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 李文宰 기자 ()
  • 승인 1995.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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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史 5·18> <5·18, 법적 책임과 역사적 책임> 등 광주항쟁 관련물 인기
‘그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이 짧은 질문 앞에서 80년대를 통과해온 지식인들은 지금도 숨을 멈춘다. 거기에 있었던 사람에게는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없었던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그리하여 80년 5월 광주는 그 이후 살아남은 자에게 줄곧 ‘원죄’였다. 그러나 역사는 언젠가 입을 연다. 12·12와 5·17과 5·18의 주역이던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5·18 특별법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서울의 대형 서점들은 ‘5·18 특설코너’를 설치해 광주항쟁 관련 도서를 진열해 놓고 있다. 85년 ‘금서’로 출간되었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이후 지금까지 나온 관련 서적은 20여 가지(문학 작품 제외). 이 책들을 찾는 독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책은 최근에 나온 <正史 5·18>(상·사회평론)과 <5·18, 법적 책임과 역사적 책임>(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이다. 앞의 책은 <광주매일신문>이 93년 5월 특별취재반을 구성해, 피해자· 가해자 어느 한쪽에 비중을 두지 않고 5·18 진상에 초점을 맞추어 취재한 것이다. 현재 백회를 넘은 이 연재는 80년 5월의 중간 지점까지 와 있는데, 취재반은 정확한 역사인 정사(正史)임을 강조한다. 향후 역사학자들의 연구를 위해 1차적인 사료를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시리즈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사 5·18>이 기자들이 발로 복원하는 진상 규명이라면 <5·18, 법적 책임과 역사적 책임>은 법학자와 역사학자들의 연구 논문집이다. 박은정(이대 법대)·한인섭(서울대 법대) 교수가 함께 엮은 이 책은 책이 나오기 전부터 교수 사회와 법조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7월18일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를 학문적으로 비판한 이 책에 실린 논문이 <교수 신문> 등에 실리면서 7월31일 교수들이 성명을 내기 시작했고, 책이 나오기 직전 교열을 마친 원고가 헌법재판소장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박은정 교수는 “5·18 문제가 후대 역사가들에 의해 광주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의 문제, 당대 법학의 타락 문제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교수에 따르면, 5·18은 이제 ‘역사적 대응’에서 ‘법적 대응의 본격화’로 바뀔 수 있게 되었다. 5·18의 양심과 법의 양심이 만나 진정한 법치 사회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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