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4년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새로운 도읍지로 정한 이래 6백년간 서울의 발자취를 다룬 서울시립무용단의 <서울 까치>에는 오태석(대본) 정대경(음악) 박동우(무대) 배정혜(안무)가, 일제에 끌려간 우리 도공들 얘기를 다룬 국립국악원무용단의 <파도>에는 차범석(대본) 김철호(음악) 송관우(무대) 문일지(안무)가 주요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 까치>에서는 조선의 성립, 일제의 침략, 남북 분단, 군사 정부, 산업화 과정, 21세기 미래 등 서울 6백년의 변천사가 80분 동안 춤으로 형상화된다. 이 작품을 풀어가는 매개체로 작가는 소나무와 까치를 등장시킨다. 소나무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를 지켜온 정신으로, 까치는 꿈의 상징으로 설정된다. 서울의 과거·현재·미래가 고스란히 담길 이 작품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안무자 배정혜의 춤사위이다.
<타고 남은 재> <유리 도시> <두레> 등 그의 대표작에서 보여준 현대적 움직임과 민속춤 해체 작업이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성, 그리고 고통과 환희로 점철된 근·현대사 속의 공간성을 어떤 형태로 표현해낼지 주목된다.
1·2부로 구성되어 70분 동안 공연되는 <파도>는 일본으로 끌려가 온갖 역경을 이기며 예술혼을 지켜가는 한 조선 도공의 생애를 통해 우리 조상의 강인한 자주 정신을 부각하고 있다.
그동안 공연됐던 대형 무용극의 경우 민간에 전승되는 소품 형태의 춤들이 작품 속에 삽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파도>의 안무자 문일지도 <검무> <아박무> <향발무> 등 우리 전통춤들을 작품 속에서 재현한다. 여기에 일본인들의 춤, 도공들의 군무, 조선 민중의 저항적인 춤이 가세한다. 또 풍랑 장면과 도자기 제작 과정을 재현하면서 조명과 슬라이드를 이용한 특수 효과도 동원할 예정이다.
직업 무용단의 대형 창작 무용극 공연은 커다란 기대감을 갖게 하는 반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다. 군무나 2인무, 독무 등 다양한 춤들을 적절한 템포에 의해 배분해야 함은 물론이고, 무대 장치·조명·의상 따위가 총체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극장 공간이 갖는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기 쉽다. 두 편의 창작 무용극이 기념 공연이라는 차원을 넘어 이같은 미비점들을 보완한, 완성도 높은 예술 작품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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