지고 있지만, 이 행사들을 기획한 예문관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동양철학·유학 박사 선후배 들이 주인공

95년 1월 ‘개관’한 예문관에는 동양철학 및 유학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대표이사인 박성진씨(38)를 비롯해 최형식(38)·박재희(33)·윤여빈(32) 씨는 동양철학 및 유학 박사 학위를 소지한 선후배 사이이다. 여기에 구자흥(55)·이상운(28) 씨 같은 행사 전문가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

“왕궁 문화가 추구하던 것은 계급 간의 조화였다. 국왕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한 조화를 보여주는 궁중 의례는 장엄한 감동을 준다”라고 박성진 대표는 말했다. 예문관은 조선시대 상류층 문화를 봉건의 허례허식이라고 배척하는 작금의 세태가 안타깝다. 전통 문화를 배제한 문화적 정체성, 문화를 앞세우는 세계화 논의는 거품이기 때문이다.

예문관은 중요한 문화적 의미를 품고 있는 전통 의례들을 발굴해 기획하고, 그것을 조화롭게 계승해 발전시키고자 한다. 또한 지금까지 개최한 의례들을 1회성 행사로 묵혀두지 않을 생각이다.“행사를 정례화해야 민족 정체성도 회복하고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라고 최형식 이사는 말했다.

두툼한 예문관의 사업 계획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지역 문화 관련 항목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특색 있는 전통 문화를 발굴·정착시켜 지역민들의 긍지를 높이고 아울러 관광 자원으로도 개발해낼 참이다. 그렇다고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아직 전통 의례에 대한 인식이 낮아 재원을 마련하기가 힘든 것이다.

지금은 사재까지 털어가며 일하지만 예문관은 ‘재원’이 풍부하다. ‘전통 문화’가 지닌 잠재력에 대한 믿음과 대중화에 대한 사명감, 그리고 행사를 완벽하게 치러냈을 때의 성취감이 이들이 소유한 가장 큰 부동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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