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음악]“양심수 석방” 부르는 록스타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5.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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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넥스트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공연 참여
언제나 ‘마지막 콘서트’가 되기를 바랐던 공연. 그러나 이 공연은 올해에도 열리게 되었다. 12월10일 오후 5시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막을 올리는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해마다 12월이면 관객이 만명씩 들었던 이 콘서트는,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이 공연을 주최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상임의장 안옥희·민가협)는 “이 공연이 양심수의 고난과 시련,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꿈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대중과 함께하고, 양심수 문제를 여론화하여 양심수 석방을 앞당기는 데 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공연 목적을 밝혔다.

민가협 창립 10주년을 맞은 올해 ‘양심수를…’이 여느 해와 다른 점은, 인기 절정인 록 가수 김종서와 그룹 넥스트가 참여한다는 것이다. 첫해부터 이 공연에 참여해온 정태춘·박은옥을 비롯해 안치환 백창우 류금신 노래마을 새하늘새땅 원창연 등 노래운동 진영 가수들과, 노래운동 출신인 윤도현 권진원, 그리고 한영애 씨가 함께 무대에 오르지만, 그룹 넥스트와 김종서가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로 3회째 출연하는 김종서는 12월이면 이 공연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

95년 한국 대중음악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록 음악이 대중화했다는 점이다. 그룹 넥스트와 김종서는 서태지와아이들과 함께 10여년 만에 한국 록 음악의 부흥을 이끌었다. 기존 질서와 제도·가치·관습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만을 ‘내지르는’ 음악이 록 장르라면, 95년은 분명 로커들의 해였다. 록 음악에 대한 대학가의 관심이 올해 들어 부쩍 늘었고, 포크 장르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노래운동 진영에서도 록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을 펼치고 있다.

80년대 이래 대중 음악만큼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간극이 넓었던 장르는 없었다. 자본과 사전 심의의 논리에 포박당해 옴쭉달싹 못하던 음악 장르가 제도권 음악이었고, 민중 가요는 제도권의 심의·유통망을 거부한 채 대학가와 노동·시위 현장에서만 불려 왔다. ‘양심수를…’의 연출자인 김정환씨는 “민중 가요와 한국 록 음악은 시대 정신 면에서 그 출발이 달랐으나, 올해 공연은 그 간격과 벽을 자연스럽게 허물고 하나가 될 계기를 이룰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야·제도권 음악이 공감대 나눌 계기

김종서는 “처음에는 성격을 전혀 모르고 이 무대에 올랐으나, 지난해부터 이 무대가 지닌 의미에 공감하게 됐다. 어떤 뜻을 담은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공연을 밝고 따뜻하게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룹 넥스트의 리더 신해철은 “공연 취지에 동조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라고 말했다. 양심수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석방을 촉구하는 취지가 정당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언제든 이같은 공연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구미에서는 로커를 중심으로 한 대중 가수들이 인권과 정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콘서트를 여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팝 칼럼니스트 임진모씨는 “구미 로커들은 예술성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의 양심에 따라 사회의 부조리와 압력에 저항하는 공연에 참여하는 일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한국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의식이 워낙 없었다. 로커들이 ‘양심수를…’공연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재야 음악과 제도권 음악이 공감대를 이뤄나가는 첫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록 정신을 따지기에 앞서 제도권 로커들의 ‘양심수를…’ 공연 참여는 가수 김종서의 말처럼 ‘양심수를 전혀 모르는 신세대들에게 그 문제를 분명하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들은 백만장에 가까운 음반 판매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우상으로 여기는 10~20대 지지자들이 ‘양심수를…’의 객석을 많이 채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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