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베이션 전도사' 도슨
  • 김은남 기자 (ken@e-sisa.co.kr)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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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적 베티 도슨(사진)은 촉망되는 화가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포르노 작가' '레스비언' '매춘부'라는 손가락질을 받기 시작했다. 이른바 '자위 전도사'를 자임한 1970년대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자신을 바꾸었다고 도슨은 고백한다. 낭만적인 결혼이라는 이상(理想)에 중독되어 있던 그 시절, 그녀는 정신적·성적으로 남편과의 완벽한 결합을 꿈꾸었다. 그러나 남는 것은 자괴감뿐이었다.


이혼하고 페미니즘에 눈뜬 이후 그녀는 '교회나 정부의 간섭을 벗어난' 다양한 성적 탐구를 시도했다. 그 결과 그녀가 깨달은 것은 자위야말로 최상의 섹스라는 사실이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섹스는 자기뿐 아니라 상대방까지 해방시켰다. 자위를 통해 그녀는 자기의 몸, 나아가 여성으로서의 성 정체성을 긍정하는 법을 배웠다.


그 뒤 성학(sexology) 박사 학위를 취득한 도슨은 자위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고, 미국 순회 강연을 다니는가 하면, 자위에 대해 토론하고 실습하는 '보디 섹스 그룹'을 운영해 왔다. AIDS가 창궐해 성적 담론이 수그러들면서 활동이 약간 위축되기는 했지만 70대 할머니가 된 지금도 그녀는 '인간의 성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여전히 자위 옹호론을 설파하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서 번역·출간되는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현실문화연구, 원제 〈자신을 위한 섹스〉)는 그녀의 대표작 〈자위 해방〉을 1990년대에 맞게 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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