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만큼 뜨거운 ‘분노의 역류’
  • 토론토·김영신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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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북미 지역에서도 돌풍…신학자·예술사가 비판 줄이어
미스터리 소설 <다빈치 코드(The Davinci Code)>의 인기가 북미 지역에서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댄 브라운의 이 추리소설은 미국 베스트 셀러 순위 5위 안에 50주 이상 머물러 있었고 현재까지 약 7백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10여국에 번역 출간되어 모두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캐나다에서도 하드커버 픽션부문 1위를 고수해왔다. 더구나 입소문을 타 열독(熱讀)의 기세는 오히려 더 가열되는 분위기다.

<다빈치 코드>가 인기를 끌 만한 요소들은 적지 않다. 심야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어난 기이한 살인 사건을 발단으로 기호학과 암호 해독술, 풍부한 예술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줄거리가 전개되는 데다, 프랑스와 영국을 넘나드는 도주와 추적, 솜씨 있는 장면 전환 등은 할리우드적인 속도감까지 갖춘 고감도 스릴러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 책이 화제작이 된 데는 이런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빈치 코드>는 성배의 전설과 예수의 비밀에 싸인 생애, 성녀 숭배, 바티칸의 음모와 기독교 문명의 어두운 과오 등이 소설의 주요한 골간을 이룬다. 이 책은 서양 정신 세계의 기반인 기독교의 민감한 부분을, 그것도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실존하는 카톨릭 교파인 ‘오프스 데이’와 비밀단체였던 시온 수도회가 나오면서 소설의 ‘사실성’을 뒷받침하기까지 한다.

이 점은 신학자들과 예술사가들을 노엽고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 내용이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실로 믿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많기 때문.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르자 미국에서는 <다빈치 코드>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전문 학술서가 네 권이나 출간되었고, 신학자 워드 개스크는 북미 지역 순회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예술사가들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한 댄 브라운의 피상적인 지식에 앞다투어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하는 것으로 공격에 나섰다. 시카고 예술대학 브루스 부처 교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다 빈치’로 불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 빈치는 이 화가의 출신지인 ‘빈치’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는 레오나르도가 ‘불 같은 성격을 지닌 동성연애자’였다는 묘사에 대해서도 레오나르도의 성적 정체성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고 뉴욕 타임스에 기고하기까지 했다. 작가 브라운은 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 오른쪽에 앉은 인물을 마리아 막달레나로 지목했지만, 예술사가들은 이 인물이 예수가 총애했던 사도 요한이 맞다고 응수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면 7개월 기다려야

이 책이 왜 인기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영성(靈性)은 좋아하지만 제도적 종교나 그 비밀·권력·여성 혐오 등은 싫어하는 현대인들의 인식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빈치 코드>를 출간한 더블데이 출판사측은 보통 책을 잘 사지 않는 사람들도 이 소설을 사보고 있다면서, 대중이 예수의 생애에 대한 대안적인 시각에 흥미를 보임으로써 이 책이 일종의 대중 문화의 일부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더블데이측은 이 책이 캐나다에서는 19만부, 전세계적으로 7백20만부가 인쇄되었다고 밝혔다. <다빈치 코드>는 여전히 베스트 셀러 판매 기록을 속속 갈아 치우고 있다. 더구나 이것은 모두 하드커버 장정으로 팔린 것이고 값싼 페이퍼백은 아직 나올 계획이 없다. 대신 화려한 삽화판이 가을에 출간될 예정이며, 아카데미상 수상자 론 하워드가 감독한 영화도 제작중이다. 캐나다의 토론토 공립도서관에서 <다빈치 코드>를 빌려 보려면 무려 7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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