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현실에서 맞닥뜨린 전설/ <수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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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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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인 나와 인어쇼를 하는 애인 메메이, 그녀를 자살한 옛 애인의 환생이라고 여기는 남자 마다의 이야기가 뒤섞인 환상적인 영화다. 대형 수족관에서 인어쇼를 하는 메메이가 어느날 인어의 전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친구들의 꾐에 빠져 자신을 유괴한 남자 친구에 대한 절망 때문에 자살한 한 여인이 인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바로 그 전설의 주인공이 나타난다. 같은 사연으로 여자 친구를 떠나보낸 남자 마다는, 인어쇼를 하는 메메이를 보고 그녀의 환생이라고 여긴다.
한국 대표하는 지성인들의 대담집
〈춘아 춘아 옥단춘아…〉


민음사가 펴내는 계간지 〈세계의 문학〉이 최근 지령 100호를 자축하며 독서계에 '특별한 책'을 선물로 안겼다. 인문학자 김우창·시인 김춘수·음악학자 이강숙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원로와, 철학자 탁석산·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조유식 사장 등 신진 26명이 각각 짝을 이루어 자신의 삶과 철학, 인생관, 살아가는 이야기를 격의 없이 주고받은 대담집을 펴낸 것이다.




책 이름은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신화 연구가인 이윤기씨가 대학을 다니는 딸 다희씨에게 '어릴 적 뜻 모르고 부르고 다녔지만 내게는 너무도 소중했던 구절'이라며 대담 중 소개한 노랫말에서 따왔다.


꾸러미를 풀면 각기 다른 삶의 이야기 13개가 펼쳐진다. 아버지와 딸이 오랜만에 흉금을 터놓고 인문학을 논하고(이윤기·이다희), 헌책방 주인과 인터넷 서점 사장이 마주앉아 책의 미래를 놓고 토론하기도 한다(노동환·조유식). 그런가 하면 스님과 목사가 목탁 소리 은은한 산사에 앉아 삶과 죽음·생성과 소멸을 주제로 정담을 나누기도 하며(도법 스님·양명수), 여성학자와 여성운동가가 만나 영화 〈친구〉를 '안주' 삼아 한국의 여성 인권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한다(함인희·이숙경).


대담집은 좋은 의미에서 '개념'이 없다. 기획자들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되도록 편하게 다채로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는 일이었다. 이 책에는 대담집이라면 으레 끼어들기 마련인 '토론 주제'도 '사회자'도 없다.


대담은 물 흐르듯 진행되지만 결코 '잡담'으로 흐르지 않는다.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원로들의 원숙함과, 역시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문제 의식이 적절히 어우러져 잡담으로 가는 길에 강력한 차단 막을 형성한 것이다. 그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들은 작고 나직한 목소리로 서양 사상 무비판적 수용을 자성하기도 하고(김우창·김상환), 이성 회복을 촉구하는 한목소리를 내기도 한다(최장집·강유원). 이 생산성 높은 대담 현장은 사진 작가 여동완씨의 작품으로 생생하게 복제되어 지면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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