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가수들이 펼치는 ‘한여름밤 포크록’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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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극장 심야 릴레이 콘서트 ‘라이브 어딕션 2004’
‘7080 빅 콘서트’가 화제다. 산울림 송골매 들국화 블랙테트라 옥슨80 건아들 등 1970~1980년대를 풍미했던 밴드들의 ‘컴필리에이션 콘서트’인 ‘7080 빅 콘서트’는 올해의 히트 상품으로 불릴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KBS <열린 음악회>의 특집으로 처음 기획된 이 콘서트는 계속 재공연되며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콘서트로 거듭난 ‘7080 빅 콘서트’는 오는 6월12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공연에서 절정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1백70여 명이 무대에 오르는 이번 콘서트에는 제작비가 15억원 투입되었다. 콘서트 제작진은 공연장에서 동창회를 하면 티켓을 할인해 준다며 4050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서울 정동극장에서는 또 다른 ‘7080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7080 빅 콘서트’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자란 2030세대의 심야 릴레이 콘서트 ‘라이브 어딕션 2004’이다. 정동극장이 전통극 전용 극장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특별 기획한 ‘라이브 어딕션 2004’에는 2030세대를 대변하는 밴드 열 팀이 참가한다.
신세대 밴드의 심야 공연이라면 기성 세대는 움츠러들기 십상이다. 강렬한 헤드뱅잉과 과감한 스테이지다이빙이 난무하는 공연장의 열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브 어딕션 2004’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 재즈나 뮤지컬처럼 편안히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객석에 앉아 어깨를 살짝 흔들어 주는 것으로 족하다.

‘라이브 어딕션 2004’는 헤드뱅잉과 스테이지다이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콘서트에 참가하는 밴드의 노래들이 대부분 포크록 계열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번으로 2회째를 맞이하는 ‘라이브 어딕션’은 그 해의 록음악 트렌드를 반영한다. 올해는 끼와 열정으로 승부하는 밴드보다 음악성을 갖춘 밴드가 인기여서 ‘참한’ 밴드들이 주로 초청되었다.

콘서트에 초청된 밴드는 재즈·블루스·포크·펑크 등 대중 음악의 원류를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밴드로, 대부분 얼마 전 열렸던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랐던 팀들이다. 릴레이 콘서트는 6월4일 라이너스의 담요와 줄리아 하트의 조인트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6월5일 공연한 아소토유니온은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은 팀으로 1970년대 흑인 소울과 펑크를 재현한 음악으로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6월11일 공연하는 푸른새벽과 플라스틱피플은 모두 카바레사운드 소속 밴드이다. 카바레사운드는 드럭·플럭서스와 함께 3대 인디 음반 레이블로 꼽히는 기획사로 1980년대 들국화 한영애 장필순 빛과소금 봄여름가을겨울을 배출한 동아뮤직에 견줄 만한 곳이다. 카바레사운드는 서울 망원동 시장통에 자리 잡은 지하 사무실에서 푸른새벽과 플라스틱피플을 단련시켜 데뷔시켰다.

6월12일 무대에 오르는 이승렬은 가창력·연주력·작곡력을 모두 갖춘 대표적인 신세대 싱어송라이터이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이 그의 음악에 반해 뮤직비디오를 직접 연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가 지난해 발표한 음반 <이날, 이때, 이 즈음에…>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6월18일 밤을 책임질 레이니선은 1993년 부산에서 결성된 11년 경력의 중견 밴드이다. 이들은 드물게 1990년대 초·중반 영국에서 유행했던 트립합(어둡고 우울한 힙합)을 추구해 대중 음악 평론가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6월19일 공연하는 베이시스트 모그는 베이스 솔로 음반만 2장을 낸 국내 최고의 베이스 주자로서 독특한 음악 세계를 가지고 있다.

6월25일 무대에 오르는 재주소년은 대표적인 인디밴드 인큐베이터 김민규씨가 기획한 포크듀오이다. 재주소년이라는 팀명은 ‘재주 많은 소년들’이라는 뜻으로 멤버 둘이 모두 제주 출신이다. 6월28일,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레이지본은 크리잉넛·노브레인과 함께 ‘조선 펑크 3인방’으로 불리는 밴드로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밴드 중에서는 맏형 격이다. 레게 리듬이 섞인 이들의 음악은 국내에서 가장 신나는 사운드로 평가받고 있다.

‘라이브 어딕션 2004’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밤 10시30분에 시작한다. ‘7080 빅 콘서트’에 출연하는 밴드들이 ‘블루칩’이라면 ‘라이브 어딕션 2004’ 무대에 오르는 신세대 밴드들은 ‘성장주’라고 할 것이다. ‘기억 속의 멜로디’에 묻혀 과거의 향수에 젖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어렵게 음악을 하고 있는 신세대 밴드의 새로운 선율에 한번 몸을 맡겨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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