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8시 뉴스 전국에 방영된다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5.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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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민방, 프로그램 70~80% 서울방송에 의존··· 편성권 확보돼 개선 가능
95년 5월14일은 사상 최초로 지역 민영 방송이 공중 전파를 쏘아올리는 날이다. 부산·대구·광주·대전 시의 각 지역 민방은 4월1일 시험 방송을 내보내면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방송 한 달을 앞둔 지금 지역 민방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은 아직 그다지 높지 않다. 케이블 TV와 혼동한다든가, 지역 민방을 통해 SBS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방송이 시작되면 지역 민방에 대한 지역민의 호응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각 방송사 관계자들은 자신한다.

제작 여건이 나쁘고 인력이 부족한 탓에 지역 민방들은 개국 초기에는 SBS 프로그램으로 편성의 70~80%를 메우지만, 기존 지방 KBS·MBC와는 분명하게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체 편성 비율이 20~30%로 지방 KBS·MBC보다 10% 이상 높고, 무엇보다 지역 민방은 완전 독립 법인체여서 편성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방송사가 주간 편성표에서 공통으로 잡아 놓은 기간 프로그램은 아침 시간대의 생방송과 저녁의 뉴스 시간이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같은 시간대에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 ‘띠’라 불리는 두 프로그램을 각 방송사들은 자사의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다. <생방송 출발! 새 아침>(부산방송·PSB), (대구방송), <생방송 빛고을 새 아침>(광주방송·KBC), <생방송 이야기방>(대전방송·TJB)은 아침 7시대에 편성되어 1시간 가량 방송된다.

“지역 시민이 원하는 것을 보도한다”

아침 방송이 편성제작국의 간판 프로그램이라면 저녁 를 뒤이어 편성되는 지역 뉴스들은 보도국의 ‘간판’이다. 각 방송사 보도국은 ‘우리 시민이 원하는 것을 보도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지닌다. “지금은 제작 여건이나 역량이 부족해 SBS와 제휴하고 있지만, 우리는 SBS를 서울·경기 지역의 지역 방송으로 본다. 이제는 과거처럼 협의의 개념으로 ‘지역’을 보면 안된다. 극단적으로 말해 각 지역 민방들은 잘만 가꾸어 나간다면 미국의 CNN 같은 슈퍼 스테이션이 될 수도 있다.” 부산방송 박용길 보도국장의 말이다.

지역 민방들은 서울에 지사를 두고 ‘지방의 시각’으로 전국 뉴스에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광주방송은 보도에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분명한 지향점을 두고 있다. 광주방송 서공석 보도국장은 “상대적으로 지역 경제가 취약하다는 점 때문에 보도 방향을 경제 활성화로 잡았다”고 말했다.

생활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아침·저녁 프로그램 외에도 각 방송사는 교양·오락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지역성’이라는 성격을 바탕에 깔고 있다. 대전방송은 개국 특집 다큐멘터리로 <서해안 24시>를 준비하고 있다. 60분 2부작으로 제작하는 <서해안 24시>가 서해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서해의 미래를 조망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잃어버린 왕국을 찾아서>는 신라에 비해 연구가 많이 처져 있는 ‘백제’ 이야기를 지역민에게 소상하게 들려 주는 특강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개국 특집 다큐멘터리 돋보여

대구방송은 50부작 드라마 <아빠는 못말려>를 개국 특집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살아가는 세 가족을 중심으로 아직도 보수적 전통을 지닌 대구 지역의 이야기들을 코믹한 형식으로 꾸몄다. 대구방송이 준비하는 개국 특집 다큐멘터리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보도국이 제작한 <풀뿌리 민주주의>이다. 유럽편과 일본편으로 나누어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지자제 선진국’들을 찾아 지자제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점을 영상에 담았다.

드라마 <해풍>과 더불어 부산방송이 개국 특집으로 만든 프로그램은 <해양 다큐멘터리>이다. 55분 3부작으로 제작을 마무리한 <해양 다큐멘터리>는 남태평양에서 참치잡이하는 선원들의 이야기를 1부로 구성했고, 2부는 어업 선진국 노르웨이의 어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3부는 해상 오염·어자원 고갈 등 한국 연안 어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짚고 있다.

광주방송은 제작비 1억원이라는, 지역 방송으로서는 파격적인 제작비를 들여 ‘다큐 드라마’ <황토바람>을 개국 특집물로 제작했다. 45분 3부작으로 제작된 <황토바람>의 첫번째 주인공은 동학농민전쟁 다음해에 들불처럼 일어난 호남 지역 의병들이다. 의병 이야기는 담양에서 거병한 고광순 의병장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2부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13년 간의 소작 쟁의로 유명한 전남 완도군 소안도의 민족 교육 현장이 중심 무대가 된다. 3부는 ‘80년 5월 광주’를 15년이 지난 오늘의 눈으로 본 다큐멘터리이다. <황토바람>을 제작한 김영문 PD는 “묻혔던 사실을 파헤치기보다는 지난 백년 동안 한 사람 한 사람이 흘린 피가 조국의 독립과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는 점과, 격동기에는 반드시 우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각하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황토바람> 3부는 “지금이라도 진상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빌면 별 수 있간디, 용서 해야지”라는 대사를 담은 긴 독백으로 끝이 난다.

지역 민방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지자제와 관련한 선거 방송이다. 선거는 지역 민방의 차별성을 확실하게 드러내면서 높은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한 방송’을 한다는 각 방송사 보도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선거 방송 기획단을 조직한 대구방송 김성태 보도국장은 “무슨 지침을 마련한 것은 없지만, 잘못된 지역 이기주의와 부정적 정서가 있다면 과감하게 지적하면서 진정으로 지역민과 함께하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주방송 서공석 보도국장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지역 정서가 민주당 쪽이라고 해도 구애될 필요가 없다. 어느 후보에게도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방송의 의무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10분의 1밖에 책정되지 않은 광고비, SBS와 세부 편성 협약이 끝나지 않은 점 등 지역 민방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적지 않다. 또 지역 민방의 개국은 지금 상태로는 SBS의 전국 네트워크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를 비롯해 프라임 타임대의 SBS 프로그램이 지역 민방을 통해 고스란히 방송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4개 지역 민방은 ‘지방화 시대를 이끄는 첨병’이라는 자부심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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