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성경륭 지음 <체제 변동의 정치사회학>
  • 이수훈 (경남대 교수·사회학) ()
  • 승인 1995.11.0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체제변동의 정치사회학> 펴낸 성경륭 교수…민주화에 대한 모색과 열망
한국 사회과학계의 소장학자인 성경륭 교수(한림대·사회학)가 마침내 그의 첫 단독 저서 <체제변동의 정치사회학> (한울)을 내놓았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힘’에 관한 것이다. 그것도 마냥 물리력이 아니라 자본주의 문명에서의 ‘권력’에 관한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참여’와 ‘평등’ 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으며, 당연히 독점과 분점, 배제와 융합의 변증법을 주제로 삼는다. 그의 궁극적 관심은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가 잘 안되고 있는 체제의 민주화에 있다. 특히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모색과 열망이 학술적이고 실천적으로 잘 표시되어 있다. 아마도 성교수는 이 문제를 일생의 학술적 연구 과제로 삼은 모양이다.

민주화를 학술적으로 논의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그는 국가와 정치 체제, 정당과 사회운동,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변증법, 기업 조직과 결사체를 논의하고 있다. 책도 대략 이같은 주제에 따라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런 저런 기회에 책의 1부와 2부에 들어 있는 글들을 이미 읽은 적이 있는데, 그들을 책 전체의 구성 속에서 다시 보니 그 의미가 사뭇 새롭다. 다만 여기서는 이 방대한 책을 전부 논하기보다 이번에 새로이 접한 3부와 4부에 초점을 두고 논평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노조운동 활성화·기업 민주화에 큰 기대

제3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변증법적 결합에 관한 논의는, 자본주의 발전이 정치체제의 민주화로 이어지는 조건을 부여하고, 다시 정치적 민주화를 계기로 자본주의 체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변혁의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 의식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이 부분의 분석은 깊이 있는 비교역사적 방법으로 읽는 이를 압도할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 변혁’이라는 그의 천착 때문에 새삼스런 주의를 기울이게도 하였다. 그는 자본주의 변혁의 열쇠로서 노동조합운동의 활성화와 정당 노선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노동 계급의 ‘권력 자원 동원’모델에 충실한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이 논의가 다소간 ‘큰 이야기’라면, 4부의 기업 조직 민주화 논의는 ‘작은 이야기’에 속할 것이다. 자본주의도 넘어서고 사회주의 실험의 한계도 넘어설 수 있는 ‘제3의 대안’으로서 기업 조직의 민주화에 대한 탐색은 구체적으로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 논의에 입각해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생각해볼 소지를 한껏 던지고 있다. 기업 조직의 소유·경영 형태에 관한 다양한 유형 논의, 각각에 이르는 경로 논의, 그리고 한국의 사정을 상세히 분석한 결과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조직의 종(種)’(348쪽)으로서의 기업 조직 민주화란 그것을 실현할 여건이 극도로 열악한 우리 현실에서 하나의 열망이기도 하지만, 두고두고 추구해야 할 이론적·실천적 모델이 된다고 하겠다.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성교수의 기본적 ‘인식’에 관해 몇 마디 보태고자 한다. 첫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공존에 관한 인식이다. 그의 학술적이고 실천적인 천착을 높이 사기에 우리는 묻고 싶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진정’민주주의가 가능한가? 둘째, 87년에 관한 인식이다. 그는 87년을 한국 사회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특히 정치적 민주화에 분수령이 되는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87년이 한국 정치와 사회운동에 분기점인 해였다는 데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의 논의는 상당 부분 87년의 ‘대분출’이 적어도 정치 민주화 차원에서는 결실을 거둔 것처럼 전제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그런가? 내가 판단하기에 이는 다소 성급한 현실 인식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그가 매달려 있는 ‘국가주의적’(?) 인식 문제다. 책 요처마다 그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고, 책 자체도 국가에서 시작해서 국가로 끝을 맺고 있다(“국가의…주체적 역할”). 다른 사람은 제쳐두고라도 그가 학술적으로 크게 기대고 있는 배링턴 모어나 찰스 틸리가 이 인식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