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 내 고향 뒷산에 알밤 널렸겠네
  • 글/사진 강운구 ()
  • 승인 200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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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 좋다. 택시 기사 덕분이다. 교차로의 신호등에 걸렸을 때 티없이
맑은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그이가 혼잣말을 했다. 어유! 뒷동산에 알밤이
널렸겠다. 그걸 주워담으러 가야 되는데 이 짓을 하고 앉았으니… 이맘
때면 산골짜기로, 어릴 때 놀던 골짜기로 가서 한바탕 휘젓고 돌아다니다
오면 좋았었는데… 올해는 못 가요,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데 많이 편찮으시거든요.
올해는 무슨 과일이라도 알차고 달 겁니다. 많이 드셔 두세요. 이런
해는 흔치 않거든요. 가을이 덥고 비가 안 왔으니까요.


  차가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자, 저것 보세요 저 은행나무 열매가 벌써
다 익어서 떨어지잖아요 했다. 그러고 보니 십일월 중순이 지나 잎이
다 떨어진 뒤에나 떨어져서 차 바퀴에 깔리던 것이 퍼런 잎사귀들 사이에서
먼저 익어 떨어진다.


  한가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보름달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잇는 차들의 행렬이다. 햇 곡식과 과일을 우리는 신이 아니라 조상님께
먼저 바친다. 좋은 형식이다. 조상은 말하자면 한 집안의 온갖 것을
관장하는 신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이 디지털 시대의 정보화한 도시에
살더라도 그 형식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도로 위에 긴 줄을 서는 고행을
감수한다.


  테러리스트들은 CNN의 도움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강타했다.
동시적인 디지털 정보가 없었다면 그 파장이 이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우가 고래 옆구리를 터뜨렸는데 다른 새우 등도 터진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형식을 지키려고 차들이 길고 오래도록 줄을 섰다. 폭격하려면서도
안식일과 이슬람 교도가 기도하는 날을 따진다는 보도가 있다. 그것도
형식을 존중하는 모습이기는 하다. 사람은 사람이 만든 형식에 죽고
산다. 형식을 지키려고 목숨 걸고, 또한 그걸 깨려고 목숨을 건다. 한
형식이 사라지자마자 다른 새 형식이 생기고…. 설마 그렇더라도, 고향에서
올리는 제사를 인터넷 켜놓고 보며 함께 올린다면 그것도 형식을 지키는
것일까?


  착한 택시 기사가 거스름돈을 주며 말했다. 굶어 죽겠어도 안 팔아먹은
땅뙈기가 있걸랑요, 그것도 남아 있지 않다면 고향이랄 수 없지요. 이
메마른 빌딩의 골짜기를 헤매는 그이는 강원도의 푸른 산골짜기와 이어진
끈 한 가닥을 가슴에 고이 품고 있다.





















밤은 고슴도치
모양으로 서슬 푸르게 열매를 지킨다. 그러나 다 여물면
스스로 벌리고 알밤을 내어 준다. 다 익을 때까지만 접근
금지이다.







©강운구








* 강운구의 풍경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게임에 미쳐 살면서 게임방 아르바이트생 희미(임은경)를 짝사랑하는 중국집 배달원 주(김현성). 주는 매일 먼발치에서 희미를 훔쳐본다. 그러나 별 볼일 없는 그에게 희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어느 겨울 밤, 주는 거리에서 희미를 닮은 성냥팔이 소녀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라이터를 하나 산다. 라이터에는 이상한 전화번호가 하나 적혀 있다. 그가 무심코 전화번호를 누르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접속하시겠습니까?”라는 말이 들려온다. 게임의 목적이 성냥팔이 소녀를 구하고 그녀의 사랑을 얻는 것이라는 말에 주는 게임에 접속한다.


그러나 게임 안에서는 성냥팔이 소녀를 이용해 먹으려는 양아치와 조폭, 시스템에 고용된 특수부대 정예 요원들이 서로 얽혀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주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레스비언 여전사 라라(진싱)와 한 패가 된다. 주는 시스템 개발자인 청풍명월의 도움을 받으며 성냥팔이 소녀가 있는 시스템 안으로 침입한다.


시스템에 침입한 주에게 “시스템에 도전하는 자는 바이러스로 간주돼 제거 대상이 된다”라는 경고 방송이 들린다. 그러나 주는 성냥팔이 소녀에게 행복을 되돌려 주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한 발짝 한 발짝 시스템 안으로 들어선다. 결국 그는 시스템과 대면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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