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반동의 대변자〈존나깨군〉착해지다
  • 노순동 기자 (soon@e-sisa.co.kr)
  • 승인 2001.08.2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화 모음〈우일우화〉·동화〈아기 코끼리 몽크〉
펴낸 만화가 이우일씨


만화가 이우일씨는 어느 날 친구로부터 이런 구박을 들었다. "너는 뇌가 귀두에 달렸냐?" 성에 대한 그의 기기묘묘한 상상력에 기가 막혔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말을 듣는다. "이거 내가 아는 이우일 맞아?"




최근 그는 만화 모음 〈우일우화〉(사회비평 펴냄)와 동화 〈아기 코끼리 몽크〉(열린책들 펴냄)를 출간했다. 〈우일우화〉는 청소년용, 동화는 어린이용이어서 엽기적이고 썰렁한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과연 변한 것일까? 이우일은 "원래 이것저것 모두 좋아하는데 하나에 갇히는 느낌이었다. 앞으로는 장편 만화에 도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변화한 이우일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유보적이다. 그는 여전히 삐딱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엽기 만화가'인 것이다. 〈누들 누드〉를 통해 남다른 엽기성을 과시한 동료 만화가 양영순조차 그를 일러 '외계에서 날아온 바이러스'라고 표현했다. 소설가 김영하도 그의 만화가 발산하는 기묘함을 즐기는 골수 팬이다. 향기롭거나 건전하지 않아서, 즉 동시대의 윤리 규범과 정서적 공감대에서 슬쩍 비켜서 있기에 더욱 유쾌하다는 것이다.


만화라는 장르가 주류 사회의 통념을 그대로 반영해 인기를 얻은 적은 없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출현은 난데없었다. 홍익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동아리 '네모라미'에서 활동할 때 그의 만화는 자체 검열에서 잘리기 일쑤였다. 후레자식이라는 욕이 애칭으로 쓰일 정도였다. 그는 회보에 실리지 못한 만화를 모아 자비 출판을 감행했다. 표지가 붉은 탓에, 그리고 포르노 만화를 표방한 탓에 '빨간 책'(〈빨간 스타킹의 반란〉)이라는 애칭을 얻은 그 팜플렛이 이제는 한국 엽기 만화의 탯자리를 보여주는 희귀 자료가 되었다. 엽기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았을 때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새로운 감수성을 대변하고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일반 독자가 삐딱이들의 상찬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가는 낭패하기 십상이다. 그의 만화를 보고 마냥 킬킬댈 수 있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 캐릭터 〈존나깨군〉은 독자의 취향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편협한 눈으로, 내 방식대로 말할 뿐"




〈존나깨군〉은 그가 〈동아일보〉에 〈도달드닭〉을 1년 남짓 연재하면서 주류 언론의 생리에 맞추어 수위를 조절하느라 신경이 나달나달해진 뒤 그 반동으로 만든 캐릭터다. 마당은 〈딴지일보〉. 그때부터는 거칠 것이 없었다. 산모가 한강 다리 위에서 애를 낳는 모습을 번지 점프를 하는 것으로 묘사하고(〈번지 점프를 하다〉), 투신 자살하는 여성의 낙하 지점에는 한 남자가 성기가 발기된 채 누워 있다(〈투신〉). 한 여자가 고추 씨를 사서 화분에 심는데 그 싹이 자라 털이 숭숭 난 우람한 남자 성기가 되고, 그 성기를 우적우적 씹어 먹으니 아이가 생긴다. 그걸 낳아 놓고 보니 고추다. 빨갛고 파란 고추들을 보며 누군가 "야! 고추다"라며 환호한다(〈고추씨〉 ·오른쪽 그림 참조). '작대기 인간 김씨'에 관한 상상력에는 연민이 가득 배어 있지만 망측하기는 매한가지다. 작대기 몇 개로 이루어진 김씨는 성기도 가늘디 가늘어 콘돔을 끼울 수 없다. 그는 대신 빨대를 쓴다. 일을 치른 뒤 상황은? 달랑 구부러진 빨대 한 자루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이다.


