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끈발랄’해진 딴지일보
  • 김은남 (ken@sisapress.com)
  • 승인 200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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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사이트 ‘남로당’ 개설…“포르노로 돈벌이” 비판 거세
딴지, 음란의 소굴로 화하다.’ 요즘 <딴지일보>의 행태를 보면 이런 명제가 절로 떠오른다. 이 신문은 최근 홈페이지 산하에 ‘남로당’(남녀불꽃노동당)이라는 도발적인 명칭의 성인 사이트를 개설했다. ‘우리는 민족 발기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선언문과 함께 출범한 남로당은 창당(?) 강령을 통해‘21세기 음란 한국 건설’을 지상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남로당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같은 선언이 허풍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포르노 스타 발굴 열전을 비롯해 자위·항문 섹스 등에 대한 궁금증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남로당 기관지’, 성인 사이트를 항목 별로 평가해 순위를 매긴 ‘진상조사위’, 성인용품을 소개·판매하는 ‘명랑완구연구소’에 이르기까지 남로당은 성인 사이트로서 구색을 고루 갖추고 있다. 창당(?) 기념 행사로 성인용품 평가인단을 모집해 ‘성인용품 국민 경선제’를 도입하겠다는 발상 또한 <딴지일보>답다.



그런데 왜 <딴지일보>가 성인 사이트를? 이같은 의문에 대해 김어준 총수는 “2년 전의 아젠다가 엽기였다면 새 시대의 아젠다는 성(性)이다”라고 잘라말한다. 당시 <딴지일보>가 앞장서 ‘엽기’의 어의를 바꾸어 놓았듯이 이번에는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멘탈리티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이 신문의 최내현 편집장은 또 <딴지일보>의 주독자층인 30대 남성을 겨냥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386세대는 유럽의 68세대처럼 낡은 가치를 종식시키는 출발점이었다. 단 이들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성에 대한 태도였다. 한국의 학생 운동권은 성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를 굳건하게 고집했고, 이것이 결국에는 더 이상의 진보를 막았다.”



이들은 성을 은밀하고 감추어야 할 것으로 여겨온 기성의 관념 못지 않게 ‘성은 무조건 아름다운 것’이라는 구성애씨 방식의 신비화 또한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어준 총수는 ‘섹스’라는 용어를 ‘명랑’으로 대체하자는 엉뚱·기발한 제안까지 내놓았다. 젊은 연인들이 러브 호텔 앞에서 “우리, 저기서 좀 쉬다 갈까”처럼 암구호 같은 은어를 주고 받는 대신 “우리, 명랑하러 갈래?” “지금 명랑하고 싶지 않니?” 같은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좀더 ‘새끈발랄한’ 성을 즐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딴지일보>의 실험은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남로당 창당 한 달 만에 당원 6만여 명을 확보했다는 급성장이 무색하게 이들의 게시판에는 ‘너희가 노린 것이 결국 포르노 팔아 돈 버는 거였냐’는 빈정거림이 끊이지 않는다.



한 달 만에 6만 확보…“성인용품도 만들겠다”



여성계의 비난 또한 만만치 않다. 여자의 들썩거리는 엉덩이가 수시로 클로즈업되는 배너 광고, 남성들의 ‘마초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몰카(몰래 카메라)·셀카(셀프 카메라) 자료 따위가 집중적인 비판 대상이었다.
이에 맞서 <딴지일보>가 택한 전략은 정면 돌파인 것으로 보인다. “(성인 정보) 유료화가 <딴지일보> 정신에 어긋나는 것임은 안다. 그렇지만 인터넷 언론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김어준 총수는 조만간 남로당이 자체 개발한 골무형 바이브레이터(일명 ‘부르르’)를 제조·시판함으로써 제조업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남로당 사이트에는 최근 비상이 걸려 있다. 3월 초순께 이곳에서 상영할 ‘음란물’ 때문이다. 음란 영화제를 통해 이미 선보인 작품들이라고는 하지만 자칫하면 이들은 실정법 위반이라는 족쇄에 걸려들 수도 있다(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이 등급 판정을 ‘면제’받는 것과 달리 인터넷 상영에는 등급제가 적용된다). 그런데도 이들은 성기 노출·동성애 장면 등을 여과 없이 원안대로 내보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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