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 홍승찬 (음악 평론가) ()
  • 승인 1996.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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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빈 메타 지휘로 12~13일 내한 연주…볼프강 슐츠·장영주와 협연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만큼 유난을 떠는 오케스트라도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휘자의 능력이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좌우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도 유독 빈 필만은 지금까지도 상임 지휘자를 두지 않고 있다. 게다가 라이벌인 베를린 필까지 여성 단원을 받아들이고 있는 세태에도 눈 한번 깜박하지 않는가 하면, 좋은 음색을 얻는다는 명분으로 통상적인 경우보다 훨씬 높은 피치를 고수하고 있다. 단원을 선발하는 오디션은 커튼으로 칸막이를 할 정도로 엄정하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오디션을 통과한다고 해도 빈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랜 연수 생활을 거쳐야 정식 단원으로 받아들인다.

이래서 빈 필이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한 지휘자에게 의존했던 다른 오케스트라들이 지휘자가 바뀔 때마다 진통과 부침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빈 필은 꾸준히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었고,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철저한 단련은 앙상블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게 했다.

이처럼 대단한 빈 필이 주빈 메타와 함께 다시 한번 우리나라를 찾는다(10월12~13일·세종문화회관 대강당·02-706-5858).

한때 뉴욕 필을 메타에게 맡긴 번스타인이 빈 필과 함께 말년을 보내더니 결국은 메타까지도 번스타인을 따라 대서양을 건너간 모양이다. 오자와 세이지와 함께했던 지난번 내한 연주는 최고임을 인정하기에 어딘가 개운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침 빈에서 수학하여 빈 필과 더불어 지휘 생활을 시작한 주빈 메타가 지휘봉을 잡았으니, 오자와 세이지보다는 호흡을 맞추기 쉬울 것이다.

빈 필 특유 주법·음색과 프랑스 음악의 만남

10월12일 연주회의 첫 곡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으로 정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1902년 빈 필을 지휘한 슈트라우스는 이 악단을 유럽 최고의 오케스트라라고 평가했었다. 후반부는 드뷔시의 <3개의 녹턴>과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제2 모음곡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오랜 세월 전수되어 온 빈 필의 독특한 주법과 음색이 프랑스 음악을 만나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 발췌곡을 들려줄 13일의 연주회는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최고의 감동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첫날 순서에서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G장조를 협연할 볼프강 슐츠도 기대되지만, 그보다는 다음날 멘델스존을 협연할 장영주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별히 현에서만큼은 비교조차도 거부한다는 빈 필이기에 장영주의 바이올린이 그들과 어울리면서 또 얼마나 두드러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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