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제10회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8.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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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10회째 공연
89년부터 해마다 12월이면 열렸던 이 공연은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수들은 ‘노 개런티’로 무대에 섰고, 청중은 만명씩 몰려들었다. 그런데도 주최자들은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면 좋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 공연은 한 해도 거르지 않은 채 올해까지 이어졌다. 10회째를 맞은 지금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인권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인권 문제를 내걸고 10년 동안 지속된 공연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것이다.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지난 85년 결성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인권 문제를 널리 알리겠다’는 뜻에서 주최한 이 공연은 출범할 때만 해도 가족적인 분위기로 소박했다. “89년에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거의 날마다 붙잡혀갔다. 양심수들로 감옥이 넘쳐나는데, 안기부·경찰청 앞에서 아무리 시위·농성을 해도 언론은 물론 시민들도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을 알릴 통로를 고민하던 끝에 공연을 생각하게 되었다.” 10년째 <양심수를…>을 기획해 온 민가협 총무 남규선씨의 말이다.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첫 공연은 정태춘·안치환 씨 등 민중 가요 진영 가수들이 주축이 되어, 그 사이 사이에 시를 낭송하는 정도의 단순한 공연이었다.

5회 공연부터 <양심수를…>의 성격이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민중 음악과 담을 쌓았던 대중 음악 진영의 가수들이 하나 둘씩 참여했기 때문이다. 김종서·전인권·한영애 씨의 뒤를 이어 90년대 중반 최고의 록밴드로 평가받은 넥스트와 패닉·장혜진·박상민·최백호·권진원·윤도현밴드 등이 이 무대에 서슴없이 올라왔다.
그것은 재갈이 물려 있던 한국 대중 음악사를 통틀어 좀처럼 보기 드문 무대였다. 사회 문제에 대한 발언은 제도권 가수에게 사형 선고를 의미했고, 대중 스타는 문제 제기는커녕 검열자들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해야 했다.

한국 대중 가수들은 인권·정치 문제에 대해 항의할 목적으로 대규모 공연을 일상적으로 벌이는 구미 팝스타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아야만 했다. <양심수를…>은 한국 대중 음악인들의 그같은 열망을 풀어 준 첫 공연이자 지금까지 지속되는 유일한 무대인 셈이다. “공연을 아무리 잘 해도 메시지가 없으면 공허하고, 메시지가 강해도 공연이 허술하면 전달이 되지 않는다. <양심수를…>은 민중 음악·대중 음악을 자연스럽게 결합하고, 대중 음악가들로 하여금 사회 문제에 눈을 돌리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라고 대중 음악 평론가 임진모씨는 평가했다.

3년 전부터 <양심수를…>은 메시지를 바탕에 깐 채 공연의 예술적 완성도에 주력해 왔다. “양심수를 ‘성이 양이고 이름이 심수인 인물’이라 생각하고 이 공연에 왔던 젊은이들에게 양심수라는 세 글자를 알린 것만 해도 큰 성과이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양심수들을 도와 달라는 차원이 아니라, 공연의 질로 호소할 때라 생각한다”라고 남규선씨는 말했다.

정태춘 박은옥 김종서 사랑과평화 김창완 전인권 안치환과자유 자우림 꽃다지 조국과청춘 문성근 원창연 박노해 도종환 등이 참여하는 올해 공연은, 12월12일 오후 6시 서울 장충체육관(문의 02-763-2606)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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