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음악]마이클 잭슨 공연 '절반의 실패'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6.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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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공연, 라이브 무대의 응집력·폭발력 보여주는 데 한계
한국에서 두 차례 열린 미국 팝스타 마이클 잭슨 공연(10월11일·13일)이 ‘절반의 성공’에 그친 것은, 10월9일 그가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팝의 황제’라는 위용은 공항 귀빈실 이용과 ‘황제를 경호’한 경찰의 숫자를 통해서만 확인되었을 뿐, 그를 맞으러 나온 팬은 소수였다.

썰렁함은 첫 공연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관객이 절반 조금 넘게 들어찬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이 함께 호흡해 만드는 라이브 공연의 응집력과 폭발력을 보여주기에 역부족이었다. 6만여 관객이 모인 두번째 공연이 없었더라면, 마이클 잭슨은 최소한 한국에서만큼은 황제의 관을 벗었어야 했다.

그러나 마이클 잭슨의 <히스토리 투어 인 서울>은 한국 공연 역사상 가장 거대한 쇼였다. 관객이 이틀 합쳐 10만명에도 못미쳤으나 이 숫자만으로도 한국에서는 기록을 세웠고, 특수 무대 장치와 연출력도 다른 팝스타의 내한 공연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마이클 잭슨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2시간10분 동안 시종일관 진행된 깜짝쇼였다. 무대 중앙과 좌우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고대~현대의 세계사가 애니메이션으로 전개되면서 시작된 깜짝쇼는, 이 역사를 관통해온 우주선이 요란한 불꽃과 폭음 속에 무대 위로 솟아오르고 마이클 잭슨이 그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무대는 미국 할리우드의 공상과학 영화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을 결합한 듯한 광경들을 보여주었다. 무대 위 아래에서 불꽃이 솟고, 조명과 바람을 이용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는가 하면, 마이클 잭슨은 360도 회전하는 10m 높이 사다리에 올라 관객을 압도하기도 했다. 24곡을 부르는 동안 이와 같은 충격적인 장면이 줄을 이었다.

10대들에게 마이클 잭슨은 스타 아니다

<스릴러>를 부를 때는 상자에 들어가 칼로 상자를 자르는 마술을 보이기도 했지만, 볼거리의 절정을 이룬 것은 사이렌·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갑자기 등장한 실물 크기 탱크였다. 자기에게 총을 정조준한 병사를 <지구의 노래>를 부르며 참회시키는 마이클 잭슨은‘평화의 사도’로 묘사되었다.

리듬 감각이 뛰어난 ‘가수’로 평가되는 마이클 잭슨은, 이번 공연에서‘들려주기’보다는‘보여주기’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현란한 춤과 어우러진 특수 무대 장치와 조명·음향 들이, 보여주기에 더 비중을 두는 마이클 잭슨 특유의 무대를 뒤덮었다. 마이클 잭슨은 대부분의 노래를 춤을 추며 직접 불렀다. 무대 위에서 입만 벙긋대는 국내 댄스 가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청소년에게 미칠 좋지 않은 영향을 이유로 이 공연을 반대했던 운동은 기우였음이 증명되었다. 공연 직전 부진한 티켓 판매 때문에 공연기획사인 (주)태원예능이‘중학생 입장가’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했음에도, 객석의 대부분은 20~30대가 채웠다. 마이클 잭슨의 한국 공연이 절반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대중 음악 시장을 장악한 한국의 10대들에게 마이클 잭슨은 폭발력을 지닌 스타가 아닌 것이다.

어쨌든 한국은 이제서야 세계적인 공연 가운데 하나를 직접 경험한 나라에 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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