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古미술 귀거래展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5.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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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리 <삽살개>, 겸재 그림 등 해외 유출 명품들 귀환 전시회
고미술 관계 책자에서 희미한 사진으로나 겨우 볼 수 있었거나, 기록으로만 존재했거나 기록조차 없었던 한국 고미술 명품들이 속속 귀향하고 있다. 부산 진화랑(051-244-3777)에서 열리고 있는 <서화·도자명품전>(7월20일~8월15일)에는 진화랑이 4년간 해외에서 수집해온 작품들과, 개인 수집가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 공개한 소장품을 포함해 모두 1백50여 작품이 나와 있다.

이 전시회가 관련 학계 등 고미술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작품 수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시되는 작품들 가운데 많은 수는 그동안 해외에 유출되어 진품을 구경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큰 관심을 모은 작품은 남리 김두량의 <삽살개>. 조선시대 문예부흥기라 불리는 영·정조 시대에 화원으로 활동한 남리가 48세에 그린 작품으로, 영조가 친필 화제를 써넣어 유명한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에 간행된 잡지와 70년대에 나온 <한국회화소사>(이동주 지음·서문당 펴냄)에서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이 작품은 영국을 거쳐 일본에 가 있다가 최근에야 국내로 돌아왔다.
한국고미술협회 소속 화랑들이 ‘환수’ 주도

이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은 조선시대 회화사에서 전환기적 화풍을 뚜렷이 창출한 영·정조 시대의 그림이 주류를 이룬다. 겸재 정 선의 <송음납량도(松陰納凉圖)> <귀거래도 팔곡병(歸去來圖 八曲屛)> <백악산 취미대도(白岳山 翠薇臺圖)>를 비롯해 단원 김홍도의 <만폭동·명경대도(萬瀑洞·明鏡臺圖)> <비선검무도(飛仙劍舞圖)>, 현재 심사정의 <하경산수도(夏景山水圖)> 등이 그것이다. 겸재의 <귀거래도 팔곡병>은 귀거래사의 주요 내용을 8폭으로 나누어 형상화한 것으로, 국내에 있으면서도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다. 이밖에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 오원 장승업의 <신선도병(神仙圖屛)>, 표암 강세황의 <계산고목도(溪山古木圖)>, 국보 1점과 보물 2점이 포함된 고려·조선 시대 도자기 등 수많은 명품이 나와 있다.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가 60년대부터 시작한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 조사에 따르면, 일본·미국·중국·유럽 등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6만4천점에 이른다. 그러나 이 숫자는 외국 박물관 등 공공기관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집계한 것에 불과하다. 외무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도 87년부터 중점 조사하고 있으나, 한국의 고미술품이 어느 나라에 얼마나 나가 있는지 현재로서는 정확한 통계를 내지 못한다.

해외에서 들여온 고미술품 전시회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이다. 90년 수입 자유화가 이루어지면서 한국고미술협회(회장 정찬우)에 소속된 화랑들이 해외에 나가 고미술품을 환수하기 시작했다.

한국고미술협회에 따르면, 90년에는 3천8백46점이, 91년에는 8백79점이 해외에서 반입되었고, 그 이후에는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 정찬우 회장은,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 나오는 것을 사오거나, 한국 미술품 전문 화상들을 통해 구입해오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외국 미술 시장에 나오는 것은 미술품을 수집해 간 사람의 후손들이 보관을 못하거나,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내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정회장은 “생업으로 하는 일이지만, 회원 화랑들이 문화재를 보호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든 들여오기만 하면 장기적으로 보아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과당 경쟁으로 값 올려 주는 일은 없어야”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을 통해, 광복 후 전쟁을 거치면서는 미군 군속을 통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한국의 정신적 유산들은 해외로 빠져나갔다. 경제력과 국력이 성장한 만큼 해외 유출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환수 노력은 점차 커지고 있으나, 그것이 민간 차원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 미술 사학자는 “우리끼리 경쟁을 해서 실제 이상의 고가로 사들여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냥 내줄 때와 똑같은 이런 못난 면은 더 이상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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