그는 세대의 취향을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비난도 적지 않았다. '너 아이 키우는 아버지 맞느냐. 네 딸에게 이 만화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가장 흔한 욕설이었다. 이씨는 "내 만화를 엽기라고 하는데 그들이 하는 쌍욕은 더하더라"며 웃었다. 이쯤 되면 그가 무엇인가를 도발했다는 뜻이 된다.




그에게는 유보적인 독자의 평가가 더 뜨끔하다. 충격적이지만 재미는 없다는 반응이 그것이다. 실제 그의 만화는 세태 풍자나 권력 비판이라는 간판을 내걸기에는 낯이 간지럽다. 그의 만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까!"쯤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평하다. 남만 욕하지 않는 것이다. "내 만화 욕하는 사람도 나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방바닥에 누워 9시 뉴스 보면서 '×새끼들'이라고 욕하고, 그런 자신은 식자층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나는 내가 보편적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편협한 눈으로, 내 방식대로 말할 뿐이다."


그가 그저 충격 효과에 기댈 뿐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그가 영화 주간지 〈씨네21〉 연재 칼럼에 곁들이는 삽화를 보면 생각이 조금은 바뀔 것이다. 그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필자는 김지운 감독이다. 김감독은 큰 얘기, 거창한 얘기를 싫어한다는 점에서 그와 닮았다.


그의 만화는 명분으로 치장한 온갖 번지르르한 말과 행동을 비웃는다. 그 덕에 게으른 반동들의 대변자가 되었지만 아쉽게도 작가 이우일은 게으르지 못하다. 그의 품성은 가족의 내림이다. 할아버지는 UPI 기자였고, 아버지는 비록 사업을 하다가 망하기는 했지만 건축가이자 유도 선수였다. 동생은 밴드 코코어의 보컬이다.


그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도 분주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플루타크 영웅전〉을 그릴 작정인 것이다. 그는 "삽화가 아니라 내 시각으로 원전을 재해석하고 싶다. 최근 고우영의 〈삼국지〉가 히트한 것이 큰 힘이 된다"라며 의욕을 보였다.지구에 침투한 외계인을 감시하는 미국 연방 1급 비밀 기관 맨인블랙(MIB). 뉴욕 경찰인 제이(윌 스미스)는 어느 날 검은 양복을 입은 케이(토미 리 존스)를 만나고 MIB 비밀 요원이 된다.





제이와 케이는 외계에서 온 다양한 생명체들을 심문하던 중 악명 높은 우주의 테러리스트가 지구에 왔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들은 은하계의 전쟁을 막기 위해 테러리스트로부터 우주의 신비가 담긴 구슬을 뺏는다. 이 임무를 마친 뒤 케이는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사랑하는 여인과 밀월 여행을 떠난다.


케이가 MIB를 떠난 후 많은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지만 제이는 늘 케이의 빈자리를 아쉬워한다. 여러 파트너를 전전하던 그가 마지막 만난 파트너는 수다쟁이 강아지 프랭크. 그러나 프랭크는 파트너라기보다는 살아있는 짐에 가깝다.


그러던 중 25년 전 MIB 요원들에게 당한 것을 복수하기 위해 셀리나가 지구에 잠입한다. 그녀는 여성지 모델로 자신을 복제하고 MIB 본부로 침입한다. 제이는 셀리나가 MIB 요원 일부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러나 이미 혼자 감당하기에는 때가 너무 늦어버렸다. 위기에 처한 제이는 왕년의 명 요원 케이를 찾아간다. 그러나 평범한 시골 우체국장으로 변한 케이는 제이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제이는 케이를 사설 기억 재생업자에게 데리고 가 기억을 복원시킨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