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 길 성씨 부녀 '이도차완 명품' 되살렸다
  • 충북 단양·이문재 편집위원 (moon@e-sisa.co.kr)
  • 승인 2001.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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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문가,
도예가 길 성씨 부녀가 재현한 '조선 막사발'에 경탄
도예가 길 성씨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기대해도 좋다는 것이었다. 지난 8월10일, 4백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국보인 이도차완(井戶茶碗)을 재현(〈시사저널〉 제620호 참조)한 그는, 거의 다 식어 있는 장작 가마를 쓰다듬으며 "이도차완이 갖고 있는 모든 색깔이 다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활 : 길 성씨가 두번째 가마에서 꺼낸 것 가운데 상품에 속하는 작품들. 황토색에서 청회색에 이르는 다양한 비파색을 볼 수 있다. 태토가 터지며 생기는 매화피가 선명하다(위 가운데).


지난 9월6일 오후 1시20분, 길씨는 두 번째 장작 가마를 열었다. 4백년 만에 재현한 '조선 막사발'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순간. 방송사 카메라와 일본에서 날아온 이도차완(이도) 전문가가 숨을 죽이며 지켜 보았다. 길씨는 가마 안에서 딸 기정씨가 건네주는 이도를 살펴보며 탄성을 질렀다.


소설가 정동주씨(〈조선 막사발 천년의 비밀〉의 저자)도 환하게 웃었다. 정씨는 "한 가지 태토에서 다양한 비파색이 나온다는 내 학설이 입증되었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번 가마에서 "황토색·살색·노란색·회청색 등 최소한 열 가지가 넘는 비파색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도 전문가 최복철씨(가야 대표)는 가마에서 꺼내 골라놓은 이도 50여 점을 지켜보며 "그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재현했다는 이도들 중에 색깔이 비슷한 것은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오늘 나온 작품들에는 미치지 못한다. 진품을 볼 때와 같은 감동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럴 수가…" : 이도 전문가 가토 구니히코씨(위 오른쪽)는 도예가 길 성씨(위 왼쪽) 작품에 감탄했다.


한국 도자기와 고가구, 민화 등에 정통한 일본 다카시마야 백화점 화랑미술부장 가토 구니히코 씨는 그릇 모양과 색깔, 굽(고대), 매화피(굽 언저리에 생기는 개구리알 모양의 엉김) 등을 살펴본 뒤 "내가 본 일본 이도 명품과 아주 근접해 있다. 한마디로 재현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가토 씨에 따르면, 일본 도예가들에게도 이도 재현은 지난 4백년 동안 풀지 못한 '영원한 과제'였다. 가토 씨는 "일본 언론에 널리 알리고, 일본인들이 감상할 기회를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4백년 만에 한국 도예가가 재현한 일본 국보 이도차완은 일본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은 뒤 일본 시장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십 년간, 국내 일부 도예가들은 경제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재현에 몰두해 왔고, 국내 학계는 이도를 한국 도자사에서 제외해 왔다. 그래서 정동주씨가 그 뿌리를 캐고, 길씨 부녀가 재현한 '조선의 찻사발'은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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