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수묵화가 김호석 개인전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8.06.1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묵화가 김호석 ‘함께 가는 길’ 展/보통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 담아
‘어쩌면 표정이 저리도 생생할까.’ 수묵화가 김호석씨(41)의 ‘함께 가는 길’ 전시회장(5월27일∼6월5일·동산방화랑·02-733-5877)에 들어선 관람객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김씨의 그림에는 아내와 두 자녀,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그들의 표정과 몸짓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법한 것들이다. 너무나 익숙해서 낯설게 보이기까지 한다.

김씨의 이번 전시회에는 27점이 나와 있다. 88년부터 인물화를 연구해 오면서 ‘연습 삼아’ 그렸던 작품들이다. 전봉준 신채호 문익환 윤이상 등 근·현대 인물을 수묵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실험 대상’으로 순간 순간 포착한 가족의 표정을 선보인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대상에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접근했던 만큼, 작품들은 단순한 붓질로도 감정의 미세한 떨림까지 드러낸다.

아래 사진에서 작가 옆에 있는 작품 제목은 <느낌>이다. 어머니가 아들 귀를 붙잡고 귀지를 파는 광경으로, 어머니의 표정에는 ‘몸을 깨끗이 하지 않는 아들’에 대한 질책과 조심스러움이 함께 들어 있다. 귀를 잡힌 채 어색한 자세로 앉아 있는 개구쟁이 아들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얼굴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누나의 표정은 더 심각하다.

인물화의 전통 현대적 미감으로 부활시켜

이 그림을 포함해 김씨의 그림들은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보인다. 카메라 렌즈로도 포착할 수 없는, 숱하게 경험해 온 일들을 가장 전형적인 모습으로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가정사를 보여줄 요량이었다면 전시회를 열 필요가 없었다. 이것은 내 이야기인 동시에 남의 얘기이다”라고 작가는 말했다. 비록 자기 가족을 등장시켰지만, 이 시대를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얼굴에서 이 시대의 표정을 읽을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전통 수묵화가인 김씨는 인물화의 전통을 현대적인 미감으로 부활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전통적인 맛이란 정신과 먹이 만났을 때 우러나오는 것이다. 바로 그 맛으로 오늘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 내 그림의 목표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