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사랑방 문화 되살리자"
  • 魯順同 기자 ()
  • 승인 1998.06.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양대 관광연구소 세미나/‘새로운 숙박 모델’ 제안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불리는 관광산업. IMF 구제 금융 시대를 맞아 대표적인 외화벌이 사업인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구제 금융 시대에 걸맞는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5월29일 한양대 관광연구소(소장 손대현)가 주최한 ‘전통 객관 창설과 신사랑방 개발에 관한 세미나’는 현실적인 문제 의식을 토대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발제자로 참여한 손대현 교수·건축가 이일훈씨·디자이너 안상수씨 등은 한국적 건축과 디자인 안을 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세미나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손교수가 주창한 ‘신사랑방 운동’이다. 그의 문제 의식은 싸고 편하면서도 고유의 생활 문화를 전해 줄 숙박 형태를 개발하자는 것이다. 전래의 사랑방 문화를 관광 상품으로 끌어들이자고 제안한 손교수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민박 업소를 네트워크화하고 △전통 디자인을 도입한 객관(客館)을 세우는 안을 내놓았다.

손교수의 주장은 요즘의 여행 추세가 다른 나라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문화 관광’이라는 점에 비추어 설득력이 있다. 또한 최소 투자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제 금융 시대에 걸맞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민박 유치, 20년간 5천건 미만

한국에서는 민박 하면 피서철·바가지 요금이라는 말이 먼저 연상될 정도로 민박 문화가 낙후한 실정이다. 현재 관광사업진흥법이 규정하고 있는 관광숙박업은 관광 호텔과 콘도미니엄뿐이고, 나머지 호텔·여관·유스호스텔 등은 보건복지부 관할이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에 한참 뒤떨어진 제도다. 영국은 관광숙박업에 민박에서 농장까지 다양한 시설을 포함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정부가 민박을 장려하는 지원책을 마련할 정도로 관광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한국이 77∼97년에 외국인 민박을 유치한 실적은 4천7백여 건뿐이며, 이조차도 일본 관광객에 치우쳐 있다. 현재 3천여 민박 가구를 거느리고 외국인 민박을 알선하고 있는 한국라보 사는 지난해 2백70여 건을 알선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기존 민박 가구들이 주로 휴가철에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철 장사를 해온 관행 탓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손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외로 많은 일반 가정이 외국인 민박에 관심을 보였다.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72.5%가 외국인 민박을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했다. 외국인도 민박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97년 민박 이용 외래객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민박을 타인에게 추천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외국인이 88.9%에 이르렀다. 이들은 친절한 국민성과 고유 음식, 현대화한 모습과 전통 문화에 호감을 표시했으며, 가장 불편한 점으로는 예약 제도가 미비한 것을 꼽았다.

외국인의 수요는 있지만 제대로 된 민박집이 없는 상황에서, 1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2백여 외국인을 불러들인 일산의 한 민박집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오승훈씨가 운영하는 ‘제찬이네 민박집’은 정보와 생활 문화를 결합해 성공을 거두었다. 오씨는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www.hotel­homestay.co.kr.)를 만들어 외국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고 있다. 제찬이네 민박집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1박1식, 공항까지 무료 카 서비스, 텔레비전·팩스·인터넷·세탁기 무료 사용, 각종 관광 정보 제공’ 등이다.
일산 ‘제찬이네 민박집’이 성공 사례

서비스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홈페이지에 내용을 상술해 놓아,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한국의 생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곳의 투숙객은 전부 외국인이다. 오씨의 집을 거쳐간 외국인들은 홈페이지의 ‘게스트 북’ 코너에 자신의 경험담을 빼곡히 올려 놓았다. 안주인의 김치찌개 솜씨 등, 관광객 자신이 체험한 한국 생활을 시시콜콜하게 적어 이로 인한 홍보 효과가 만만치 않다. 전통적인 가옥 구조를 가진 곳을 민박 업소로 활용할 경우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외국인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방안은 전통 객관을 원용한 숙박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기존 호텔 중에서 전통 이미지를 제일 잘 활용하는 것으로 꼽히는 신라호텔이 가장 경쟁력이 높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97 <여행정보신문>).

손교수는‘일본에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여관이 있어 일본 문화의 전시장 구실을 하는 데 비해, 한국은 고유한 숙박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전무하다’고 지적하고 전통 객관을 부활하자고 제안했다. 다소 이름이 생소한 객관은 전래의 숙박 형태다. 손대현 교수에 따르면, 전통 숙박 시설은 관원이 머무르는 객사(客捨)와 해외 사신이 머무르는 객관으로 구별되었는데, 일제 시대에 여관이 밀려들면서 이름 자체가 사라졌다. 손교수는 외국인을 위해 새로 짓는 관광 숙소에는 전통 객관이라는 이름을 되살려 쓰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건축가 이일훈씨는 구체적인 객관 디자인 안을 내놓았다. 이씨가 내놓은 안의 건축적인 특징은 ‘채 나눔’형식을 도입하고 객실 안으로 마루와 정원을 끌어들이는 것이다(위 그림 참조). 채 나눔 형식이란 안채와 사랑채 등으로 생활 공간을 분리하는 전통 가옥 구조를 일컫는다. 이씨의 안은 전통 건축의 자연 친화적인 요소를 활용하자는 것이어서,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