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선]무용 <서울 까치> <파도>
  • 장광열 (무용 평론가·월간 <객석> 기자) ()
  • 승인 1995.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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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유난히 직업 무용단들의 기념 공연 무대가 많이 마련되어 있다. 이 공연들은 하나같이 대작이고, 다루는 소재나 주제 면에서도 역사성을 띠고 있다. 서울시립무용단과 국립국악원무용단이 1주일 간격으로 공연하는 창작 무용 두 편 <서울 까치>와 <파도>는, 광복 50주년 기념 공연임을 내세우고 있는 데다 출연진 규모나 스태프 진용이 만만치 않아 무용계 안팎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94년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새로운 도읍지로 정한 이래 6백년간 서울의 발자취를 다룬 서울시립무용단의 <서울 까치>에는 오태석(대본) 정대경(음악) 박동우(무대) 배정혜(안무)가, 일제에 끌려간 우리 도공들 얘기를 다룬 국립국악원무용단의 <파도>에는 차범석(대본) 김철호(음악) 송관우(무대) 문일지(안무)가 주요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 까치>에서는 조선의 성립, 일제의 침략, 남북 분단, 군사 정부, 산업화 과정, 21세기 미래 등 서울 6백년의 변천사가 80분 동안 춤으로 형상화된다. 이 작품을 풀어가는 매개체로 작가는 소나무와 까치를 등장시킨다. 소나무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를 지켜온 정신으로, 까치는 꿈의 상징으로 설정된다. 서울의 과거·현재·미래가 고스란히 담길 이 작품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안무자 배정혜의 춤사위이다.

<타고 남은 재> <유리 도시> <두레> 등 그의 대표작에서 보여준 현대적 움직임과 민속춤 해체 작업이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성, 그리고 고통과 환희로 점철된 근·현대사 속의 공간성을 어떤 형태로 표현해낼지 주목된다.

1·2부로 구성되어 70분 동안 공연되는 <파도>는 일본으로 끌려가 온갖 역경을 이기며 예술혼을 지켜가는 한 조선 도공의 생애를 통해 우리 조상의 강인한 자주 정신을 부각하고 있다.

그동안 공연됐던 대형 무용극의 경우 민간에 전승되는 소품 형태의 춤들이 작품 속에 삽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파도>의 안무자 문일지도 <검무> <아박무> <향발무> 등 우리 전통춤들을 작품 속에서 재현한다. 여기에 일본인들의 춤, 도공들의 군무, 조선 민중의 저항적인 춤이 가세한다. 또 풍랑 장면과 도자기 제작 과정을 재현하면서 조명과 슬라이드를 이용한 특수 효과도 동원할 예정이다.

직업 무용단의 대형 창작 무용극 공연은 커다란 기대감을 갖게 하는 반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다. 군무나 2인무, 독무 등 다양한 춤들을 적절한 템포에 의해 배분해야 함은 물론이고, 무대 장치·조명·의상 따위가 총체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극장 공간이 갖는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기 쉽다. 두 편의 창작 무용극이 기념 공연이라는 차원을 넘어 이같은 미비점들을 보완한, 완성도 높은 예술 작품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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