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레스택 지음<마인드>· 유잉 지음 <몸>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6.07.2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레스택 저 <마인드>·유잉 저 <몸>/‘가장 가까운 곳’ 재탐사
 
가장 어두운 곳은 등잔 밑이 아니고 등잔의 내부이다. 마음과 몸이 꼭 그렇다. 마음은 정신과 영혼, 특히 이성의 권위에 짓눌려 왔다. 마음은 그야말로 마음 둘 곳이 없었다. 근대화는 이성이 작성한 청사진에만 충실했다. 근대화는 이성과 과학의 건축이었으니, 마음과 몸에 관하여 지나치게 가학적이었다. 몸도 몸둘 바를 몰라 했다.

최근 우리말로 번역된 리처드 레스택의 <마인드>(박소현 옮김·이론과실천 펴냄)와 윌리엄 A. 유잉의 <몸>(오성환 옮김·까치 펴냄)은 이성과 과학의 자부심에 흠집을 낸다. 한 세기 이상을 질주해온 이성과 과학은 세기 말에 이르러 주춤하는 자각 증세를 보이면서 마음과 몸에 탈이 나 있음을 발견한다.

우울증·중독·폭력성 등 과학적으로 분석

<마인드>와 <몸>은 마음과 몸의 역사에서부터 그 ‘일그러진 현실’까지를 아우른다. 앞의 책이 ‘마음의 과학’이라면 뒤의 책은 ‘몸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간다. 마음이 우주와 함께 최후의 미개척지라면, 몸은 현재진행형. 몸의 안팎에서 현대성과 성(性)이 뒤엉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마인드>가 마음에 대하여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고, 어쩌면 앞으로도 항상 그러할 것’이라고 고백한 것처럼 몸에 관한 학계의 연구도 이제 막 출발선에 도열하고 있다.
<마인드>는 미국 독서계의 베스트 셀러인 <뇌>의 후속편으로, 같은 저자(현역 신경과 의사이다)가 BBC와 미국 WNET·뉴욕방송이 공동 제작하고 미국 PBS가 배급한 텔레비전 시리즈 <마인드>를 바탕으로 쓴 책이어서 딱딱한 연구서를 벗어난다. 신경과학·철학·심리학·언어학·역사학 등 마음의 본질에 관한 권위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는 것이 이 책의 목표였다.

 
마음의 기원과 본질, 그리고 그 작용을 둘러싼 수많은 의문과 학설 들을 유기적으로 편집한 이 책은, 마음을 ‘마음의 탐색’ ‘뇌의 발달’ ‘마음의 노화’ ‘중독’ ‘우울증과 기분’ ‘언어’ ‘사고’ 등 아홉 가지 관점에서 탐사해 나간다. 이 긴 여행의 첫번째 행선지는 1만7천년 전에 그려진 라스코 동굴 벽화이다. 그러나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은 이내 험로로 돌변한다. 마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것이다.

마음 여행은 결국 뇌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뇌의 다양한, 그러나 아직도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작용을 통해 우울증·중독·폭력성·노화 등에 관해 마음의 과학이 이룬 성과를 친절하게 일러준다. 이를테면 우울증은 인격 파탄의 신호가 아니라 당뇨나 고혈압처럼 생물학적 기초를 가진 질병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몸>은 엄밀하게 말해서 사진의 역사이다. 몸이 어떻게 카메라에 포착되었고, 또 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주제 별로 구분된 사진 작품들을 통해 안내한다. 뉴욕 근대미술관과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서 전시회를 가진 세계적 사진작가인 지은이 유잉은 몸을 유행이 아니라 논쟁의 정중앙에 가져다 놓는다. 현재 몸이 자리잡고 있는 좌표가 심각한 위기인 까닭이다. 인간의 몸은 과학자와 기술자에 의해 급격하게 재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버라 크루거의 작품이 외치고 있듯이 ‘몸은 전쟁터’인 것이다.

몸 사진의 진화는 카메라에 의해 부분으로 나뉘는 몸에서 발원해 강건미와 에로스를 거쳐 억압 받고 희생되는 몸을 지나 ‘의미와 가치의 경쟁 장소로 변화한 몸’ 즉 몸의 정치학에서 절정을 이룬다. 바코드가 목덜미에 찍힌 제이너 스터백의 사진에서처럼 모든 사람의 몸은 감시 당하고 통제 당하는 또 하나의 상업 제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 이르러 <몸>은 사진의 역사를 뛰어넘어 현대성의 역사·문명 비평서로 승격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