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빅4'의 푸짐한 송년 선물
  • 노승림(월간〈객석〉기자) ()
  • 승인 200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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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 신영옥 · 조수미 · 사라 장,
잇달아 한국 공연…올해 활동 '결산'
올해 음악계의 송년 만찬은 푸짐하다. 특히 해외 무대에서 맹렬하게 활동 중인 한국인 아티스트들이 대거 내한해 열성 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아티스트가 며칠 간격을 두고 국내에서 다른 무대에 서는 일은 드물다.


첫 테이프를 끊는 연주가는 해외 진출 아티스트들의 대모 격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12월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무대를 마련한다. 지난해 동생 정명훈이 지휘하는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뒤 1년여 만에 다시 갖는 고국 공연이다.




정경화의 최근 행보는 연륜을 느끼게 한다. 일단 그녀 스스로 너무도 위대한 음악이어서 녹음을 미루어 왔다던 브람스 협주곡을 최근 베를린 필 상임으로 내정된 사이먼 래틀과의 협연으로 완성했다. 젊은 시절 날카롭고 매서운 호랑이 발톱 같은 카리스마를 보였던 그녀가 지금은 개성보다는 온건한 철학을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무대의 주요 프로그램은 비발디의 〈사계〉. 최근 원전 연주가 붐을 이루면서 세계적 연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레퍼토리이다. 정경화 또한 세인트루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올 초 이를 레코딩한 바 있다. 그러나 그녀가 추구하는 비발디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모던 인스트루먼트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을 극대화한 그녀의 연주는, 역시 개성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경화씨, 비발디·바흐의 '차이' 드러내


이번 공연에서는 비발디와 더불어 바흐의 파르티타 2번도 들을 수 있다. 〈샤콘느〉로 유명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을 줄리어드 출신 젊은 연주가들로 구성된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한다. 공연을 앞두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비발디의 작품은 동서고금을 초월한 음악은 아니다. 즉 시대를 반영하는 음악이다. 바흐를 함께 연주하는 이유는, 같은 시대를 살아간 음악가인데도 이들의 스타일이 매우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12월25일 성탄절 밤을 장식할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이미 지난 10월 마주어가 이끄는 런던 필과 내한해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사한 바 있다. 12월10일 생일을 맞이한 그녀는 "항상 생일과 크리스마스·새해를 무대 위에서 보내게 된다"라면서, 이번 생일 또한 런던에서 보내게 되었다고 전해 왔다(그녀는 지난 2000년 1월1일 밀레니엄 연주차 서울에 와 18년 만에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았다고 한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연주회에서는 지오르다노 벨린 켐피가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협연한다. 그녀는 지난 10월 지휘자로 나선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불과 얼음(Fire & Ice)〉이라는 음반을 출반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이 음반에 수록된 레퍼토리들을 다채롭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샤브리에의 〈치고이네르바이젠〉, 라벨의 〈치간느〉, 사라사테의 〈카르멘 판타지〉 등 메뉴만 살펴보아도 황홀한 비르투오시즘(기교)의 극치를 맛볼 기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세계 도처의 오페라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코리안 소프라노 트로이카' 가운데 조수미와 신영옥 또한 고국을 찾는다(트로이카의 맏언니 격인 홍혜경은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월드컵 조 추첨 이벤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새로운 오페라 배역에 도전하며 자신의 영토를 확장하기에 여념이 없어, 슬럼프에 빠질 시간조차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신영옥은 스페인에서 벨리니의 오페라 〈캐플릿가와 몬테규가〉를, 조수미는 네덜란드에서 〈라크메〉를 처음 노래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지난 여름 고국에서만 무려 여덟 번 공연한 조수미는 그 뒤 오펜바흐의 오페라로 워싱턴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내년 2월 그녀는 로마 산타체칠리아에서 정명훈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를 공연할 예정이다.


고국 무대 시즌에 맞추어 둘 다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음반을 출시한 것도 공통점. 타이틀 또한 〈화이트 크리스마스〉(신영옥), 〈화이트 콘서트〉(조수미)로 공교롭게 비슷하다. 12월23일 음반과 동일한 제목으로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신영옥의 공연은 〈홀리 나이트〉를 비롯한 다채로운 캐럴과, 크로스오버, 뮤지컬 넘버 등으로 구성된다.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의 컨셉.


12월29일과 31일 역시 예술의전당에서 송년 제야 음악회를 갖는 조수미는 화려한 오페라 아리아로 무대를 장식한다. 로시니·벨리니·푸치니 등 조수미 자신이 '제2의 고향'이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는(그녀의 본가는 로마에 있다)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들의 스탠더드 레퍼토리와 슈트라우스·레하르 등의 가볍고 아기자기한 오페레타 아리아들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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