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체 거래 파헤친 <휴먼 보디 숍>
  • 吳允鉉 기자 ()
  • 승인 1995.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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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거래·유전 공학 폐해 파헤친 <휴먼 보디숍>
‘신장을 팝니다. 32세의 신체 건강한 백인 여성임. 우체국 사서함 ㅇ번.’ ‘안구를 사거나 이식합니다. 안구 하나에 5만달러. 당신의 눈으로 다른 사람에게 광명을 주십시오. 그것은 이웃을 돕는 일입니다.’

이 광고들은 미래의 광고가 아니다. 몇년 전부터 미국 신문들에 실리고 있는 상업 광고이다. 이제 사람의 신체는 그 어떤 상품보다 분명하게 비싼 ‘물건’의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법률가인 앤드류 킴브렐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휴먼 보디숍>(김영사)에서 괴기스러운 ‘인체 상품화’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했다.

휴먼 보디숍의 ‘상품 목록’은 다음과 같다. 낭창이나 A형 간염 항체를 가진 사람의 피는 보통 1회 매혈에 50∼2백달러, 홍역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3백달러, 혈액응고제 결핍자들은 6백달러까지 받는다. 물론 희귀한 병을 앓은 사람의 피는 그보다 훨씬 비싸다. 그러나 이것은 인체를 상품화하는 질주의 시작에 불과하다.

장기 이식은 인체 상품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킴브렐에 따르면, 90년대 들어서 의학 기술의 발달로 심장·간장·신장 이식 수술이 80년대보다 각각 20, 40, 2 배로 늘어났다. 그는 한 사람이 상품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인체 기관이 ‘각막 2개, 속귀·중이(中耳)의 추골, 침골, 귀의 등골, 턱뼈 1개, 심장 1개, 심낭 1개, 심장판막 4개, 폐 2개, 간장 1개, 신장 2개, 췌장 1개, 위장 1개, 뼈 2백6개, 고관절 2개, 인대와 연골 27개, 피부, 혈관(주로 정맥) 9만6천㎞, 골수 2.55㎏’이라고 소개했다.

킴브렐이 이식 수술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장기를 파는 이들 대부분이 빈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것이 가난한 자에 대한 다른 형태의 착취라고 주장한다. 실제 장기를 파는 사람 대부분이 음식과 주거를 위해, 빚을 갚기 위해, 심지어는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해 몸을 판다. 이집트에서는 장기를 텔레비전과 맞바꾸기도 한다.

난자 2천달러, 정자 50달러

킴브렐은 최근에는 특정 유형에 속하는 낙태아와 무뇌아의 장기까지 거래되고 있다고 고발한다. 미국의 대학과 상업 연구기관 들이 태아의 잔존물에 애착을 갖는 것은 태아의 잔존물이 새로운 연구 재료와 치료제로 쓰이기 때문이다. 태아의 조직은 파킨슨병과 당뇨병 치료에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 치료를 위해 90년까지 전세계에서 6백여 환자에 실제 태아의 췌장을 이식했다. 태아 조직을 받으려는 환자가 미국에만 천만명(파킨슨병 환자 백만명, 알츠하이머병 환자 3백만명, 헌팅턴병 환자 2만5천명, 당뇨병 환자 6백만명)이 넘게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공수정, 난자·정자·배(胚) 판매, 대리모를 통한 아이 출산도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장기 거래는 아니지만 잠재적인 인간 판매에 해당한다. 현재 난자와 정자는 각각 2천달러와 50달러에, 대리모가 낳은 아이는 3만~4만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한 행위는 우리의 성관습·자아상·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뿌리째 뒤흔들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들을 침해한다. 윤리학자들은 인공 수정이 결혼의 결속력을 깨고, 기술적인 간통 형태를 창출하는 것으로 여긴다.

90년부터 시도된 ‘착상 전 유전자 검사법’도 큰 문제로 대두했다. 이것은 수정된 배(胚)가 자궁에 착상하기 전에 유전병 여부를 조사해, 배가 심각한 유전병에 걸렸거나, 원하지 않는 성별이거나, 비만이거나 지능지수가 낮으면 폐기해 버리는 방법이다. 현재 미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10만개가 넘는 유전자를 모두 해독하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만약 이 계획이 성공하면 부모가 어떤 종류의 아이를 가질 것인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킴브렐은, 아무런 질병도 갖지 않은 배나 태아를 얻기 위한 유전자 검사는 세상을 새롭고 두려운 경지로 몰고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휴먼 보디숍>은 유전공학이 빚어낼 수 있는 위력과 더불어 폐해까지 담고 있다. 유전공학자들은 유전자 조작 기술이 점차 개량되면서 새로운 녹색 혁명으로 전세계에서 기아를 몰아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암과 에이즈 치료법도 개발할 수 있다고 예언했다. 실제 미국의 여러 연구기관에서는 사람의 유전자를 수많은 동식물에 삽입했고, 잉어·메기·송어에게도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고 생식 횟수를 늘리기 위해 사람·소·쥐의 유전자를 다량 주입하였다. 그런 복잡한 실험을 통해 염소의 뿔과 얼굴에 양의 몸통을 가지고 있는 ‘기프’라는 놀라운 동물을 만들어냈고, 밤중에 밝게 빛나는 식물을 만들어냈다. 유전공학자들은 무게가 5t 나가는 소, 길이가 3백66cm 키가 1백52cm나 되는 돼지를 곧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똑같은 사람 48명 ‘제조’ 가능

하지만 킴브렐은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유전공학 기술이 그 이전에는 결코 예측하지 못했던 윤리적·경제적·환경적 피해를 낳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그같은 피해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93년 10월 미국의 홀 박사와 동료 스틸맨 박사는 배 17개를 적절한 클로닝 기술(배양 기술)을 이용해 48배로 증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똑같은 사람을 48명이나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이 방법이 가능해짐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의 배를 여러 개 복제해 두었다가 병에 걸리게 되면, 돈을 주고 산 대리모에게 그 배를 임신시킨 다음 인공 낙태시키고 유산아의 장기나 골수를 이식 받아 얼마든지 건강하게 더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재능을 가진 인물만이, 능률적인 후손만이 창조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의료 과학의 윤리를 이처럼 타락시킨 원인 제공자로 킴브렐은 물질주의자인 라 메트리와 경제철학자 애덤 스미스를 들었다. 라 메트리는 인간을 감각이 없는 단순한 원자덩어리로 격하시켜 자연주의자들이 경제적 이용을 위해 거침없이 인체를 팔고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고, 애덤 스미스는 인간이 누구나 방해 받지 않고 시장과 자원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인체 시장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장기를 사고 팔 권리를 주었다는 것이다.

킴브렐이 인체 시장을 공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동 사회의 도덕 의식을 유지하고 인체를 성스러운 ‘선물’로 간직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기계주의와 이윤을 최고로 삼는 시장 교의와 맞서 싸워 인체 시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말한다. 벌써부터 자연 출산, 자연 식품, 환경운동, 장기 기증 운동 등이 그 일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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