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연애인, 아름다운 스캔들
  • 고재열 기자 (scoop@e-sisa.co.kr)
  • 승인 2001.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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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이영애/박경림 씨 등 시민.사회단체와 손잡고 활발히 활동


탤런트 황수정의 마약 복용 사건이 터진 이후 줄을 이은 스캔들 때문에 연예계에서는 2001년 11월을 ‘피의 11월’이라고 부른다. 피의 11월 이후 연예계는 완전히 스캔들 정국에 돌입했다. 연예인이라는 말이 곧바로 타락한 사람을 뜻하는 말처럼 되어버렸지만, 바쁜 연예계 생활 중에도 시간을 쪼개 뜻있는 활동을 하는 연예인도 많다.


성우 양지운씨는 ‘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을 이끌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아들이 군대 대신 감옥행을 택한 뒤로 시작한 일인데, 이제는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할 만큼 앞에 나서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월15일 ‘민주화 실천 가족 협의회’(민가협)가 주최한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양씨 외에도 여러 대중 연예인이 참석했는데 그 중 가수 김종서씨는 이 공연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1993년, 그가 이 공연에 처음 참가하게 된 것은 순전히 오해 때문이었다. 대학 축전 행사로 착각하고 간 그는 행사의 성격을 알고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무대에 올랐고, 이후 거의 매년 참석하고 있다. 올해 또다시 무대에 선 그는 “이 자리는 내 앨범을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새 앨범의 노래를 부르지 않고 히트곡을 불러주었다.


이외에도 시민·사회 단체에서 적극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은 많다. 탤런트 권오중씨는 ‘한국 희귀·난치성 질환 연합회’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으며, 배우 박 철씨는 ‘인권실천 시민연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탤런트 강석우씨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시민두꺼비로 예산 감시 시민 행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탤런트 노주현씨와 최 란씨는 참여연대에서 봉사하고 있다.


특히 여성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 활동이 두드러진다. 가수 패티김씨는 여성단체연합 후원회장을 맡아 매년 디너쇼 수익금 일부를 후원금으로 내고 있으며, 배우 김혜자씨는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맡아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돕고 있다. 가수 이상은씨는 김광진씨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난민 돕기 콘서트를 2001년 크리스마스에 열었다.


방송에서 자신이 광고에 출연한 화장품회사가 망했다고 농담했다가 회사측으로부터 30억원 소송을 당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박경림씨는 선행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재단’의 1% 나눔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연예계 너른 발’의 주특기를 살려 동료 연예인들을 여러 명 나눔운동에 동참시켰다. 박진희 조향기 이의정 박시은 김효진 씨 등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선후배들과 차태현 이지훈 씨 등 연예인 30여 명이 그녀를 따라 이 운동에 참여했다.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가 특히 눈에 띄는 곳은 환경운동 분야이다. 탤런트 유인촌·길용우 씨와 배우 장미희·최민식·문성근 씨, 아나운서 정은아씨가 환경운동연합의 ‘환경 전사’로 활동중이고, 개그우먼 김미화씨는 녹색연합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환경 정의 시민연대’ 홍보대사인 배우 추상미씨는 어머니와 매니저를 단체에 가입시킬 만큼 열혈 회원이 되었다. 이외에도 가수 이현우씨와 여행스케치도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사회 단체는 연예인이 나올 경우 홍보 효과가 크고 일반 시민들이 쉽게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에 연예인들의 참여를 반기는 편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미지에 민감하기 때문에 정치색을 띤 활동에는 쉽게 나서지 않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알음알음으로 ‘생각이 있다’는 연예인을 알아내고 이들에게 참여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 송강호·이영애 씨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명예조사관으로 위촉된 것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계기가 되었지만 ‘의식 있는 연예인’이라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었다. 위원회 관계자들은 송씨가 민가협이 주최한 ‘1일 감옥 체험’ 행사에 참여하는 등 이전에도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었다는 것과, 이씨가 대학 시절 학생운동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영입에 공을 들였다.


사회단체, 의식있는 연예인 영입에 적극적



배우 권해효씨도 의식 있는 연예인으로 소문이 나서 시민·사회 단체가 자주 찾는 배우이다. 전교조 활동을 하다 고초를 겪은 친구를 둔 덕에 사회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민가협은 여러 번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권씨는 민가협의 요청을 받고 양심수 문제를 다룬 단편 영화 <외투>와 국가보안법 문제를 다룬 단편 영화 <내 컴퓨터>에 돈을 받지 않고 출연했다. 이후 ‘안티조선 운동’에 열심히 참여한 권씨는 비리 재단 문제로 수업 거부를 했던 덕성여대 학내 행사에도 지역 주민 자격으로 참여해 격려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은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운동을 하며 돈독해진 배우 문성근씨와 명계남씨를 ‘도움을 가장 많이 주는 연예인’으로 꼽는다. 이들 외에 학생운동 경험을 가진 연예인들도 눈여겨보고 있다. 친한 선배가 한총련 간부였던 개그우먼 정선희씨나, 친구들이 한총련 활동을 했던 가수 김장훈씨가 시민단체가 주목하는 연예인들이다. 시위 도중 사망한 이한열씨의 시신을 세브란스 병원에서 지킨 배우 신현준씨와, 대학 시절 농촌 봉사 활동에 참여할 정도로 학생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개그맨 이윤석씨도 마찬가지 이유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들이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언젠가 사회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가수 중에서도 시민·사회 단체 행사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 전인권·강산에·윤도현밴드·크라잉넛 등 주로 록 가수들이 많은데, 록의 저항 정신이 시민·사회 단체의 운동 정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이은미·자우림·여행스케치·박혜경·박상민 씨 등이 시민·사회 단체 행사에 단골 손님이다. 특히 자우림은 이제 ‘확신범’이 되어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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